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14일. 노동적위대 창설 54주년이다. 북한은 6·25 전쟁에 참전했던 중공군이 철수한 이후 병력부족을 보충하기 위해 1959년 1월 10일 노동자, 농민, 제대군인, 학생 등 약 50만명으로 노농적위대를 창설했고 14일 군단급 노동적위대를 만들었다.
노동적위대는 만 47세부터 60세까지의 교도대 미편성자와 노동자 농민 사무원을 대상으로 직장및 행정단위별로 편성되며 지휘관은 해당 직장 및 지역의 노동당 책임비서가 참모장은 노동당 민방위부장이 맡는다.
현재 약 400만명으로 추산되는 이들의 주임무는 민방위 엄무와 함께 직장과 주요시설의 경계 및 지역방어 대공방어에 있다. 하지만 김정은 체제 유지를 위한 모든 일에 활용되고 있는 게 실상이다.
참고로 교도대는 북한의 예비전력 중 가장 핵심이 되는 민간군사조직으로 만 27세~50세 사이의 제대군인 남녀로 구성돼 있으며, 붉은청년근위대는 중학교 4~6학년생들로 구성된 청소년 예비군이다.
노동적위대를 중심으로 한 북한의 이들 비정규군은 무려 6백여만명. 쉽게 말해 노동적위대는 우리의 예비군, 민방위에 해당한다.
북한이 연평도 공격 이후 비상경계태세에 돌입, 교도대·노동적위대 등을 소집한 정황이 확인됐다고 대북 라디오 방송이 밝힌 바 있다. 농장과 공장에서 일하던 이들을 일시에 동원한 것이다.
식량난이 심각해지며 탈북자가 속출하자 노동적위대까지 동원해 단속에 나섰다는 보도도 나온 바 있다.
노동적위대는 이와 같이 군사적 활동은 물론이고, 국가 체제를 위한 여러 가지 명목으로 활용되고 있다.
전세계 어느 나라를 둘러보아도 강제로 노역 시키는 데 대한 조항은 없다.
노동적위대는 “인민이 혁명적 군사사업의 주인이며 인민의 무궁무진한 힘과 나라의 모든 잠재력을 조직 동원해야 한다” 는 김일성의 군사관에 기초해 만들어졌다. 인민이 혁명적 군사사업의 주인? 말은 참 바른 말이다.
그 주인이라는 이들이 김정은을 위해 움직이고 있는 현실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북한이 43만명에 이르른 건설돌격대라는 정규군체제를 지난 2010년 개편한 바 있다.
말이 건설돌격대이지, 그야말로 강제노역부다. 이들의 임무는 북한 당국이 국가나 지방의 주요건설 공사를 위해 공장이나 기업소에서 강제로 차출한 인원인데 ‘노동적위대’나 ‘붉은청년 근위대’의 구성원이 대부분이다.
당시 돌격대로 차출되는 게 싫어 많은 이들이 작업장에서 이탈했다는 보도가 나온 바 있다. 도망친 돌격대원들을 무조건 현장에 복귀시키라는 북한당국의 지시문이 전국에 뿌려졌었다고 한다.
북한이 강성대국을 내세우며 평양에 살림집 10만호를 완공하겠다고 공언해왔지만 변변한 중장비도 없어 모든 것을 순수 몸으로만 해결해야 했으며, 시멘트까지 부족해지자 실패하지 않았던가.
그마저도 모든 인민을 위한 열린 주택이 아닌 핵심계층을 위한 현대식 아파트 건설이었으니 말 다 했다.
그 뿐인가 과거 과학자와 기술자들로 구성된 과학기술자돌격대는 당면한 과학기술 문제를 해결한다는 취지로 당시 중요 생산기업과 건설공사장에 있던 이들을 강제로 차출한 전위대였다.
5년간 국가사업인 거대한 규모의 갑문공사에 참여토록 했었다.
현실을 기만하고, 돌격대라는 이름만 붙이고 계급장만 달아줄 뿐 실상 인민을 위한 배려는 하나도 없다.
이미 김정은에게 주민들은 그저 강제로 동원할 수 있는 노예와 같을 뿐이다. 이름만 그럴싸하게 만들어 놓고 자신을 위한 체제를 구축해주는 노역꾼이다.
더 솔직히 말하자면 북한에 이미 인권은 없다. 인민을 지킨다는 데 중점을 두고 만들어진 이들 노동적위대는 실상 노동력 착취와 3대 세습 유지에 이용되고 있다.
북한이 ‘전 인민의 무장화’, ‘전 인민을 군사요원으로’는 북한이 과거 외친 사회주의 헌법 규정이다.
통일을 위한 준비라는 명목으로 소년, 소녀, 청년, 학생, 노인, 부녀자 전원이 군대에 소속돼 김정은의 명령에 따라야 하는 것은 얼마나 잘못된 일인가.
정신력이 무너지고 대량 아사로 병력이 감소하고 있다는 뉴스가 전해진 바 있다. 북한은 여군수를 더 늘리며 부족해진 병사수를 메웠다고 한다.
병사수가 급감하고 사망자가 늘어나는 것은 경제적인 문제로 인한 식량난인데 이를 보완할 생각은 못하고 숫자 맞추기에만 급급한 것이다.
열악한 신체조건을 극복하고 군대에 입대했지만 고된 훈련과 배고픔으로 다시 영양실조에 걸리는 군인들이 늘어나봤자 유사때 제대로 전투나 하겠는가. 그야말로 종이호랑이다.
북한이 수십년을 통일을 위한 준비를 해온 결과가 뭔가. 김씨 3대 세습을 유지하고, 지금의 기이한 북한의 지배구조를 만들어내는 데 기여한 것이다. 통일을 더 멀게 만든 것이다.
북한의 수백만 군대는 과연 주민들을 지키기 위한 것인가. 아니 북한을 위한 것이긴 한 것인가. 김정은 개인을 위한 사조직이나 다름 없지 않은가.
김정은은 자신의 욕심을 위해 모든 주민들에게 희생을 강요하는 ‘노동적위대’를 해체하라. 북한이 말하는 대로 나라의 주인이 인민이라고 생각한다면 말이다.
김승근 기자 hem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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