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언론이 그간 널리 인용해온 미국의 대표적인 친한파 학자가 공식적인 자리에서 한일 대립을 ‘문재인 정권의 한국 탓’이라고 발언했다. 하지만, 국내 언론은 며칠째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14일, 일본의 유력경제지 ‘재팬비즈니스프레스(日本ビジネスプレス, JBPress)’는 “‘한일대립은 한국 탓’ 미국인 학자가 통렬하게 비판(「日韓対立は韓国のせい」米国人学者が痛烈批判)” 제하 고모리 요시히사(古森 義久) 산케이신문 워싱턴 주재 객원특파원의 칼럼을 게재했다.
고모리 특파원은 이날 영향력있는 미국의 대표적인 친한파(親韓派) 학자 스콧 스나이더(Scott Snyder) 미국외교협회 선임연구원의 최근 공식 발언을 집중 소개했다.
“스콧 스나이더, ‘한일대립은 文이 원인’이라고 말해… 日비판은 없어”
고모리 특파원은 칼럼의 서두에서 “한일대립의 격화에 대한 미국의 대응이 주목되는 가운데, 미국 내 한국연구에서 굴지의 저명학자가 한일대립의 원인이 한국 문재인 대통령의 잘못에 있다고 강하게 비판하는 견해를 발표했다”고 전했다.
그는 “8월 7일, 워싱턴의 대규모 싱크탱크 ‘헤리티지재단’이 ‘한일무역분쟁’이란 제목의 심포지엄을 개최했다”며 “이 심포지엄에 출석한 한국연구학자 스콧 스나이더(Scott Snyder, 미 외교협회 선임연구원) 씨는 현재의 일한대립은 문재인 대통령이 국내정치를 위해 대외정책을 정치적으로 이용해 대일관계를 희생시킨 것이 그 원인이라는 견해를 발표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스나이더 씨는 문 정권의 움직임이 1965년에 성립된 일한국교정상화조약에 위반한다며 ‘문 대통령이 국제조약의 준수를 소홀히 한 책임을 비판한다’고 발언했다”고도 소개했다.
고모리 특파원은 스나이더 선임연구원에 대해서도 소개했다. 그는 “스나이더 씨는 하버드대 대학원에서 한반도를 연구한 후 한국에 체류하며 연세대학에서 배웠다”며 “1990년대부터 스탠포드대학, 아시아재단, 미국평화연구소 등에 소속돼 미한관계, 한반도 정세 등을 중심으로 한국에 대한 많은 조사결과와 저서, 논문 등을 발표해왔다”고 전했다.
이어 “(스나이더 연구원은) 아시아재단의 서울주재대표를 맡은 경험도 있어 지금은 미국의 민간 초당파 외교정책기관 ‘외교관계평의회’의 상급연구원 겸 미한정책연구부장을 맡고 있다”며 “미국 내에서는 한국연구의 굴지의 권위로 알려졌으나 일한양국 간 역사문제 등에서 한국 측 주장을 지지한 경우도 있었다”고 강조했다.
고모리 특파원은 “스나이더 씨는 8월 7일의 심포지엄에서 패널 발언자로 나와 현재 일한대립의 원인에 대해 ‘문 대통령이 위안부 문제에서 일한외상합의에 기초한 재단을 해산시키고, 전 징용공 문제로 한국 대법원의 판결을 방치한 것이 잘못된 대일정책의 원인’라고 말했다”며 “일한대립의 원인이 문 정권에 있다는 견해다. 반면, 일본 측 움직임을 비판하는 발언은 없었다”고 덧붙였다.
“文의 사고방식은 잘못됐다”
고모리 특파원은 스나이더 연구원의 심포지엄 발언 취지를 아래와 같이 정리했다.
- 현재 일한대립과 관련해서 제(스콧 스나이더)가 우려하는 것은 문재인 대통령이 국내정치를 위해 국제관계와 대외정책을 정치적으로 이용해버린 점이다. 대통령 취임 후, 초기에는 대일관계도 잘 유지했다. 그런데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 일본과의 합의하에 설립된 재단을 해산시키고, 전 징용공에 대해서도 대법원의 판결을 일한관계의 전면에 내세워 자기 자신을 궁지에 몰아넣었다.
- 삼권분립이라고 하지만 행정의 최고 위치에 있는 대통령에게는 국내정치와 대외정책의 적절한 균형을 유지할 특별한 책임이 있다. 그 책임에는 1965년의 일한조약을 포함한 국제조약을 지키는 것도 포함된다. 문 대통령의 국내 지지율은 올랐지만 그 책임을 다하지 않고 외교에 대한 충분한 배려도 없이 대일관계를 한국 국내의 민족주의적 감정으로 흘러가는 것을 허용했다.
- 문 대통령은 위안부와 전 징용공 문제를 이용해 일본 측에 다시 과거의 (한반도 합병 등의) 여러 문제를 반성하고 사죄하도록 한꺼번에 강요하는 방법을 택한 듯하다. 하지만 이런 사고방식은 분명히 잘못됐다. 이런 방법으로 일본 측을 강제적으로 추궁하고 사죄 등을 강요해도 성의 있는 반응을 얻을 수 있을 리가 없다는 것은 명백하기 때문이다.
- 한국 대법원은 전시의 한반도 출신 노동자에 대한 배상금 지불을 일본 기업에게 명하는 판결을 내렸다. 판결은 어느 정도 존중돼야 하지만 국내 정치가 일한관계를 희생시키는 사태를 피하는 것은 대통령의 책임이다. 한국에서는 일시적으로 한국의 민간 또는 일본 민간에서 기부를 받아 배상금 지불에 쓰자는 안이 나왔다. 나는 그 안에 찬성한다.
고모리 특파원은 “스나이더 씨는 전체적인 상황에 대해 ‘나는 문 대통령이 대일관계를 지키기 위해 정치적 리더십을 발휘하지 않았던 점에 비판적이다’라고 다시 말하면서 현재 일한대립의 원인이 문 대통령 측에 있다는 인식을 명확히 표명했다”고 덧붙였다.
“스나이더 발언, 한국에 잘못 있다는 것을 예리한 표현으로 지적”
고모리 특파원은 “미국에서 일한대립에 대한 우려와 관심이 급속히 높아지고 있다”며 “트럼프 정권를 포함해 가장 일반적인 반응은 ‘미국이 일본 및 한국이란 동맹국과 긴밀하게 연대하고 북한의 핵 위협과 중국 군사팽창 위협에 대처해야할 이 시기에 일한양국이 대립하는 것은 그 연대를 저해하고 미국의 안전보장정책을 위협할 수도 있다’는 우려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트럼프 정권이 일한관계 사이에 들어와 화해조정을 해줄 것을 요구하는 의견도 커지고 있다”며 “그러나 트럼프 정권은 당초에는 조정에 대한 관심을 나타냈으나 그 후에는 소극적”이라고 짚었다.
그는 “이런 현상에 대해 현재 일한양국의 대립의 원인이 무엇이며 어느 쪽에 책임과 잘못이 있는지에 대해 미국의 민‧관은 언급을 피하는 경향이 강했다”며 “그런 태도는 어느 한편을 비난하거나 지지하면 다른 한쪽에서 격렬한 반발을 사게 되는 위험을 피하기 위한 일종의 자숙이라고 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그런데 이번 스나이더 씨의 발언은 그러한 자숙에서 벗어나 한국 측에 잘못이 있다는 것을 예리한 표현으로 지적했다는 점이 주시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국내 언론들은 스나이더 선임연구원의 이같은 공개적인 문재인 정권 비판 발언에 대해 사실상 함구로 일관하고 있다. 이에 일각에선 국내 언론들이 ‘미국과 긴밀히 소통중’이라는 식의 문재인 정권 입장을 대변해 주고 있는 게 아니냐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 본 기사의 번역은 박아름 씨의 도움을 받아서 이뤄진 것입니다.
[편집자주] 그동안 한국의 좌우파 언론들은 중국과 북한의 갓끈전술 또는 이간계에 넘어가 늘상 일본의 반공우파를 극우세력으로, 혐한세력으로만 매도해왔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일본의 반공우파는 결코 극우나 혐한으로 간단하게 치부될 수 없는 뛰어난 지성적 정치집단으로, 현재 문재인 정권을 배출하며 중국과 북한에 경도된 한국이 경계하거나 대비해야할 것들에 대해서 국외자와 제 3자의 시각(또는 devil's advocate의 입장)에서 한국의 그 어떤 언론보다도 도움이 되는 얘기를 많이 해주고 있습니다. 미국에 뉴욕타임스와 워싱턴포스트만 있는 것이 아니듯이, 일본에도 아사히와 마이니치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미디어워치는 한국 외신 시장에서 검열되어온 미국의 자유보수 세력의 목소리는 물론, 일본의 자유보수 세력의 목소리도 가감없이 소개해 독자들의 국제감각과 균형감각을 키워드릴 예정입니다. 한편, 웹브라우저 구글 크롬은 일본어의 경우 사실상 90% 이상 효율 수준의 번역 기능을 제공하고 있으며, 이는 일본의 고급시사지라도 웹상에서는 한국 독자들이 요지를 파악하는데 전혀 장애가 없는 번역 수준입니다. 미디어워치는 한국 독자들이 일본쪽 외신을 접하는데 있어서, 편향되고 무능한 한국 언론의 필터링 없이 일본 언론의 정치적 다양성(특히 자유보수 세력의 목소리)과 뛰어난 정보력(특히 중국과 북한, 동아시아 문제와 관련)을 가급적 직접 경험해볼 것도 권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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