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선 룰 중재안을 둘러싼 한나라당 내분 사태가 극한으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당내 중립성향 인사들이 양대 주자인 박근혜(朴槿惠) 전 대표와 이명박(李明博) 전 서울시장의 '대승적 결단'을 압박하고 있다.

김형오 원내대표와 `당 중심모임' 회장인 맹형규 의원 등 중립성향 중진 및 전.현직 당직자 12명은 경선 룰 개정문제를 다룰 상임전국위 개최를 하루 앞둔 14일 국회에서 긴급회동, 양 주자간 합의를 유도할 대책을 숙의했다.

이들은 이 자리에서 강재섭 대표 중재안의 최대 쟁점인 여론조사 반영비율의 하한선 보장 조항 대신 일반국민 선거인의 사전등록제를 실시하는 '절충안'을 양 대선 주자에게 제시하는 방안에 의견을 모았다고 참석자들이 전했다.

이 방식은 이날 회의에 참석했던 홍준표, 박진 의원이 투표율 제고 방안의 일환으로 최근 언론에 이미 발표했던 제안이다.

특히 김 원내대표는 회의 도중 박 전 대표와 이 전 시장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이 같은 방안의 장점을 설명한 뒤 수용해줄 것을 제의했으며, 두 주자는 일단 "생각해 보겠다"는 원론적인 답변만 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대 주자가 중립파의 절충안에 일단 유보적인 입장을 취하긴 했으나 현재의 극한 대치국면을 타개할 뚜렷한 다른 묘안이 없다는 점을 감안할 때 극적으로 이를 받아들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도 당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은 강재섭 대표의 거취 문제에 대해선 '당내 신뢰 상실'을 이유로 강 대표가 사퇴해야 한다는데 의견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회동에서는 강 대표의 사퇴를 전제로 중립 인사들만 출마하는 조기 전당대회를 개최하자는 주장도 나왔으나 전체의 동의를 얻지는 못했다는 후문이다.

김 원내대표는 국회 집무실에서 정책위의장을 지냈던 전재희 의원과 함께 박 전 대표측 대리인인 김재원 의원을 만난데 이어 이 전 시장의 친형인 이상득 국회부의장을 찾아가 면담을 갖고 '절충안' 수용의 당위성과 필요성에 대해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의 중립성향 원로들은 아직 두 주자 사이를 직접 중재하지는 않고 있지만 만약 분당을 우려할 정도의 위기 상황이 올 경우 직접 나서서 파국을 막아야 하지 않겠느냐는 입장이다.

최병렬 전 대표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당이 왜 이러는지 정말 걱정된다"면서도 "내부 상황을 자세히 몰라서 아직 중재를 할 입장은 아닌 것 같으나 내일 상임전국위를 보고 당이 정말 위험해지면 원로들이 나서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박관용 전 국회의장은 "걱정이 많지만 현 상황이 중재가 되는 상황이 아니지 않느냐"며 우려를 표시했다. 그는 이어 "상황을 좀 지켜본 뒤 수습을 해야 할 상황이 도래하면 그 때 가서 (대선주자들과) 얘기를 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회창 전 총재는 현재까지 당의 내분 사태에 대해 전혀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는 게 측근들의 전언이다.

이 전 시장을 지지하는 것으로 알려진 김영삼(金泳三) 전 대통령은 이날 '통섭 정경포럼' 초청강연에서 "선거하기 전엔 시끄럽게 마련"이라며 "(한나라당이) 깨질까 봐 걱정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잘 안 깨진다"고 낙관적 견해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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