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박성제 기자 = 청와대가 1일 한반도 대운하를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공식 표명함에 따라 대운하 건설은 기정사실이 됐다.
충분히 여론을 수렴하겠다는 것이 청와대의 입장이지만 이는 반대여론이 많을 경우 포기할 수도 있다는 의미로 해석되기보다는 '형식'을 갖춰 추진하겠다는 뜻이 강해 보인다.
그러나 대운하 건설에 반대하는 여론이 많은 상황을 고려하면 향후 여론수렴 과정에서 대운하 건설을 둘러싼 논란이 가열될 전망이다.
◇ 청와대 추진의지 공식 확인 = 청와대 이동관 대변인이 "(대운하를)민자로 진행하겠다는 뜻은 변함이 없다"고 밝힌 것은 대운하 보류설 등이 나오는 데 대해 쐐기를 박은 것으로 분석된다.
청와대는 그동안 대운하 건설과 관련해 공식적인 입장을 자제해 왔는데 여권 일각에서는 물론 청와대 일각에서도 '보류설'이 흘러나오면서 혼선이 초래되자 공식 입장을 정리한 것으로 해석된다.
청와대는 지난달 열린 국회의원 선거 등에서 대운하가 정치적으로 이용되는 것을 우려해 일단 한발짝 물러났었지만 비공식적으로는 '추진 의지에 변함이 없다'는 입장이었다.
이런 청와대의 의중에 맞춰 주무부처인 국토해양부는 꾸준히 준비를 해 왔다.
내년 4월 착공을 목표로 로드맵도 만들었으며 이명박 정부가 끝나기 전에 완공하기 위해 특별법 제정도 검토해 왔다.
국토부는 지난달 28일 국회 건설교통위원회에 제출한 주요현안보고에서 민간의 사업제안에 대비해 각종 조사 및 사업절차, 쟁점사항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토부가 이 정도 수준에서 보고한 것은 사실상 검토를 끝낸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정종환 국토부 장관도 건설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청와대에서 보류 지시는 없었다", "정부 입장은 변한 게 없다", "민자제안이 들어오면 여론수렴을 거쳐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정 장관의 발언은 국토부 차원에서가 아니라 청와대와의 조율을 거쳐 나온 것으로 여겨졌다.
◇ 사업제안은 이달 말쯤 가능할 듯 = 대운하 건설사업은 민간의 사업제안이 접수되는 것을 계기로 본궤도에 진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사업제안을 준비중인 민간은 2군데로 건설회사 상위 1-5위가 하나의 컨소시엄을 구성했으며 6-10위도 다른 컨소시엄을 만들어 사업제안을 준비중이다.
현대건설이 주간하고 있는 상위 1-5위 컨소시엄은 빠르면 이달 말쯤 사업제안서를 낼 수 있을 전망이다.
현대건설 컨소시엄은 경부운하의 세부 노선과 사업성 검토는 이미 마무리했으며 한강과 낙동강을 연결하는 방식 등에 대한 결론을 낸 뒤 정식으로 사업을 제안할 계획이다.
SK건설이 주도하는 6-10위 컨소시엄도 사업제안을 준비중이지만 수익성 검토 등에 대한 결론을 아직 내지 못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빨리 제출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민간의 사업제안이 들어오면 정부는 토론회 등을 거쳐 '형식상' 여론을 수렴하는 동시에 대운하 건설에 따른 긍정적인 효과를 집중 홍보할 계획이다.
국토부는 통상의 사업절차에 따라 추진할 경우 사업착수까지만 3-4년이 걸릴 수 있다고 보고 특별법을 통해 착공까지의 기간을 줄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또 민간사업자들이 대운하 건설만으로는 수익성을 확보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는 우려에 따라 다른 사업권을 함께 부여하는 방식의 지원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 대운하 논란 본격화될 듯 = 대운하 건설에 찬성하는 여론보다는 반대하는 여론이 많은 상황에서 청와대가 공식 입장을 내놓음에 따라 대운하 건설을 둘러싼 논란이 거세질 전망이다. 최근 여론 조사결과를 보면 대운하 건설에 반대하는 여론이 60-70%까지 나오고 있다.
정부는 지금까지는 다소 수세적으로 방어만 하다보니 반대여론이 갈수록 높아졌는데, 앞으로는 대운하 건설의 장점을 적극적으로 부각시키며 반면 전환을 꾀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국토부는 작년에 태스크포스를 만들어 대운하사업의 타당성을 검토했고 이 과정에서 대운하가 경제성이 없다는 내용의 보고서가 유출돼 홍역을 치렀던 것을 고려하면 국민의 여론을 찬성쪽으로 돌려놓기가 쉽지만은 않아 보인다.
정부와 별개로 민간 차원에서도 활발한 토론회나 심포지엄 등이 열릴 전망이다.
한국수자원학회가 지난 1일 심포지엄을 개최해 대운하가 홍수나 환경 등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집중 토론을 벌인데 대운하 관련 토론회를 미리부터 준비해왔던 한국토목학회도 민간의 사업제안서가 윤곽을 드러내면 열릴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sungj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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