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조준형 기자 = 작년 남북 총리회담 합의 사항인 6.15 공동선언 발표 8주년 기념행사(서울)와 관련한 정부의 입장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현재 북측은 행사 개최에 원칙적으로 동의하면서도 남측과의 협의에서 "당국끼리 어떤 태도로 나올지 지켜봐야 한다"며 조건을 걸어 공동행사가 합의대로 개최될 지는 좀 더 지켜봐야할 상황이다.
일단 정부는 1일 행사 개최를 허용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행사가 서울에서 개최될 경우 북측 인사들이 군사분계선을 넘게 되는 만큼 비록 민간 차원의 행사일지라도 정부의 승인이 필요하며 이에 대해 김하중 통일장관이 이날 백낙청 6.15공동선언 실천 남측위원회 상임대표와 만난 자리에서 민간 차원의 6.15 행사에 대해 공감을 표한 것이다.
이는 곧 민간 차원에서 서울서 남북 공동행사를 진행하는 것을 정부가 막지는 않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정현곤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사무처장은 "김하중 장관의 발언은 (정부가) 민간 차원의 행사 개최를 인정한다는 뜻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제 관심은 정부가 북한과의 합의사항인 당국자 참여 문제에 대해 어떤 입장을 보일 지와 이 행사에 대해 재정지원을 하느냐에 쏠리고 있다.
작년 총리회담 합의문에 따르면 남북은 올 6.15 공동선언 발표 8주년 기념 공동행사를 당국과 민간 참가 하에 서울에서 개최한다고 돼 있다. 즉 당국자의 참여 문제는 총리회담 합의의 이행 문제와도 관련돼 있는 것이다.
정부의 비용 지원 여부는 행사의 규모 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인이다.
참여정부 시절 정부는 2005년 서울에서 열린 8.15 행사에 22억8천만원, 같은 해 평양에서 열린 6.15 행사에 6억6천만원, 2006년 광주에서 열린 6.15 행사에 13억1천만원, 작년 평양 6.15 행사에 3억1천만원을 각각 남북협력기금에서 지원했다.
전문가들은 이런 점들을 감안할때 이번 6.15 행사 참가 및 지원에 대한 정부의 입장은 현 정부의 새 대북정책이 세부 사업에 어떻게 적용되는지 볼 수 있는 `시범 케이스'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정부 당국은 일단 당국자 참가 문제는 민간 차원에서 남북이 행사 개최 시기 및 규모 등에 최종 합의하고 난 뒤 결정할 일이며 기금 지원도 행사주최 측이 요청해 오면 그 때 판단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 전문가들은 정부 당국자 참가 및 기금 지원 건이 6.15 선언에 대한 정부의 입장과 관련되는 민감한 문제인데다, 새 정부가 개선 과제로 삼고 있는 남북협력기금의 운용 문제와도 무관치 않은 탓에 결정을 내리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나아가 현재의 남북관계 상황과 정부가 그간 표방한 대북정책의 원칙에 비춰볼 때 정부가 당국자를 행사에 참가시키거나 기금지원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이 다소 우세한 실정이다.
하지만 최근 정부가 6.15, 10.4 선언의 이행 문제를 북한과 협의할 용의를 밝히는 등 미묘한 입장 변화를 보이고 있어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이와 관련, 유명환 외교장관은 1일 연합뉴스와 가진 회견에서 '6.15ㆍ10.4선언'에 대해 "당연히 존중한다"면서 "과거 남북간에는 7.4공동성명과 남북기본합의서, 비핵화공동선언, 6.15선언, 10.4선언 등 많은 합의가 있었으나 이행되지 못한 것들이 많았다. 정부로서는 앞으로 현실을 바탕으로 상호존중의 정신하에서 남북 협의를 통해 실천 가능한 이행방안을 검토해나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최근 정부 고위 당국자들이 남북관계를 풀어가기 위한 차원의 대북 메시지를 잇달아 내 놓고 있어 6.15행사에 정부 당국자의 참가 및 기금 지원 문제도 현재로서는 예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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