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발생한 골든로즈호 침몰사고의 파장이 갈수록 확산될 조짐이다.
우선 사고가 발생한 해역이 중국의 영해에 해당하는지 여부부터 논란이 되고 있다.
사고발생 직후 우리 해경은 1차로 수색구조작업 동참의사를 중국 측에 타진했지만 중국은 사고지점이 `12해리 영해'에 포함되는 수역임을 주장하며 이를 거부했다.
문제는 사고 발생 해역이 중국 본토나 섬 등에서 최소 38해리나 떨어져 있어 공해 또는 배타적경제수역(EEZ)에 해당되는 곳이 거의 분명해보인다는 점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사고 직후 실종선원을 찾는 일이 급선무라는 점, 중국 측이 산둥(山東)반도 이북에 대해 영해를 정하는 기준이 되는 해상좌표를 선포하지 않고 있다는 점 등 현실적인 이유를 들어 중국의 주장에 강력히 대응하지 못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실종선원 수색이 급한 사고발생 직후의 상황에서는 정부의 이런 설명이 어느정도 이해될 수 있지만 수색.구조작업이 상당히 진행된 상황에서도 정부가 적극 `공해에서 발생한 사고'임을 주장하지 못한 것은 다분히 문제가 있다는 지적을 하고 있다.
실제로 사고발생 이후 지금까지 수색.구조작업은 물론 사고원인 규명작업은 중국 측이 주도하고 있다.
중요한 점은 사고 원인 규명후 그에 따른 손해배상과 책임자 처벌 등이 현재 진행중인 중국 측 조사결과를 토대로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한국인 선원 7명을 포함해 선원 16명이 숨지고 선박은 물론 선적물인 철재 코일 5천900t이 가라앉은 사고규모로 볼 때 손해배상 문제가 향후 골치아픈 현안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중국 해사당국은 가해자로 보이는 중국 컨테이너선 진성(金盛)호에 대해 조사하고 있지만 아직 조사결과를 발표하지 않고 있다.
진성호를 둘러싸고 그동안 제기됐던 의문들도 현재까지 드러나지 않고 있다.
진성호가 다른 배와 충돌한 후 왜 아무런 구조조치없이 현장을 떠났는 지와 사고 지점을 떠나 다롄(大連) 항에 입항할 때까지의 행로를 놓고 여러가지 논란이 빚어져 왔었다.
특히 진성호 선원들은 당시 가벼운 접촉사고 정도인줄 알고 현장을 떠났으며 다롄항 입항후에야 충돌사실을 알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나 사고 발생시간인 12일 새벽 3시8분부터 신화통신이 보도한 이 배의 다롄항 입항시간인 당일 오후 2시50분까지 12시간의 행적이 묘연한 상황이다.
사고지점은 다롄항으로부터 38마일 지점으로 통상 3-4시간 거리에 불과한데 나머지 시간을 어디서 뭘하며 지냈는지를 규명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사고원인 규명과 관련해 중요한 변수가 또 있다. 중국 측이 주도하는 수색과정에서 선장의 시신이 조타실 밑에 있는 3층 선실에서 발견된 것으로 알려진 점이다.
해양법 전문인 김찬규 경희대 명예교수는 "선장이 선실에 있었다는 것은 선박의 통제를 하지 않고 잠을 잤다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데 이는 향후 사고 원인 규명에 있어 중요한 사항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다시 말해 이번 사고의 원인이 공동과실에 의해 발생했는 지 여부를 규명하는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특히 사고원인이 피해선박에 있었다고 할 경우 가해선박의 책임은 그 만큼 줄어들 가능성도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상황이 심상치 않게 돌아가면서 정부의 움직임이 관심사가 되고 있다. 정부는 일단 사고해역이 중국 영해인 지 여부에 대해 본격적으로 문제제기를 하고 있다.
송민순 외교통상부 장관은 지난 21일 국회 통외통위에 참석, 중국 측의 영해주장을 "인정하지 않는다. 중국이 해당지역을 불분명한 상태에 두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분명히 문제를 제기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송 장관은 또 중국이 초기에 우리 측의 진입을 허용하지 않는데 대해 "국적법과 관련 절차에 따라 앞으로 따져나가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사고를 유발한 중국 측 선박 진성호에 대한 중국 측 조사결과를 지켜본 뒤 대응수위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송 장관은 "향후 조사결과에 대해 이의를 제기할 사안이 있으면 그때 해야 하며 현재 조사단계에서 관여하면 나중에 우리가 취할 조치의 유효성과 합당성에 이의가 제기될 수 있다"고 말했다.
조중표 외교부 제1차관도 23일 베이징(北京)에서 우다웨이(武大偉) 외교부 부부장을 만난 자리에서 골든로즈호 사고현장이 중국 영해인지 여부에 대해 외교경로를 통해 협의하자는 뜻을 전했다.
하지만 정부의 이런 움직임이 얼마나 효과를 발휘할 지 의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중국 주도로 사고원인이 규명되고 난 뒤에는 책임소재 규명 등에 있어 한국이 불리해질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결국 초기 단계에서 `공해여부'에 대한 분명하고도 신속한 판단을 하지 못한 것이 계속 우리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일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lwt@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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