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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와 NLL붕괴, 문재인과 미한합병

만약 미국과 남한이 합병하려고 한다는 소문이 돌았다면 문재인 측 반응은?


심상근
2013. 06. 27.

요즈음 한국 정치인들의 발언을 들으면 한국에 수학공부를 강화시켜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수학으로 다소나마 훈련된 두뇌는 그런 식으로 논리도 없이 마구잡이로 이야기하지 않는다.

대칭적 비유로서 사실관계를 분명히 하자면, 예를 들어서, 진보정권 하에서 다음과 같은 소문이 파다하게 돈다고 가상하자: “지난 번 보수정권 당시, 한국 대통령과 미국 대통령이 정상회담을 할 때, 그 회의록에 의하면 한국을 미국의 51번째 주로 미국에 귀속시키는 가능성에 대하여 이야기를 하였다고 한다. 그 회의록은 2급 비밀문서로서 국정원에 보관되어 있다고 한다.”

이 경우, 그 가상적인 진보정권의 핵심 정부인사들과 핵심 국회의원들 등은 그 비밀문서를 보고 싶어 안달이 날 것이다. 그리고, 그들의 위치에서는 2급 비밀문서를 열람할 권리가 있다.

진보 성향 사람들은 미국을 안 좋아한다. 싫어하고 미워하는 경우도 있다. 저주하는 경우도 있다. 탱크사고로 죽은 여중생들, 미국 소고기 수입, 한미 FTA 등, ‘미국’에 관련되는 사안들에 대해서는 죽창을 들고 나올 수준의 분노 내지 적대감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런 상황에서 만약 한국이 미국의 51번째 주로 귀속되는 미한합병설이 나돌고 그 문서가 2급 비밀로 분류되어 국정원에 보관되어 있고, 대통령과 국정원장이 모두 진보진영 사람들이라면, 진보 정치인들은 그 내용을 보았을 것이다. 2급 비밀문서 열람 권한에 관련하여, 그 가상의 진보정권에서 그 정도 권한 가진 정치인들은 많을 것이다. 미국에서 나도 최소 그 정도 권한은 가지고 있었다.

그들이 그 가상적 ‘미한합병설’을 열람하였다고 해서 그 것을 나무랄 사람들은 없었을 것이다. 가상적 이야기이지만, 진짜로 엄중한 사안이며, 대통령 자신이 취임 시의 선서를 위배한 행위이며, 반국가적 행위일 것이기 때문이다.

그 열람과 동시에 아마 과거 보수정권과 미국을 싸잡아 비난하고 규탄하는 대규모집회가 열렸을 것이다.

더구나 그 것이 대선 중이라면, 물론 그 사실을 널리 알렸을 것이다: “이런 이야기를 하는 보수정당에 정부를 맡길 수 있겠습니까?”

이야기를 바꾸어, 그러면, 진보정권 하에서 노무현 대통령과 북한의 김정일 위원장이 정상회담을 했는데, NLL 방위선에 관련되어 남한의 방어능력이 현저하게 저하될 수 있는 이야기가 오갔다는 소문이 있는 경우, 보수성향의 정치인들은 물론 그 진위에 촉각을 세울 것이다. 그리고, 권영세, 김무성 수준의 핵심 정치인들은 2급 비밀문서를 볼 자격이 물론 있다. 그러므로, MB 보수정권 하에서 그 비밀문서의 전부 혹은 일부를 새누리당 핵심 관계자들이 열람했다면 이는 아주 당연한 일이다. 국민들, 아니 적어도 보수성향의 국민들을 대변하는 입장에서 그러한 열람은 실제로 의무이고 임무이다.

게다가, 이번 공개된 그 회의록에 의하면, 북핵, 미국주둔, 작전통제권 환수 등, 대 북한 국방에 관련되어 극히 민감하고 불안한 사안들도 포함되어 있으므로, 보수진영에서는 그 진위를 반드시 알아야 한다.

비밀문서에는 두 가지 조항이 관련된다. 하나는 비밀문서 취급 권한이다. 1급 , 2급 등의 권한이 있다. 그 다음 조항은 ‘Need to Know’ 조건이다. 즉, 문서취급 권한을 가졌다 하여도, 그 비밀을 알아야 할 이유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 관계가 없는 자들은 권한에 관계없이 열람할 수 없다.

상술한 바와 같이, 가성적인 미한합병설이나, 수년 간 항간에 널리 회자되던 NLL 사안은 핵심 정치가들에게는 반드시 열람할 이유 ‘Need to Know’가 있다. 아니면 오히려 국민에 대한 의무를 방기하는 것이 된다.

결과적으로 가상적인 미한합병설이 근거가 없다고 결론이 나오더라도, 혹은 그 NLL 사안이 실제로 국방에 위해를 끼치지 않는다고 결론이 나온다손 치더라도, 핵심 정치인들은 일단 그 2급 비밀문서를 열람하고 검토하여 국민들에게 밝힐 의무가 있다.

그러므로 나는 왜 그 2급 비밀문서인 ‘2007년 남북정상회담 기록’을 일부 정치인들이 지난 대선 중이건 지난 주건 열람한 것이 문제가 되는지 전혀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그 열람은 당연하며 국민에 대한 의무이다.

문재인 전 대선후보는 그 문서가 ‘대통령지정기록물’이라고 주장하는데, 지난 해 검찰은 이에 대하여 아니라고 판단하였다. 문재인 전 후보는 대통령의 정상회담에 관련된 문서이므로 자동적으로 대통령지정기록물이라고 주장하는데, 검찰에 의하면 대통령지정기록물로 지정되려면 소정의 절차를 밟아야 하는데, 당시 그 절차를 밟지 않는 것이 확실하다고 발표하였다. 그러므로 국정원이 주장하는 대로, 2007년 남북정상회담 기록은 국정원의 2급 비밀문서이다.

그리고 설령 가상적으로 어느 문서가 대통령지정기록물이라 하여도, 그 것이 대한민국 존폐에 관련된 비밀문서라면 공개되어야 한다. 상술한 가상적인 ‘미한합병설’ 문서의 경우, 법적 절차를 핑계로 쉬쉬할 수 없다. 왜냐하면 그러한 사안은 헌법 상 사안이며, 헌법은 법률의 위에 있다. 대통령이 취임 시 선서한 바를 어기고 대한민국을 미국의 51번째 주로 종속시킬 가능성을 미국 대통령과 나누었다면, 이는 법률의 문제가 아니고 헌법의 문제이다. 그리고 국민정서법의 문제이다. 국민정서법은 경우에 따라서는 법률은 물론 헌법의 위에 있다. 그래서 4.19의거에 이승만 정권이 무너진 것이다.

진보진영 사람들은 이번 공개된 문서에 포함된 사안들을 대수롭지 않게 여길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는 그들이 보수만큼 북한을 겁내거나 싫어하지 않기 때문이다. 반면, 가상적으로, 남한이 미국에 귀속될 가능성이 만분지 일이라도 있다면 진보진영 사람들은 대부분 졸도할 수준으로 분노할 것이다. 보수진영 사람들도 엄청 분노할 것이지만, 그 분노의 정도에서 진보진영은 100배 이상 높을 것이다.

문재인 전 후보가 NLL 사안에 관련하여, 경제권 통합제안이다, 뭐가 문제냐 하는 것은 그가 진보진영에 속하기 때문이다. 즉, 경제권 통합의 미명 하에 NLL 방어선이 무너진다손 치더라도, 진보진영이 느끼는 절박함은 보수진영이 느끼는 절박함의 백분지 일, 천분지 일도 안 된다. 그 것이 현실이다.

그러므로, 나는 보수진영 정치인들이 그 2007년 남북정상회담 기록을 열람한 것이 왜 문제인지 전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상술한 바와 같이, 그 열람은 국민에 대한 의무이다.

그리고, 북한의 경우, 그 내용은 전혀 권위를 손상시키거나 하지 않는다. 오히려 북한의 의연한 태도가 돋보인다. 북한이 잘하는 것이 외교적 의연함이다. 중국과 혈맹이지만, “중국을 너무 믿지 마라!”는 김일성 주석의 유훈은 지금까지 어겨진 적이 없다. 그리고 중국에 대하여 일대일로서 항상 당당하게, 받을 대접 다 받으며 대했다.

한국의 대통령들은 이 점에서는 북한을 배워야 한다. 한 대통령은 뉴욕에 우연히 같이 체류하게 된 미국 대통령에게 만나달라고 애걸하였다. 국내적으로 수세였던 그는 미국 대통령을 만남으로써 위상을 회복하려고 하였다. 그러나 그러한 상황에서 외국 원수를 만난 적이 없는 미국 측에서는 완강히 거절하였고, 한국 측에서는 “5분 만이라도…, 사진 한 장이라도…” 식으로 매달렸었다.

이번 박근혜 대통령 방중에 관련되어서도, 대통령의 의중과 관련 없이, 청와대 사람들, 언론들 등이 들고 까부는 것은 눈 뜨고 보기 힘든 수준이었다. 중국인들은 모두, 한국에게 상당히 호의적인 경우에도, 한민족 역사를 중국의 속국 역사로 생각한다. 100%, 그들은 이를 철저히 믿는다. 반석과 같은 믿음이다. 실제로 조공 받치고 세자책봉 허락 받고, 뭐 잘못하면 중국 장수 앞에 조선 왕이 무릎 꿇고 고개 숙여 사죄하였다. 그런 역사적 배경에서 호들갑 떠는 모습을 보면 정말 마음에 안 든다. 특히 의연하여야 한다.

그리고 중국은 집단지도체제이다. 시진핑은 오직 그들 중 한 명이다. 중국의 국익을 위하여 설정된 어떤 가이드라인은 하늘이 두 쪽이 나도, 시진핑 아니라 시진핑 할아버지도 바꾸지 못한다. 듣기 좋은 이야기들은 많이 들을 것이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나는 별로 기대를 하지 않는다. ‘북핵 반대’는 중국에게 입으로만 하는 구호이다. 예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다. 야단법석인 한국이 내 눈에는 우습다. 방중 결과가 좋기를 바라지만, 나는 돈은 걸지 않을 것이다.

다만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의 친분 등으로 인하여, 경제적 문화적인 면에서는 성과가 상당할 수 있다.

어쨌든, 이번 문서 공개는 나의 의견에는 당연한 것이었다. 반드시 열람하고 공개하고 국민들의 판단 내지 판결을 받아야 할 사안이었다. 뒤집어 이야기하자면, 상술한 그 가상적 미한합병설의 경우, 진보 정치인들은 그렇게 생각할 것이다. 즉, 반드시 열람하고 공개하고 국민들의 판단 내지 판결을 받아야 할 사안이라고 주장했을 것이다. 진보 사안이건 보수 사안이건 이에는 다를 수 없다. 대한민국은 어느 쪽에서 보아도 대한민국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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