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투자자 줄소송 우려…증권사들 공동대응 모색
(서울=연합뉴스) 이준삼 기자 = 투자위험을 감지하지 못했거나 투자위험을 알고서도 시급하게 조치를 취하지 않아 투자자들에게 손해를 입힌 증권사들에 대해 책임을 묻는 이례적인 판결이 나왔다.
급격한 주식폭락과 같은 상황으로 발생한 증권사의 미수채권에 대해 거래당사자인 일반투자자뿐 아니라 거래를 중개한 증권사에까지 책임을 지우는 판결로 증권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서울 남부지법 민사합의 11부(재판장 박형명 부장판사)는 우리투자증권이 "루보 주식 매매대금으로 사용한 미결제 금액을 갚으라"며 일반투자자인 김모(35.여), 신모(48)씨를 상대로 제기한 7억여 원의 미수금 반환 소송에 대해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고 29일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수수료를 받고 주식거래를 중개하는 전문가집단인 증권사는 늘 시장 상황을 살펴 위험이 있을 경우 이를 투자자들에게 알려 투자자를 보호할 의무가 있음에도 원고는 이를 제대로 살피지 못한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또 "루보 주식 폭락 사태가 발생하기 이전인 2006년 11월 금융감독원이 다양한 방법으로 루보 주식의 위험성을 경고했음에도 원고는 검찰이 관련 수사에 착수했다고 발표한 2007년4월16일 이후에야 투자자들의 증거금 비율을 40%에서 100%로 뒤늦게 상향조정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다만 "주식매매를 통한 투자에 따른 손실 부담은 거래를 결정하는 투자자의 책임 영역에 속한다"며 "증권사가 증권거래를 돕는 보조적 입장에 있다고 할 수 있으므로 그 책임을 30%로 제한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덧붙였다.
남부지법은 우리투자증권이 김모(62)씨를 상대로 낸 2억여 원의 매매대금 청구소송, 유진투자증권이 이모(22)씨 등 일반투자자 3명을 상대로 낸 4억 5천만 원 가량의 매매대금 청구소송 건에 대해서도 같은 취지로 투자자 책임을 70%로 제한했다.
2007년 초 최소 1천500억 원이 동원된 코스닥 상장기업 루보의 주가조작 사건이 검찰에 의해 발표되자 증권사들은 뒤늦게 증거금 비율을 40%에도 100%대로 올렸지만 주가 폭락이 계속 이어지면서 속칭 `깡통계좌'가 속출했다.
이에 피해를 본 증권사들은 일반투자자들을 대상으로 매매대금 반환 소송을 진행, 100% 승소 판결을 받아왔다.
한편 증권업계는 주식거래 매매대금 미수금 관련 소송에서 법원이 중개인의 투자자 보호 의무를 이유로 증권사에 책임을 물린 것을 `매우 이례적인 일'으로 받아들이며 현재 진행 중인 루보 관련 소송들과 향후 진행될 유사소송에 영향을 주지 않을까 촉각을 곤두세우며 공동대응을 모색하고 있다.
js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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