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전 서울시장 측이 다급하긴 매우 다급한 모양이다.
아니 다급한 정도가 아니라, 추락하는 지지율로 인해 아예 얼이 빠진 것 같다.
하긴 ‘이명박 아성’으로 여겨졌던 서울에서마저 그에 대한 지지율이 급격히 빠져 나가는 상황이고 보면, 넋이 나가는 것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실제 그는 서울시장을 지냈다.
따라서 다른 곳이 모두 무너져도 서울에서 만큼은 결코 무너지지 않을 것이란 자신감을 가졌을 것이다. 하지만 영남권을 강타한 ‘박풍(朴風)’은 충청 강원권을 휩쓸면서 서서히 북상을 하고 있다. 이제 ‘박풍’이 ‘태풍’으로 돌변해 수도권 전역을 뒤흔들어 놓는 것은 단지 시간문제일 뿐인 것 같다.
물론 아직 ‘박풍’이 수도권에 상륙한 것은 아니다. 그런데도 ‘박풍’이라는 단어 하나에 가장 타격을 입은 곳이 바로 이 전 시장의 ‘아성’으로 여겨졌던 서울이다.
구체적으로 여론조사 결과가 이를 증명해 주고 있다.
지난 28일 중앙일보 JOINS 풍향계 여론조사(R&R) 발표에 따르면 서울에서 이 후보의 지지율은 1주일 전 48.6%에서 37.4%로 무려 11.2%나 하락한 반면 박 후보의 지지율은 22.4%에서 30.5%로 8.1% 증가했다.
이에 따라 서울에서 두 후보의 지지율 격차는 26.2%에서 6.9%차로 크게 줄었다.
또 서울시의원들 64명 명의로 이명박 전 서울시장을 지지했던 일은 취소되고, 한낱 해프닝으로 막을 내리는가 하면, 서울시의원 한나라당 협의회 대표가 박근혜 캠프에 합류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심지어 오세훈 서울시장은 최근 그의 재임 기간에 대해 사실상 ‘낙제점’을 준 일까지 있다.
실제 오 시장은 지난 26일 창의시정 1주년을 맞아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창의사례발표회`에서 `취임 당시로 거슬러 올라가 생각해 보면, 당시 적어도 서울시는 위기에 빠져 있었다`고 회고했다.
즉 이 전 시장의 재임기간동안에 행해진 서울시정에 대해 ‘위기였다’라는 최악의 진단을 내린 것이다.
더구나 최근에는 그가 사실상 대표일지도 모른다는 의심을 받고 있는 회사가 강동뉴타운 인근 지역에 부동산 장사를 하고 있는 사실이 밝혀져 논란이 일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상태에서 그에 대한 지지율이 급격하게 빠져 나가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일 것이다. 한마디로 ‘이명박 아성’이라는 단어가 무색할 만큼 서울에서의 이 전시장 지지율은 급속히 추락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 때 이명박 캠프가 꺼낸 카드라는 것이 바로 ‘자체여론조사 결과 발표’인 것이다.
자체 여론조사결과는 대체로 적을 알고 자신을 알기 위해 실시하는 것이다. 따라서 외부에 발표하지 않는 게 상식이다.
물론 간혹 자체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하는 일이 있기는 하지만, 그것은 2위 후보가 1위 후보를 따라잡기 위한 전략으로 여론을 호도할 필요성이 있는 경우에만 사용하는 게 일반적이다.
이 때 대체로 10% 내외정도로 자신이 앞선다고 주장하는 게 상식이다. 너무 앞선다고 주장하면, 터무니없기 때문에 조롱거리가 될 것이고, 그 격차를 지나치게 줄이면 여론조사결과를 발표하는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명박 진영이 다급하게 자체여론조사결과라는 것을 발표했는데, 그것이 너무나 교과서적이어서 웃음보가 터질 지경이다.
실제 이 후보 캠프는 지난 30일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한국갤럽`에 의뢰해 여론조사를 실시했다고 발표했다. 그랬더니 이명박 후보의 유권자 선호도는 40.4%, 박근혜 후보 선호도는 25.9%로 양 후보간 격차가 14.5%로 벌어졌다는 것.
상식을 그대로 따랐다는 느낌이 드는 수치다. 하지만 이제 이 같은 여론조사결과를 그대로 믿는 어리석은 국민은 없을 것이다. 어쩌면 이명박 캠프도 국민들이 이를 액면 그대로 믿지는 않을 것이란 점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왜 이명박 캠프는 국민들이 믿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이처럼 다급하게 ‘믿거나 말거나’식의 자체여론조사 결과라는 것을 발표해야만 했을까?
그것도 아주 교과서적으로 10%내외의 격차가 벌어지고 있음을 주장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혹시 실제 여론조사 결과, 1위는 이명박 전 시장이 아니라 바로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라는 사실을 자신들이 잘 알고 있기 때문은 아닐까?
고하승 편집국장 / 시민일보(www.siminilbo.co.kr)
ⓒ 미디어워치 & mediawatch.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