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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협박은 알량한 자존심의 산물

美에 무시당한 北이 내놓는 유일한 카드

북한이 연일 주먹을 들었다 놨다 하며 우리를 겁주고 있다. 휴전국가에서 정전협정을 백지화에 이어 불가침 합의까지 전면 폐기하더니 급기야 유일한 남북 소통채널이었던 군사당국간 핫라인까지 차단했다.

[김승근 뉴스파인더 편집장] 앞서 북한은 유엔군 사령부와 북한군간의 판문점 통신 라인을 차단하기도 했었다. 물론 서울을 불바다로 만들겠다던가, 핵전쟁에 돌입한다던가, 이름도 생소한 1호 전투근무태세에 진입한다던가 하는 위협은 수도 없이 많았다.

그럼에도 우리나라는 놀랄만큼 침착했다. 단순히 국민들의 안보불감증이라고 탓하기엔 북한의 과거가 너무 많다.

북한의 비슷한 도발은 90년대에도 많았다. 사실 이번 김정은의 도발도, 과거 아버지와 할어버지대의 행위를 답습한 것에 불과하다.

1996년 4월 4일 북한이 ‘비무장지대 불인정’을 선언하고 판문점 공동경비구역에 중무장한 병력을 3일간 3회 진입 시켜 긴장감을 조성했던 적이 있다. ‘비무장지대’를 ‘무장지대’로 만들어 버린 것이다. 당시 판문점 공동경비구역 북측지역에 투입된 무장병력들은 진지구축 훈련을 시행했다.

북한의 이런 도발은 한국을 찾는 외국 관광객들에게 심리적 위축을 가져와 비행기 예약이 취소되는 사례가 발생하는 등 피해를 입혔다.

이제 면역이 됐기에 북한의 어지간한 도발에도 우리 경제와 사회가 큰 동요를 보이진 않고 있지만 오히려 그런 안보불감증이 빈약한 안보의식을 갖게 하고 있는 문제가 되고 있기도 하다.

북한은 1996년 당시 판문점대표부 담화를 통해 ‘정전협정에 따른 군사분계선과 비무장지대 유지 및 관리와 관련한 임무를 포기한다’고 밝히고 ‘판문점 공동경비구역과 비무장지대 출입에 따른 인원, 차량에 대한 식별표시도 부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당시 한국은 지난 수십년간 정전협정 체결이후 한반도 안정에 기여해 온 정전협정 체제를 근본적으로 뒤흔들 수 있다며 불안해 했다. 정부 역시 북한의 뜻밖의 강경발언에 당황한 빛을 감추지 못해 북한의 저의를 파악하고 대책을 마련하느라 분주했다.

북한의 놀음에 제대로 놀아난 것으로, 모든 문제에 북한이 키를 갖고 있다는 으름장이었으며, 동시에 우리는 거기에 너무 장단을 맞춰준 게 문제였다.

물론 정부도 북한이 어떤 도발을 감행한다면 한미연합방위태세에 의거해 즉각적이고 단호하게 응징할 것임을 강조해 우리를 배제한 북한의 대미평화협정체결 요구가 허황된 것임을 강조하긴 했었다.

다만 중대 안보문제에 대해서 전혀 대비해놓지 못한 채 총체적인 점검을 그 시점에서야 할 수 있었고, 그제서야 부랴부랴 대응한 부실을 북한에게 너무 노출시킨 점은 큰 실수였다.

북한은 96년 ‘비무장지대 불인정’ 선언을 발표한 이후 현재에 이르기까지 이를 계속 주장해 오고 있다.

원래 비무장지대는 국제조약이나 협약에 의해서 무장이 금지된 지역이나 지대를 말한다. 한반도에서는 1953년 7월 27일 한국을 포함한 UN군과 북한, 중국군이 체결한 ‘한국군사정전에 관한 협정’에 따라 군사분계선을 중심으로 남북 각 2km씩, 너비 2km의 비무장지대가 설정됐다.

그런데 북한이 이런 비무장지대를 인정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은 비무장지대에 대한 유엔사의 관할권을 인정하지 않음으로써 ‘정점협정’을 파기하고 이어 미국과 새로운 ‘평화협정’을 체결하겠다는 의도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는 한반도 문제는 남북간의 문제가 아니라 북한과 미국이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에서 출발하고 있는 것이다.

북한이 스스로 우리를 무시하고 북미간 협정을 체결하자고 외쳐온 것의 연장이다. 미국을 협상테이블로 끌어내려는 수작이었다.

사실 북한의 반복되는 협박은 미국에게 무시당한 것을 만회하기 위한 유일한 수단이다. 미국에게 위축된 부분을 숨기기 위한 최대한의 노력인 셈이다.

장거리미사일 발사와 3차 핵실험 이후 국제사회와 빚은 강경한 대립에서 북한은 미국과 대화를 요구했다. 하지만 대립각만 높아지자 또 한번 협박을 한다.

‘중대한 결정’을 내리기 위해 며칠 안에 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를 소집한다고 밝힌 것이다. 중대한 결정이 뭔지는 모르겠지만 결국 내용은 협박과 위협이 아니겠는가.

1996년 3월에도 북한은 미국이 자신들의 잠정협정 제의에 호응하지 않을 경우 ‘정전체계를 새로운 장치로 바꾸기 위한 최종적이고 주동적인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한 바 있다.

당시 한국사회는 그 ‘최종적이고 주동적인 조치’가 무엇을 뜻하는지 관심이 쏠렸다. 그때도 지금과 같이 미국이 자신들의 협상테이블에 앉지 않자 불만을 표시하면서 내놓은 카드였다.

북한은 며칠후 기자회견을 열어 미국이 북한의 협정요구를 수락하면 앞으로 평양과 워싱턴에서 열린 평화회담에 한국이 옵저버로 참가하는 문제를 검토할 것이라고 말도 안되는 얘기를 한다.

그때나 지금이나 같은 상황에서 북한의 심리를 읽을 수 있는 대목이 있다. 으름장과 더불어 “평화에 대한 구걸로 오산하지 말아야 한다. 선택권은 결코 미국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다”고 입장을 밝힌 것이다.

바꿔볼까. 최근 농구스타 데니스 로드맨을 북한으로 불러 오바마와 대화하고 싶다고 은근하면서도 집중적으로 어필한 김정은. 하지만 로드맨이 미국으로 돌아가 그 의견을 전했음에도 미 당국은 이를 완전히 무시했다.

자존심에 상처 입은 김정은이 내놓은 카드는 앞서 아버지와 할아버지가 했던 일의 반복이었을 뿐이다.

큰 소리 떵떵치며 주민들에게 신처럼 군림하는 김씨 3대. 그들의 위상이 국제사회에서는 개차반이란 것에 그들은 자존심 상한다.

그 뿐이다. 자존심 세우기용 과시. 북한의 모든 주민들과 군부대가 한 사람의 자존심을 위해 움직인다는 게 참 가슴 아픈 일이다. 김정은이 미국 앞에서 자기위축을 벗어나기 위한 몸부림인 동시에 그들이 행할 수 있는 최대한의 반발이다.

북한이 우리와 핫라인을 차단했다는 뉴스는 사실상 별 의미가 없다. 어차피 미국과의 채널은 북한이 살려놨다는 것은 결국 미국과 직접 대화하고 싶다는 과거 발언의 연장일 뿐이니까.

우리는 그 협박에 움츠려들 필요가 없다. 다만 우리의 방비가 허술하다면 그들은 빈틈을 노려 또 기습도발을 감행할 것이기에 철저한 안보태세만 갖추고 있다면 문제 없다.

북한의 자기 체면 살리기에 놀아날 필요가 없다. 강경하게 대처하라. 그리고 절대 타협하지 말라. 그들이 체면 살리려고 큰 소리 쳤다가 오히려 본전도 못 챙겨서 돌아가는 모습을 지켜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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