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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출교사태 1년 해결기미 `막막'

학생들 본관앞 천막농성…사태원인 지루한 `진실공방'
"조금씩 양보하고 해법 찾아야" 한 목소리

고려대 `출교(黜校) 사태'가 벌어진 지 1년이 됐지만 좀처럼 해결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고려대는 보직교수를 `감금'했다는 이유로 작년 4월19일 학생 7명에게 적(籍)을 말소시키는 `출교' 조치를 내렸고 이에 맞서 출교 대상자들은 본관 앞에 천막을 치고 무기한 농성을 벌여 왔다.
학교 측은 대화에 일절 응하지 않았고 학생들은 소송을 냈다.
선후배, 사제 간의 돈독한 정(情)을 자랑으로 여겨 온 고려대가 출교 사태 장기화로 이런 전통에 적지 않은 오점을 남겼다는 지적이 많지만 학교와 학생들은 여전히 평행선을 긋고 있다.
◇ `교수감금' vs `대화요구' 진실공방 = 출교 결정의 발단은 작년 4월5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학생 100여명은 고대 병설 보건전문대생에게 총학생회 투표권을 줄 것을 촉구하는 요구안을 학교에 전달하려다 거절당하자 본관에서 보직교수들과 승강이를 하다 2층과 3층 사이 계단에서 17시간 가까이 대치했다.
이 사건이 언론에 보도되자 학교 쪽은 `본관 점거 및 교수 감금'을 사유로 관련 학생을 출교 조치했지만 학생들은 `감금'은 사실이 아닌 만큼 출교 조치는 가혹하다며 학교를 떠나지 않고 있다.
학교측은 이필상 전 총장 취임 후 출교 문제 해결에 관심을 갖고 2월14일 보직교수들과 학생들이 참여하는 간담회를 열어 해결 방안을 논의했지만 표절 논란에 시달리던 이 전 총장이 사퇴하는 바람에 이 문제는 다시 미궁에 빠졌다.
지난달 12일 총장직을 맡은 한승주 총장서리는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학생들이 `투쟁'이란 방법으로 목적을 달성하려고 한다. 총장 이전에 교육자로서 해당 학생들에게 섭섭한 마음을 갖고 있다"고 말해 원만한 합의가 쉽지 않아 보인다.
◇ "학생 사과가 우선" vs. "사실왜곡 인정해야" = 대학측은 사건 당시 홈페이지에 올린 `감금사태 일지'를 통해 학생들이 감금과 욕설을 했다고 밝혔지만 학생들은 사실 왜곡이라며 정면 반박했다.
학교 쪽은 "학생들이 학생처장과 보건대학장 등 보직교수 9명과 직원 4명을 1평 남짓한 공간에 가둔 채 교대로 화장실 가는 것만 허용하고 외부 출입을 철저히 통제했으며 자정이 넘어서야 음식을 시켜주고 바닥에서 먹으라고 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학생들은 대부분 교수가 뒤늦게 `감금장소'에 합류했고 물리적 마찰이나 욕설 등의 강압적인 분위기가 전혀 없었다고 맞섰다.
당시 학생들이 원한 것은 요구안을 학생처장이 받아 달라는 게 전부였지 요구 내용을 받아들이란 주장이 아니었다는 점을 미뤄볼 때 `감금'이라고 할 만한 상황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출교처분을 받은 한 학생은 "학생들이 교수들을 막아선 정황은 있지만 그렇다고 교수들이 적극적으로 건물 밖을 나가려 한 것은 아니다. 교수 2명을 제외한 11명의 교수와 교직원은 의자를 갖고 스스로 학생들 틈에 들어와 앉았는데 이를 두고 감금이라고 하는 것은 지나치다"고 말했다.
그는 "학생들이 원한 것은 요구안 접수뿐이었는데도 학교측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오히려 비하 발언으로 학생들을 자극했다"고 주장했다.
징계 조치 후 학교측이 대화에 응하지 않자 학생들은 작년 7월 `출교처분무효확인소송'을 서울중앙지법에 내 재판이 진행 중이다.
학교측은 지난 2일 "학생들이 공식 사과를 하면 (징계를) 재심의해 보겠다"는 내용의 조정안을 재판부에 제출했지만 학생들은 "사과보다는 왜곡된 사실의 정정이 우선인 만큼 사과를 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강성보 학생처장은 "출교대상자들이 진정으로 반성하고 학내외 구성원들이 재검토를 하자는 주장이 여론화 되면 징계위원회를 다시 열어 재심의할 수 있다는 게 학교 입장"이라고 말했다.
그는 "학생들이 당시 상황을 하나하나 따져본 뒤 반성할 게 있으면 하겠다는 자세를 보이고 있는데 제자가 스승한테 하는 반성이라고는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학생 쪽 대리인인 이상준 변호사는 "학교측이 당시 상황을 `감금'이라 할 만한 증거를 제시하지 못하면서 무조건 사과를 요구하고 있다"며 "조정이 결렬되면 학교는 학생들이 폭언과 폭력을 행사했는지를 입증해야 하는데 사실이 아닌 만큼 증거가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 구성원 `사태 조속 해결' 한목소리 = 고려대 구성원들은 출교 사태의 원인을 놓고는 목소리가 각각 다르지만 사태의 빠른 해결을 촉구하는 바램은 똑같다.
문과대 학생 임모씨는 "이제 논란을 끝내야 할 때란 공감대가 학생들 사이에 퍼져 있다"며 "학교가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공식적인 자리를 만들고 `감금'을 둘러싼 사실 관계가 확인되면 학생들이 잘못을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학교 홈페이지에 글을 올린 아이디(ID) `desire'는 "당사자들의 말이 확연히 다르고 사실 왜곡도 많이 있었던 것 같다"며 "출교 대상자들의 행위가 정당하지는 않지만 징계 또한 지나쳤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사범대의 한 교수는 "학생들과 학교가 서로 소송을 걸어놓고 각자의 주장만 펴고 있어 안타깝다"며 "학생들이 먼저 유감 표명을 하면 학교와 교수들이 이를 무시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을 냈다.



(서울=연합뉴스) bk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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