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증을 억제하는 약물로 알려져 있는 항생제의 일종인 '미노사이클린(Minocycline)'이 치매 예방과 치료 효과를 갖고 있다는 사실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세계 최초 밝혀졌다.
서울대 의과대학 서유헌(59) 교수팀은 미노사이클린이라는 물질이 뇌 신경세포 파괴를 막고 인지 및 기억기능을 높여줌으로써 치매 치료 효과가 있다는 사실을 규명, 네이처 자매지인 '신경정신 약리학'지(誌) 4일자 온라인판에 게재했다고 11일 밝혔다.
연구팀은 시험관 및 치매 동물 모델을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미노사이클린이 치매에 걸린 뇌에서 과도하게 생성돼 신경세포를 죽이는 독성 단백질인 '베타 아밀로이드 및 C단 단백질'을 억제함으로써 '진핵세포 단백질 번역 시작인자 2α(eIF-2α)'의 인산화를 감소시키고, 세포 사멸 효소인 '캐스파제-12'의 활성화를 막아 치매를 예방할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진핵세포 단백질 번역 시작인자 2α는 세포 내에서 유전자로부터 단백질이 만들어질 때 처음 번역 시작을 유도하는 것으로, 이 것이 인산화되면 단백질이 생성되지 않아 세포가 죽게 된다.
미노사이클린은 또 베타 아밀로이드 및 C단 단백질의 억제를 통해 이 단백질이 세포사멸을 유도하는 효소인 '캐스파제(caspase) 12'를 활성화하는 것을 막아 역시 치매를 예방하는 효과를 갖고 있는 것으로 이번 연구에서 밝혀졌다.
연구팀은 독성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을 주입한 동물과 치매를 유발시킨 형질전환 동물을 대상으로 실험한 결과 미노사이클린이 인지 및 기억력을 향상시켜 치매를 치료하는 효능을 가지고 있다는 점도 밝혀냈다.
서 교수는 "미노사이클린은 현재 감염질환 치료 약물로 사용되고 있기 때문에 환자를 대상으로 효능과 독성을 검사하는 임상2상과 3상을 마치면 이르면 3년 이내에 치매 치료제로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jnl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