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최대 UCC(User Created Contents)사이트인 유투브닷컴의 선풍적인 인기에 힘입어 타임즈는 2006년 올해의 인물로 'you‘를 선정했다. 지난 한해는 그야말로 국내외적으로 UCC가 모든 인터넷업계를 휩쓸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이미 인터넷 초기시절부터 UCC가 광범위하게 적용된 한국에서는 이는 어찌보면 넌센스에 가깝다. 한국에서는 1998년 딴지일보, 1999년 대자보, 2000년 오마이뉴스, 2002년 서프라이즈 등이 독자논객제, 시민기자제 등을 바탕으로 강력한 UCC콘텐츠로 이미 성공을 거두었다.
UCC하면 으레 동영상을 떠올린다. 그러나 UCC의 개념 그 자체로 보면 이는 독자들의 칼럼부터 댓글까지 모두 광의의 UCC이다. 이미지와 동영상 역시 2004년 총선을 전후로 패러디 등을 기반으로 인터넷에서 이미 대중화되었다.
오히려 최근 한국에서 오픈되는 UCC사이트는 불법 저작물이 80% 이상 되는 등, 심각한 부작용만 낳고 있다. 더구나 한 인터넷회사의 조사결과, UCC를 직접 만들어본 경험을 갖고 있는 유저들은 불과 0.4%에 불과했다. 더구나 그 조차도 영화, 뮤직비디오, 드라마, 스포츠 경기 등등 이미 기존 방송사에서 제작된 콘텐츠를 짜깁기한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그래서 판도라TV, 엠군닷컴 등은 오픈 당시 자사를 동영상 검색 사이트라 지칭했다. 이들이 UCC라는 말을 쓰게 된 것은 미국의 유투브닷컴 열풍 이후일 뿐이다. 이들 회사 입장에서는 미국의 브랜드도 활용하며, 명예훼손, 초상권, 저작권 침해의 위험이 있는 사업을 네티즌에게 책임을 돌릴 수도 있으니 양거일득이 아니겠는가.
현재까지 상황만 보자면, 포털이나 UCC사이트에 올라있는 동영상들은 UCC가 아니다. 엄연히 저작권자가 있는 영상물을 그대로 올린다던지, 조금 가공하고 있는 정도에 불과하다.
최근 한나라당의 강재섭 대표는 한나라당을 빛낸 108인이라는 동영상물을 거론하며, UCC와의 전쟁도 불사한다는 발언을 한 바 있다. 2007년 대선을 앞두고 인터넷에서 선거법 혹은 명예훼손을 위반하는 동영상물이 대대적으로 유포되었을 시, 한나라당이 큰 피해를 입을 수 있단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역시 넌센스이다.
현재 각 정당과 대선 캠프에서는 UCC 대책팀을 준비하고 있다. 우선적으로는 자기 후보의 명예를 훼손하는 UCC물을 체크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선거판이 조금만 과열된다면, 보다 적극적인 대처방안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아르바이트 다섯 명만 고용해서 상대 후보에 흠집을 내는 동영상물을 만든 뒤, 각 UCC 사이트와 포털에 올린다면, 인터넷선거에 큰 효과가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런 UCC물이 나왔을 때, 인터넷언론에서는 “이명박 일본 출생 비판 UCC 인터넷 평정”, “노대통령 경제공약 비판 패러디, 100만명 클릭” 이런 식으로 기사를 쓰고, 이것이 포털에 송고되었을 때를 상정해보라. 명백히 UCC가 아닌데도, UCC로 위장된 선거홍보물이 선거판을 뒤흔들게 되는 것이다.
일반적인 인터넷전문가들은 대개 “네티즌들의 참여를 보장하되, 부작용을 최소화하자”는 하나마나한 소리만 되풀이 한다. 그러나 현재 상황에서, 특정 정치세력의 UCC 위장형 여론조작과, 권력과 자본에 따라 움직이는 포털의 편집권력을 공적으로 제어할 수 있는가?
한국의 UCC는 대안언론의 형식으로 선보였다. 각 언론사는 시민기자, 독자논객제를 구성하며, 최소한의 신분이 보장된 사람들의 글을 선택하고 편집했다. 또한 부득이하게 신원을 공개할 수 없을 때는 현행법 위반 시, 사이트 책임자가 대신 처벌을 받으며 표현의 자유를 지키기도 했다.
포털을 비롯한 상업형 UCC 사이트들은 특정 정치세력의 작전을 막아낼 의지도 없고, 표현의 자유를 위해 유저를 대신해 처벌받을 생각도 없다. 어떻게 해서든 더 많은 동영상을 모아 장사만 하면 그만이다. 이들에게 UCC유통을 맡겨서는 정상적인 여론이 형성될 수 없다.
이제 UCC는 그간 독자투고와 시민기자제 등 UCC 운영의 노하우를 익힌 언론사들이 직접 나서야 한다. 독자칼럼이든, 국민기자의 기사든, 동영상이든 편집의 책임을 지면서 관리하자는 것이다.
바로 이 점이 동영상물 말고는 UCC가 전혀 없었던 미국과, 이미 오래 전에 UCC문화를 익혀놓은 한국의 차이이다.
ⓒ 미디어워치 & mediawatch.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