내달 1일이면 북한의 ‘조선천도교회 중앙지도위원회’ 결성 67주년이 된다. 이들은 1946년 2월 1일 소련군정의 인가를 받아 설립된 ‘천도교 북조선종무원’을 모체로 해 탄생했다.
오래된 햇수만 보고 제대로 체계를 갖춘 종교단체인 것처럼 보일지 모르겠다만 그렇다면 큰 오산이다. 이들은 껍데기다.
1970년대 이후 대남선전활동에 주로 이용됐고 북한당국의 대남, 대외정책에 있어 여러 가지로 활용되고 있으며 종교시설은 한 군데도 없는 그야말로 껍데기다. 대외선전용으로 허울 좋은 종교단체들 이름만 수십년째 이어오고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조선천도교회는 중요 행사에서 “김일성, 김정일의 영도를 받들어 나가야 천도교의 이념이 구현된 지상천국의 염원을 실현할 수 있다”고 주장, 김일성 부자세습체제의 당위성을 부각시키기도 했다.
북한에 과연 종교의 자유가 있느냐. 결론부터 말하자면 북한에서 가장 높은 법이라 불리우는 ‘사회주의 헌법’에는 종교의 자유를 인정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전혀 지켜지지 않고 있다. 현재 북한의 모든 종교활동은 지하화 되어 탄압받고 있다.
사실 북한의 종교는 8·15광복 전 개신교·가톨릭 등 서방종교가 남한보다 먼저 전래됐다. 그러나 8·15광복 이후 종교는 아편이라고 주장하면서 적대적 입장을 나타낸 공산주의적 종교관의 영향을 받은 김일성의 종교관에 따라 반종교정책을 강력히 추진한 결과, 1955년경에 이르러서는 북한 지역에서 모든 종교단체와 종교의식은 사라졌거나 지하화 됐다.
급기야 1960년대에 이르러서는 종교 자체가 모습을 감췄다. 북한에 종교가 다시 등장하기 시작한 것은 1970년대. 남북대화가 시작되면서부터 북한 내에도 종교활동의 자유가 있는 것처럼 보이기 위해 유명무실한 종교단체들의 활동을 재개시킨 것이다.
북한은 헌법 제68조에서 구헌법에 명시되어 있던 ‘반종교 선전의 자유’ 부분을 삭제했으나 ‘누구든지 종교를 외세를 끌어들이거나 국가사회질서를 해치는 데 이용할 수 없다’는 내용을 추가함으로써 언제든 내키면 종교활동의 자유를 탄압 할 수 있게 명문화 해놓고 있다.
현재 북한의 종교단체로는 조선불교도연맹, 조선기독교도연맹, 조선천주교인협회, 조선천도교회 중앙지도위원회와 이들 종교단체의 협의체인 조선종교인협의회가 있다.
이들 종교단체들은 노동당의 정책을 지지하는 대내외 성명서를 채택하거나 한국 종교계에 대한 선전활동, 국제적인 종교단체들과의 연대성 활동만 치중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
북한으로서는 종교를 싫어하는 게 당연하다. 어떠한 절대자에게 마음을 바치는 것은 곧 신성시되는 김일성의 권위에 손상을 입히는 행위임으로 좋아할리 없다. 특히 기독교 등은 인간의 평등사상을 강조하기 때문에 북한체제로 볼 때 상당이 위험하다.
북한에서의 종교 탄압은 새로운 뉴스가 아니다. 북한의 종교 탄압은 세계 1위 수준으로 유명하지 않은가.
공산권 국가에 성경 보내기 운동을 펴고 있는 국제 선교단체 ‘오픈도어스’가 최근 발표한 ‘월드워치 리스트’에서 북한은 올해도 기독교 박해국 1위를 차지했다. 이 단체가 종교 박해국 리스트를 발표하기 시작한 이후 11년째 지속된 현상이다.
오픈도어스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은 지구상에서 기독교인으로 살아가기 가장 힘든 나라다. 기독교인들은 적대시되며 체포, 구금, 고문 심지어 공개 처형의 대상이 되고 있다. 15호 정치범 수용소에는 6000명에 달하는 기독교인이 구금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 국무부가 매년 지정해 온 종교자유특별우려국(CPCs) 리스트에도 북한은 단골로 올라 있다. 이들은 북한의 종교 상황을 ‘참담하다’고 평가했다. 우리나라 북한인권정보센터가 발간한 2011년 북한 인권백서에 따르면 북한에서는 종교사범을 포함한 정치범 292명이 공개적으로, 106명은 비공개로 처형당했다.
해외언론은 북한이 무신론 국가로서 성탄절 기념행사를 허용하지 않는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북한은 헌법상 종교의 자유를 보장하지만 노동교화소에 기독교인 5만~7만명이 수용돼 있다는 인권 운동가들의 주장을 전하기도 했다. 더불어 성경을 배포한 선교사나 비밀리에 예배를 본 기독교 신자는 고문을 당하거나 처형당한다고 적었다.
우리나라에선 북한 지하교회를 다룬 영화가 제작되고 있다. 비밀리에 예배를 보는 기독교인들에 대한 북한의 박해를 담은 영화 ‘사도’다. 북한의 강제적인 체제 아래에서 신앙적인 가치관을 남몰래 지켜나가는 이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세계에 북한의 종교 탄압, 나아가 인권 탄압의 실상을 알려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이 영화를 계획했다고 한다.
그렇다면 북한은 이렇게 탄압할 것이면서 왜 대외적으로는 자유가 보장되는 것처럼 만드는가.
북한은 이들 종교단체를 명맥만 유지시킨 채 정치공작에 활용한다. 최근 보도에 따르면 북한이 남한 대선과 관련한 정보를 수집하기 위해 국내 종교단체 등과의 접촉에 이들 종교단체를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세계와 우리 종교단체로부터 대규모 지원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종교를 대외 경제지원 획득 창구로 이용하기도 한다.
김정은의 모든 결정에 일일이 맞장구 쳐주는 역할도 맡고 있다.
북한의 종교단체는 사실 북한 체제 유지를 위해 철저히 이용당하며 때론 간첩 노릇을, 때론 앵벌이 노릇을 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우리가 북한의 핵실험이나 미사일 발사만큼 중요하게 여겨야 할 부분이 바로 북한의 주민탄압, 즉 인권문제다.
양심과 신앙의 자유는 보편적 인권으로, 체제 여부를 떠나 보장돼야 한다. 사회주의 국가라 하더라도 종교를 이유로 국가권력이 잔혹한 고문이나 인명 살상, 무자비한 기본권 유린 행위를 일삼는다면 국제사회가 개입하는 게 당연하다.
북한과 정치·경제 상황이 긴밀하게 연계돼 있는 우리나라도 인류 보편의 가치가 훼손되는 북한 상황을 방관해서는 안 된다. 2005년 국회에 제출된 북한인권법은 9년째 논란만 거듭하고 있다.
인권 사각지대인 북한을 규탄한다. 북한의 핵 실험에 대한 제재와 병행해 인권 유린에 대해서도 깊이 관심을 가져야 한다.
거기에는 우리가 주도적 역할을 해야 할 것이다. 북한인권법을 서둘러 통과시킨 후 국제사회를 병합, 공조해 북한의 인권유린에 강하게 개입해야 한다.
김승근 기자 hem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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