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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업자 해결문제, 가히 '종교적' 소명이 되어야

[국정아젠다 4차 토론회]국가 지도자의 리더십이 경제 살린다

김승웅 (빅뉴스포럼 대표)=


정치(권력)와 경제는 따로 노는 것이 아니다. 정치가 바로 경제다. 미 백악관-재무부 관계를 놓고 설명해 본다.

미 재무부는 백악관과 담 하나 사이로 붙어있다. 국방부가 멀리 포토맥 강(江) 건너편 펜타곤에, 또 국무부가 찻길로 15분 떨어진 포기 바텀(Foggy Bottom : 안개가 자주 낀다 해서 붙인 별명)에 위치해 있는 데 반해, 재무부만은 백악관 지척에 놓여있다.

재무부는 백악관의 부속 건물이라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심지어 재무부와 백악관 사이에는 비밀 지하통로까지 부설되어 있어, 역대 대통령 가운데 바람 잘 피던 케네디나 존슨 대통령의 총희(寵姬)들의 경우 이 비밀 지하 통로를 통해 백악관의 밀실 아지트에 발을 들이기까지 했다. 우연히 그리 된 것이 아니라, 아예 워싱턴 DC라는 도시를 지을 때부터 그렇게 만들어졌다.

프랑스의 랑팡(L'enfant)이라는 유명 건축가가 워싱턴 DC를 만들 때 역대 유럽 왕조, 그중에도 프랑스 부르봉 절대왕조의 대장성을 그대로 흉내내 재무부를 백악관 왕조 바로 곁에 설치한 것이다. 왕에게 제일 중요한 것은 금고(Treasury)였기 때문이다. 미 재무부 장관은 말 그대로 `금고 지기`로, 왕(대통령)의 지시가 떨어지지 않는 한 금고문은 열리지 않는다.

미 재무부를 나타내는 영어 명칭은 그래서 지금도 Dept. Treasury다. 말 그대로 `금고 지키는 부서`다. 왕(대통령)의 어림군(경호원) 봉급도 왕궁이 아닌, 금고 지기(재무부장관)가 지급한다. 금고가 왕궁에 속해있기 때문이다.

이 말은, 왕이 금고 관리에 정통해야 한다는 표현에 다름 아니다. 금고 속의 재정(경제)을 모르는 대통령은 국가지도자로서 명명백백한 결격자다. 오늘 날 "경제난제의 해결사는 다름 아닌 바로 국가지도자"라는 결론의 포구(浦口)에 이르기위해 백악관 ~ 재무부라는 먼 뱃길을 돌았다.

지금 우리의 경제성장률은 4년 전 대선 공약 때 노무현 대통령 후보가 내건 7%의 경제성장률에서 4.2%로 뒷걸음 쳐버렸다. 대부분의 선진 OECD국가들의 1인당 국민소득이 3만 달러를 넘고있는데도 우리의 소득은 1만 8천달러 선에서 제자리 걸음마 상태에 있다. 이러한 책임은 정치에 있다. 더 정확히 말해, 대통령의 책임이다.

`대통령` 하면 정치 후진국 국민들에게는 아직껏 감동적 직책으로 인식되어 왔다. 우리 역시 이 정서에 상당부분 얽매어 있다. 20세기 말 넬슨 만델라 전 남아공화국 대통령의 등장이 그 대표적 사례다. 수 십년을 백인지배의 질곡속에 시달려 온 이 나라에, 절해고도 감옥에서 만 27년을 보냈던 만델라가 대통령에 당선됐다는것은 분명 감동적인 이벤트였다.

대통령에 당선 되고나서 그를 태운 대통령 모터게이트가 시내를 통과하면 요하네스버그 시민들은 덩실덩실 춤을 췄다.

대통령은 취임사를 통해 자기를 그토록 압제한 그 백인 정권을 용서한다고 공언했다. 이처럼 감동이 그 나라를 지배했다.

체코의 시인 대통령 하벨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감동 일색이었다. 과도한 흡연으로 폐암 진단을 받은 하벨 대통령이 폐 수술을 받던 날, 둘러싸인 기자들로부터 마지막으로 담배 한대 얻어 피우며 수술실로 들어가는 자기나라 대통령을 TV를 통해 지켜보던 체코 국민들은 모두 울먹였다. 자칫 마지막이 될지도 모를 문객(文客) 대통령에 대한 사랑때문이었다.

감동은 이처럼, 그 감동을 유발하는 스테이지크래프트(무대 기술)와 함께 국가지도자가 갖춰야할 중요한 덕목 가운데 하나임이 분명하다.

문제는 지금의 우리 상황이다. 감동 하나만으로 만사가 풀려질 상황이 아니라는 데 문제가 있다. 지금의 우리에게 절실한 것은 감동이 아니라 경제난 해소, 구체적으로 즐비한 실업자 군상에게 일자리를 제공해 줄 수 있는 국가 지도자의 능력과 안목이다. 청장년을 포함한 실업자 1백 20만에 잠정 실업자 2백 80만을 합쳐 도합 4백만의 실업자가 거리를 배회하고 있는 지금의 상황에서 국가지도자가 불러일으킬 감동은 우리에게 더 이상 필요하지 않다.

감동이라는 것, 없는 것 보다야 낫겠지만, 4백만 실업자에게 당장 필요한 것은 뜨겁다가 10분 지나면 금새 식기 마련인 `감동`이 아니다. `배부르고 등 따숩게 해 줄` 대통령이 필요한 것이다. 국가지도자의 무대기질이 아니라 '해결사 기질'이 절실한 것이다.

남북 정상 회담? 좋다. 7년 전 남북한 지도자가 평양에서 서로를 끌어안던 건 분명 국민적 감동이었다. 허나 지금은 아니다. 그 회담이 설령 재연된다 쳐도, 안 열리는 것 보다야 낫겠지만, 감동 수준에 이르지는 못한다.

왜냐. 감동이 밥 먹여주지 않는 것임을 국민 모두가 알기 때문이다. 만델라가 퇴진 후 남아공이 세계 최고의 빈곤국, 그 나라 수도 요하네스버그가 세계 최대의 범죄발생 도시로 바뀐 것만 봐도 그렇다.

그런데도 대선을 앞둔 지금, 세상 돌아가는 걸 가만히 들여다보면, 정작 손을 쓸 경제 현안은 덮어둔채 자꾸만 7년 전의 그날을 리바이벌 시키려 드니 안타까울 뿐이다. 퇴색하고 산화된 감동의 편린만을 찾으려 들 뿐, 정작 학업에는 뜻이 없다는 느낌이 든다.

플라톤은 희랍시대에 가장 이상적인 정치지도자로 철학자를 꼽았다. 마찬가지로 미국 같은 나라에서는 역대 대통령 모두가 취임식 날 성서위에 손을 얹고 취임선서를 한다. 국민의 60%가 기독교 신도인 미국에서는 기독교를 믿는 대통령을 가장 이상적인 지도자로 보기 때문이다.

우리 경우, 이상적인 국가지도자는 누구인가. 내 사견이지만, 철학도일 필요도, 미국처럼 반드시 기독교도일 필요도 없다고 본다.

다만 하나, `종교적`일 필요는 있다고 본다. 종교를 가지고 있다는 것과 종교적이라는 말은 다르다. 다시 말하자면 이상적인 우리나라 지도자는 매주 교회에 나가지 않더라도, 또 법당에서 예불을 들이지 않아도 좋다. 허나 종교적일 필요는 있다.

지금 상황에서 무엇이 핵심 현안인지, 또 현안을 찾아낸 즉 그 해결을 위해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 할 수 있는 영감(靈感)을 지닌 인물이면 된다.

이 영감은 비전을 가진 자의 전유물이다. 비전은 오직 `종교적`인 사람만이 지닐 수 있다. 비전은 흔히 정치인들이 자랑하는 야심과는 다른 것이다. 야심만으로는 자신의 신분상승은 이룰 수 있되 지금의 실업자 대군(大群)을 건져낼 수 없다.

실업자 해소 문제는 이처럼 비전 없이는 안된다. 여기서 `종교적`이라는 말을 그리 어렵게 생각할 것도 없다. 지금의 난제인 `경제 살리기` 그리고 `실업자 구제를` 가히 `종교적` 수준의 소명(召命)으로 받아들일 지도자면 그걸로 족한 것이다.

또 대통령 스스로가 반드시 경제의 대가나 경제 전문가가 아니어도 좋다. 국정의 제일 과제와 당면 현안인 `경제 살리기`와 `실업자 해소`를 최우선시하는 지혜로운 경제 테크노크래트를 발탁, 옆에서 누가 뭐라해도 그를 전폭 지지하고 밀어주면 된다. 레이건이 그랬고 클린턴이 그랬다.

금리 조절 하나로 미국 경제를 6명의 대통령 밑에서 장장 19년의 호황으로 이끈 앨런 그린스펀 전 연방은행 준비제도 이사장 같은 인물을 발탁하면 된다.

영국의 경제학자 알프레드 마샬은 경제를 진작시키는 요체(要諦)의 하나로 경제학자 (구체적으로는 위정자를 뜻한다고 봐야한다)의 `뜨거운 가슴`을 강조했다. 연구실을 빠져나와 툭하면 런던 뒷 골목의 빈민들 참상을 목격한 마샬은 바로 `뜨거운 가슴`을 통해 경제학이라는 사회과학의 실천성을 강조한 것이다. 학자도 그러했거늘, 항차 국가지도자야 두말 할 나위 있겠는가.

국가지도자가 지녀야할 최고의 덕목이 바로 이 `뜨거운 가슴`이다. 실업자를 내 동생 내 자식으로 불쌍히 볼 줄아는, 연민의 가슴을 지닌 지도자가 필요한 것이다.

훌륭한 정치지도자가 나와야 경제가 산다. 거듭 밝히지만, 정치와 경제가 따로 노는 것이 아니다. 정치가 곧 경제다. 경제학이 영어로 `Political Economy`라 불린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정치가 바로 경제라는, 이 너무나 뻔하고 자칫 `새 똥 빠진` 소리로 비칠 법한 이 얘기가 이번 나의 주장 한번으로 그치기만을 간절히 바란다.



/빅뉴스포럼 대표


제4차 토론 <국가 지도자의 리더십이 경제를 살린다> 발제 목록



[주발제] 경제 살리기 위한 리더십의 비전과 과제
*국가발전 비전-전략 갖춘 리더십 절실
*'선진형 노사문화'의 정착 최우선 과제로
*스스로 모범을 보이지 않는 리더십은 가라
*개방-자유무역-국익우선 실용노선 걸어라

[공동발제]
http://www.bignews.co.kr/news/article.html?no=94049"target="_blank"> *국민 편안하고 잘살게 해주는데 눈 돌려라
*정치-경제 균형적 리더십 갖춘 대통령 필요
*신뢰-비전-상상력 갖춘 리더는 어디 있나
*경제-민생 우선시하는 지도자 뽑아야
*실업자 해결문제, 가히 종교적 `소명`이 되어야!
*국가지도자가 갖추어야 할 5가지 덕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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