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주 전 광주시민단체협의회에서 역사왜곡 금지법을 발의한 한 국회의원에 대한 비판 성명을 읽은 적이 있었다. 많은 우파 지식인들이 그 법안에 대한 비판을 하던 와중이었기에 기이하게 여겨 자세히 읽어 보게 되었다. 핵심은5.18에 대한 역사왜곡을 처벌하는 내용을 담아 이미 추진 중인 그 단체의 계획(5.18 특별법 개정)과 노력에, 새 법안(역사왜곡 금지법) 상정이 방해가 될 수 있음을 경고하는 것이 요지였다. 통일된 역사해석을 법률로 규정하려는 시도들 그런데 그것이 5.18 특별법 개정이든, 역사왜곡 금지법 제정이든 무엇으로 불리든지 간에 특정 ‘역사적 사건’에 정치적 의미의 제한적 틀을 설정함으로써, 그 정치적 의미에 대해 다양하게 토론을 할 수 있는 자유를 법률로서 제거하려는 이러한 시도가 과연 정당화될 수 있을까? 뭐 지금 당장이야 국회 의석수로 그러한 시도를 성공시킬 수 있을지 몰라도, 역사학의 존재 자체를 부정해버릴 수 있는 그러한 시도는 언젠가는 역풍을 맞이하게 되리라 본다. 특히 예전 국정 교과서 도입을 그렇게도 비판하던 역사교사들이 이 문제에 대해 이상하리만치 조용한 것도 나로선 이해가 잘 가지 않는다. 내가 볼 땐 정치인들이 그리고 판사들이
지난 토요일에 내가 석사과정을 밟았던 대학의 교실에서 정기적으로 여는 조그만 학문 포럼에 참가하였다. 의학사와 인문의학을 주제로 한 정례 발표회 행사라 할 수 있는데, 그날 주제는 역사 정의를 화두로 2차 대전 당시 일본의 세균전 관련 내용을 중심으로 한 발표가 이루어졌다. 마지막 발표자였던 나의 석사과정 지도교수의 발표내용은 일본 역사가 마츠무라 타카오의 '재판과 역사학'이라는 책의 역사적 의미를 소상하게 소개하는 것이었다. 책을 읽으면서 731부대의 주제 연구에 대한 일본의 엄정한 scholarship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고 얘기하는 교수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자연히 최근에 석박사 논문 표절의혹 관련 조사를 받고 있는 조국 교수의 사례와 적나라한 대비가 되었다. 그날 총 네 분의 발표를 들으면서 여러가지 생각이 들었는데, 먼저 일본의 2차대전 세균전 부대의 연구는 그날 발표했던 한국의 한 교수와 일본인 박사과정 연구생의 연구 등이 보여주듯, 당시 한국인과의 연관성과 관련해서 앞으로 더 엄밀하게 진행 되어야할 부분이 많은 것으로 보인다. 또 한편으로 드는 생각은, 하지만 이런 연구가 사회적 쟁점이 될 때에 기존의 위안부나 강제징용 문제와 함께 또 하나의 '
[편집자주] 아래 칼럼은 서울 숭의여자고등학교 역사교사 배민 씨의 블로그(https://www.baeminteacher.com)에 올라온 ‘추상적인 인간, 구체적인 개인’이라는 제목의 포스트를 그 출처로 하고 있습니다. 올해 초 인천의 어느 대학교에서 우리 학교의 교사들에게 설문 조사 부탁을 해온적이 있었다. 설문 내용은 학생의 인권 조례 및 인권 교육 실태와 관련된 것이었다. 설문에 응하면서 답답한 기분이 들어 마지막에 교사의 의견을 기술하는 란에다가 결국 나는 설문조사를 행하는 연구원들이 읽으면 기분이 안좋아질 얘길 적고 말았다. 내가 쓴 의견은 대충 다음과 같았다. "역사교사로서 한마디 하겠습니다. 왜 굳이 '자유민권(civil right)'의 가치와 구분지어 '인권(human right)'의 가치를 강조하는 저의가 뭡니까. 개인의 재산, 신체, 생각에 대한 존중과 보호, 계약의 자유 및 그 이행의 의무 등에 우선하는, 인간으로서의 어떤 특별한 '권리'가 그렇게 절실히 필요하다는 것인가요? 여자라서 성적 소수자라서 외국이주민이라서 장애인이라서 더 존중을 받아야 하는 것이 아닌, 모든 인간은 그 자체로 서로 존중받고 존중해야 하는 것입니다. 현실적으로 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