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장익상 특파원 = 어려서부터 심하게 말을 더듬었던 한 대학생이 피나는 노력 끝에 소속 대학을 웅변대회 정상으로 이끌어 화제다.
30일 로스앤젤레스 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9명으로 짜여진 로스앤젤레스 밸리 컬리지의 웅변팀은 이달 중순 일리노이주 세인트찰스에서 모두 75개 커뮤니티컬리지 팀이 참가한 가운데 열린 전국 일반 웅변선수권대회에 출전해 당당히 우승을 차지했으며 그중에서도 연극과 산문, 설득력 부문에서 1위를, 드라마와 웅변에서 2위를 각각 차지한 마커스 힐(20)이 결정적으로 기여했다.
현재 LA밸리 컬리지 2학년생인 힐은 그러나 이 자리에 서기 전까지는 다리를 크게 다쳐 가족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에 대해 설명하지 못하는 정신적까지 외상을 입은 7살부터 심하게 말을 더듬거리는 처지였다.
이 때문에 초등학교와 중학교에 다닐 때에는 친구들로부터 심한 놀림을 받아야 했다. 캘리포니아주립 노스리지대학에 다니는 친구 이선 브라운(20)이 "8학년 때 힐은 한 문장을 읽는데 아주 오랜 시간이 걸려야 했다"고 기억할 정도였다.
고등학생이 되면서 사정은 조금 나아졌지만 특히 신경질적이거나 스트레스를 받으면 극심한 말더듬이로 되돌아왔던 힐이 인생의 전기를 맞이한 것은 컬리지 입학후 신입생으로서 필수과목인 웅변수업에 참가하면서부터.
듀에인 스미스 교수는 수업 첫날 급우 40명을 소개토록 한 뒤 모든 이름을 외울 수 있는지를 물었는데 아무도 손들지 못하고 있을 때 힐이 일어나 각자의 이름을 댔다.
이는 힐이 어떤 문장을 읽을 때에는 더듬거리지만 사소한 것들을 잘 기억해내는 특별한 재능이 있었기에 가능했는데, 스미스 교수는 당장 힐에게 웅변·토론반에 가입할 것을 권했다.
웅변대회에서는 발표문을 외우는 것이 매우 중요했기에 스미스 교수가 힐을 끌어들이려 했던 것. 그러나 힐은 말더듬이라며 사양했음에도 스미스 교수는 "웅변팀은 입을 가지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면 누구나 가능하다"며 용기를 불어넣었다.
처음에는 거의 진도가 나가지 못했다. 실수없이 한 문장을 말하지 못했고 혀는 언제나 굳어있었다. 스미스 교수는 말할 때 생각을 비우고 자신감을 갖도록 주문했고 힐은 무엇인가 말하려 생각하는 것을 없애기 위해 "우승을 위해 이 자리에 있다"는 캐치프레이즈를 수없이 반복해 나갔다.
첫번째 시험 무대가 된 아주사 퍼시픽대학에서의 웅변대회에 참가한 힐은 준비한 연설의 일부에서 더듬더듬 말하는 등 실수를 저질렀다. 포기하려 할 때 심사위원들을 쳐다보니 찡그리는 것이 아니라 웃으며 "계속하라"고 격려하는데 힘입어 웅변을 끝냈고 난생 처음으로 메달을 받아들었다.
어느 정도 자신감을 얻어 피나는 훈련을 계속한 뒤 이달 중순 참가한 대회에서 힐은 최선을 다했고 팀의 우승이라는 값진 댓가와 함께 삶의 태도도 바뀌는 성과를 얻었다.
"스스로를 의심하지 마라, 네가 한다면 다른 이들이 쳐다보고 용기를 얻을 것이다"고 다짐하는 힐은 올 가을부터 캘리포니아주립 롱비치대학에서 정치학과 언론학을 공부할 계획이며 장기적으로는 법대에 진학한뒤 대학 강단에 서는 꿈을 키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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