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털의 검열 무서워 규제 주저하는 한겨레
포털의 뉴스와 검색기능, 그리고 댓글에 대한 법원의 판결이 나오자, 인터넷과 신문, 방송 등에서 연일 비판적인 기사와 칼럼이 쏟아지고 있다. 특히 중앙일보와 한국일보 그리고 서울신문의 경우 신문법 및 검색서비스사업자법 등 조속한 법제정을 촉구하고 나섰다.
그러나 이러한 움직임과 달리 가장 진보적인 매체라는 한겨레신문사에서는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사설을 내보냈다. 물론 한겨레는 그간 포털에 대한 감시 측면에서는 지속적인 노력을 해온 언론사이다. 문제는 관점일 가능성이 높다.
한겨레는 21일자 사설에서 포털의 사회적 책임을 묻을 뒤, 포털의 자의적인 삭제 등을 통한 검열 문제도 제기했다. 문제가 되는 문단은 다음과 같다.
“포털의 사회적 책임을 강화하는 걸 반대할 이유는 없지만, ‘책임론’이 오히려 포털의 자체 검열을 부추긴다는 점도 염두에 둬야 한다. 포털에 대한 비판이 날로 거세지면서, 민감한 정보를 스스로 차단하는 자체 검열이 날로 심해지는 게 요즘 현실이다. 특히 기업 비판 따위에 대해서는 과하다 싶을 정도로 반응한다. 어떤 기업이 포털을 통해 유통되는 이야기를 문제삼으면 순식간에 포털에서 관련 글들이 자취를 감추는 경우가 드물지 않다. 이 때문에 이용자들과 마찰을 빚기도 한다.
포털의 검열은 포털 탓만이 아니다. 지난 1월 개정된 정보통신망법은 포털 같은 정보통신 서비스 업체의 자체 검열을 사실상 정당화하고 있다. 이런 상황이기에, 포털의 글 삭제나 차단 권한의 남용을 막을 세부적인 규제 장치도 시급하다. 이런 장치를 만들지 않고 포털의 책임만 강조하다보면, 포털이 자유로운 비판과 토론이라는 인터넷의 장점을 가로막는 ‘괴물’이 되고 말지도 모른다.“
즉 포털을 규제하면 포털 스스로 민감한 글 등을 삭제할 가능성이 높아 자유로운 비판과 토론이라는 인터넷의 장점을 가로막는 ‘괴물’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경고한 것이다.
이러한 관점은 비단 한겨레 뿐 아니라 어설픈 좌파 신자유주의자들의 공통적인 발상이다. 필자는 지난 해 정보통신부 주최 토론회에서 진보네트워크의 한 변호사로부터 한겨레 사설과 똑같은 이야기를 들은 바 있다. 포털은 영리를 추구하는 기업이기 때문에 과도한 규제를 하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면서까지 무차별 글 삭제를 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그래서 결론은 포털을 규제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언론개혁을 주장하며 지난 2년 간 포털 옹호론을 펼친 미디어오늘 역시 오늘 비슷한 보도를 했다. 포털 비판 사설을 소개한 뒤, 유독 한겨레의 사설만을 구체적으로 인용하며, 이 부분을 강조한 것이다.
진보좌파들이 거대 자본 포털을 옹호하는 미스테리
어찌보면 지난 2년 간 포털 비판이 지속되오면서 미스테리에 가까운 논점, 어째서 자본과 싸워온 진보좌파가 인터넷거대 자본 포털의 앞잡이 노릇을 하느냐에 대한 근본적인 답이 될 수도 있는 사안이다.
필자의 입장에서 미디어오늘과 민언련과 같은 사실 상의 친노무현 매체 및 시민단체가 거대 자본 포털을 옹호하는 이유는 정치적이라 판단한다. 조중동이 장악한 신문시장을 죽이기 위해 신문에 대한 강력한 규제를 하고 포털과 무가지에 대해서는 방관하는 전략을 쓰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포털은 정보통신부가 장악 장악하고 있으므로 선거 때 현 정부에 유리한 편집을 할 것은 명확한 일이다.
그러나 진보네트워크 같이 정권과 전혀 별개로 움직이는 좌파 시민단체들 역시 포털을 옹호하는 것을 보면 노무현 정권과의 코드만으로 이를 다 설명할 수는 없다. 이들은 아직도 포털이라는 공간이 네티즌들의 자유로운 비판과 소통이 가능하다고 믿고 있는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이들의 주장이 설득력이 있는 것은 아니다.
이미 포털은 포털에 불리한 글은 감추고 있었다
한겨레는 포털에 규제를 가하면 민감한 글을 삭제할 거라 걱정하고 있다. 그러나 한겨레 논설위원들은 중앙일보와 서울신문의 사설을 검토했어야 했다. 중앙일보와 서울신문은 벌써 포털이 포털에 불리한 기사들은 감추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한겨레 논설위원들은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즉, 규제가 있든 없든 간에, 포털이라는 거대자본이 뉴스를 취사선택 및 배치한다면, 필연적으로 자신들의 돈벌이와 유착될 수밖에 없다. 포털 비판 뉴스를 포털 메인뉴스면에 배치할 수가 없다는 것이고, 이는 마치 삼성이 중앙일보를 경영할 때, 삼성비판 기사가 중앙일보에 못 실리는 것과 똑같다.
한겨레 사설의 주장대로라면 포털에 대해서 규제를 하지 않으면 네티즌의 알 권리가 신장되어야 마땅하다. 그러나 지금껏 규제가 아예 없었을 때의 포털의 뉴스 편집 및 게시물 관리가 괜찮았다는 전례를 제시해야 한다. 지금까지의 포털은 돈벌이가 될 만한 기사는 무조건 메인에 올렸으며, 자사에 조금이라도 불리한 기사는 무조건 감추었으며, 때론 자사에 불리한 정책을 내세운 정치인에 대한 보복 기사도 감행했다. 한겨레는 이런 사실을 몰랐단 말인가.
한겨레가 걱정하는 대로 포털이 규제를 가하면 무차별 삭제를 하는 수준의 사업체라 할 때, 한겨레가 제기해야하는 문제는 규제를 신중히 하라는 차원이 아니다. 바로 이런 수준의 형편없는 기업이 네티즌들의 표현의 자유와 알 권리의 영역을 결정하고 있는 지금의 인터넷언로 상황을 문제삼아야 한다.
고로, 언론개혁진영이 재벌들의 언론의 소유및 경영을 금지시켰듯이, 인터넷재벌 포털의 언론기능을 박탈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게 진짜 진보이고 진짜 개혁이고 진짜 좌파이다.
오늘자 한겨레 사설은 바로 표현의 자유를 보호하자며, 결국 자본의 앞잡이 노릇을 하고 있는 좌파 신자유주의 노선에서 한치도 벗어나지 못했다. 그리고 한겨레 논설위원들이 이런 수준의 판단밖에 못 내리는 이유는 그들이 즐겨 보는 미디어오늘, 그들이 언론 문제라면 성경처럼 따르는 민언련의 영향을 90%는 받았을 거라 확신한다.
한겨레는 포털을 걱정할 것이 아니라 거대 자본 포털을 때려부수며, 포털에게 빼앗긴 공론기능을 인터넷한겨레로 가져오는 방법을 연구해야 한다. 언론사들이 이러한 관점을 가져야만 인터넷공론장이 제대로 설 수 있다. 포털이 자꾸 삭제하면 포털에서 글 안 쓰고 언론사 닷컴에서 쓰면 안 되냐는 말이다. 왜 거대 자본 포털에게 제발 공정하게 뉴스를 편집해달라고 사정하는가. 이런 발상을 지속적으로 주입시키고 있는 세력이 바로 미디어오늘과 민언련이다.
그래서 포털 개혁 및 언론개혁진영의 탈 권력화는 안티 미디어오늘과 안티 민언련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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