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미국 방문 첫날인 26일 일제 강점기의 종군 위안부 문제와 관련, 진심어린 사과라기에는 전혀 기대에 못미치는 `미안한 느낌(sense of apology)'이라는 발언을 해 미 의원들 조차 당황케 만든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번 발언은 아베 총리의 방미직전 위안부 문제에 대한 거듭된 사과발언이 있었지만 이 문제를 바라보는 그의 인식에 전혀 변화가 없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분명한 증거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아베 총리는 방미 직후 낸시 펠로시 하원 의장, 해리 리드 상원 민주당 원내 대표 등 상.하원 원내 지도자 10여명을 만나 위안부들에게 미안한 느낌을 갖고 있다는 애매모호한 예상밖의 사과표현을 사용했기 때문이다.
특히 이 표현은 영어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일본식의 조어방식에 따라 만들어진 국적 불명의 말이다.
아베 총리의 이번 발언은 과거 일본의 왕이나 전임 총리들이 불행했던 한일 양국의 역사를 언급하면서 `통절한 반성', `통석의 념' 등 애매모호한 뜻을 담은 새로운 단어까지 만들어 가며 사용했던 방식을 그대로 답습한 것으로 워싱턴 외교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이와 함께 아베 총리가 지난달 5일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서 군대 위안부가 `광의의 강제성'은 있었지만 관헌(官憲)이 집에 들이 닥쳐 연행했다고 하는 '협의의 강제성'을 뒷받침할 증언이 없었다며 총리로서 사과할 뜻이 없다는 자신의 입장을 위안부 결의안 심의를 앞두고 있는 의회 의원들을 상대로 재확인시키려 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아베 총리는 이번 방미 직전에 미국 언론인 뉴스위크와 워싱턴 포스터와 인터뷰에서도 책임을 느끼고 총리로서 사과한다는 표현을 거듭해서 사용했지만 위안부 동원 과정에서 일본 정부가 법적으로 책임을 질 만한 일을 했다는 표현을 어디에서도 사용하지 않았다.
또 아베 총리는 위안부 강제동원을 부인하는 발언을 한 이후 거듭되는 논란속에서도 "고노(河野) 담화를 기본적으로 계승하고 있다"고 밝히면서 고노 담화에서 일부나마 인정한 일본군에 의한 강제동원 사실을 전혀 인정하려 들지 않았다는 것이 이 같은 분석을 뒷받침하고 있다는 것.
이 때문에 아베 총리가 위안부 문제와 관련,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가 충분히 주어졌는데도 이를 스스로 포기(?)함으로써 위안부 결의안 통과 여부를 놓고 고민하고 있는 미 의회 의원들의 짐을 오히려 덜어주었다는 분석도 함께 나오고 있다.
(워싱턴=연합뉴스) jaeh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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