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딩숲 쉼터로 인기..외국인도 '원더풀'
(서울=연합뉴스) 홍덕화 기자 = 전통 한옥을 고쳐 만든 서울 종로구 혜화동의 동사무소(주민지원센터)가 '빌딩숲의 쉼터'로 인기를 끌고 있다.
2006년 11월 '전국 최초의 한옥 청사'라는 화제 속에 문을 연 혜화동 동사무소의 권종기(56) 동장은 30일 "청사에 들어서면 고향집에 온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며 주민들이 반긴다"고 말했다.
한옥 청사에 매료돼 찾아오는 외국인도 하나 같이 '원더풀'이라며 찬사를 늘어놓는다.
지난 1월에는 김기덕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영화 '비몽'의 제작팀이 촬영차 다녀갔다. 당시 김 감독은 방명록에 "좋은 장소에서 영화 잘 찍었습니다"라고 적었다. 현재 방명록에 서명한 주요 인사만 98명이다.
ㄷ자형의 동사무소 청사는 특히 벽체 대부분을 통유리벽으로 설계해 '열린 공간'의 이미지로 친근감을 더해준다. 한쪽 청사에서 반대쪽에 앉은 청사 직원이 일하고 있는 모습까지 한눈에 들어온다.
네모난 뜰에 들어선 석상, 석등, 돌 난간 등 석재물도 눈에 띈다. 기와와 섬돌 같은 한옥의 전통 소재 또한 결코 모나지 않은 조화미를 자랑한다.
추사 김정희 선생이 쓴 '无量壽'(무한수명)이라는 글이 적힌 처마 밑에 내걸린 액자나 해공 신익희 선생이 쓴 '人心所歸'(사람의 마음이 돌아가는 곳) 등의 글귀가 즐비한 기둥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등.초본 업무를 맡고 있는 이정순씨는 "다른 곳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한옥 청사라는 점에서 직원들의 자부심이 대단하다"면서 "이전에 비해 주민과 한층 친해진 점도 중요한 변화"라고 말했다.
그러나 '국내 첫 한옥청사'의 화려한 이면에는 고민거리도 없지 않다.
권 동장은 "화재 감지기를 4대 설치했지만 여전히 불이 날까 봐 걱정된다"고 말했다.
게다가 단층이어서 업무에 필요한 절대 면적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제기됐다. 청사는 7억3천여만원을 들여 대지 244평, 건평 74.94평 규모의 60년 된 한옥을 리모델링한 것이다.
이 때문인지 동사무소는 방문객의 조언에 귀 기울이는 낮은 자세로 임하고 있다. "한옥에는 활엽수인 회양목이 어울리지 않는다"는 전문가의 지적이 그 대표적인 사례다. 이 의견에 따라 회양목 대신에 키가 작은 침엽수인 20년생의 소나무인 반송을 심었다.
혜화동 동사무소는 또 "알루미늄으로 된 휠체어 작동시설을 나무 색깔로 코팅하면 좋겠다"는 방문객의 권유를 수용해 종로구청에 자금 지원을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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