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등. 세계경제포럼이 평가한 올해 우리나라 국가 경쟁력 순위다. 2007년 이후 뒷걸음질 치던 국가경쟁력이 단숨에 5계단을 치고 올라왔다. 국가 경쟁력은 한 국가가 세계적 입지에서의 경쟁할 수 있는 힘과 능력을 가늠할 수 있는 척도라 할 수 있다.
정치의 후진성과 불투명한 정책 결정과정은 여전히 후진국 수준에 머문다는 평가를 받았다.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한층 치열하게 싸우기만 하는 여야, 나아가 대립하는 보수와 진보의 싸움이 정책의 효율성을 떨어뜨린다는 지적이라고 본다.
정치와 정책 결정과정이 국가 경쟁력의 발목을 잡는 요인이 된 건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고질적이다. ‘정치인에 대한 공공신뢰’는 지난해 111위에서 올해 117위로 6계단 더 밀려났고, ‘정책 결정의 투명성’ 역시 128위에서 133위로 5계단 떨어졌다.
그럼에도 올해 국가경쟁력이 약진할 수 있었던 요소는 경제적 자유와 효율성 부문과 보건 및 교육부문이었다.
그중 가장 강한 요인은 ‘상품시장의 효율성’이었다. ‘고객 지향도’가 16위에서 9위로, ‘창업 때 행정절차 수’가 78위에서 29위로 ‘창업 때 소요시간’이 58위에서 25위로 크게 점프했다.
이명박 정부가 내세운 ‘기업하기 좋은 나라’ 기조가 반영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금융시장 성숙도는 80위에서 71위로 올랐다. 다만 정부가 가계부채를 관리하기 위해 대출기준을 강화한 탓에 ‘대출의 용이성’ 등은 여전히 100위권에 들지 못했다.
특히 ‘노사 간 협력’과 ‘고용, 해고관행’ 같은 노동시장 효율성은 100위권을 벗어났다. 잦은 파업이 낳은 부정적 결과라고 볼 수 있다. 그 외 ‘초등교육의 질’이 22위에서 14위로 상승했고 ‘기대수명’도 17위에서 15위로 올랐다.
좌우 대립과 그로 인한 분열된 국민의식만 아니었다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대기업을 악으로, 가진자를 적으로 만드는 조장된 갈등만 없었다면 우리나라 국가경쟁력 순위는 아마 크게 올라 명실상부 선진국이라 불릴 만 했을 것이다. 국익을 가장 위해야 할 정치인들의 갈등이 사실 국익을 해치고 있다는 게 이번 국가경쟁력 평가가 남긴 의미라고 볼 수 있다.
2008년도부터 이명박 정부는 국가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국가경쟁력 강화위원회를 두고 있다. 국가경쟁력을 강화해 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한 대통령 자문 기관이다.
산업단지 공급가격인하 방안과 국토이용 효율화 방안, 교통운영체계 선진화 방안, 군사시설 관리 이전방안, 도로사업 효율화, KTX고속철도망 구축전략 등 다방면에서 국가경쟁력을 한층 업그레이드 시키기 위해 매진해 왔다. 위원회는 이번 성과에 너무 자만해선 안된다.
특히 정치권에선 최근 무디스가 우리의 신용등급은 더블A 등급으로 올린 바 있는 만큼 우쭐해져 있을 것이다.
하지만 자칫 긴장감이 줄이는 순간 위기는 닥칠 수 있다. 유로존 재정위기와 세계 경기 침체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는 와중이라 자칫 잘못된 결정이 국가재정을 일시에 악화시킬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특히 이 와중에 나오는 정치권의 경제민주화 논쟁은 그 타이밍이 참으로 좋지 않다는 생각을 한다. 성장을 해도 모자랄 판에 기업의 성장을 제한하고 자율권을 침해하는 방향으로 흘러가니 앞으로가 우려된다.
우리 경제가 탄탄하다는 믿음을 바탕으로 그 같은 주장을 펼치고 있는 것일 테지만 기준금리를 인하하며 성장을 독려하고 상황에서 정책의 흐름을 막는 역할을 할 것이다. 세계경제포럼이 지적한 그대로다. 정책의 효율성이 떨어진다.
앞으로 우리나라가 국가 경쟁력을 강화시키기 위해선 오래된 단점을 극복해야 한다. 정치권의 표심만을 위한 비효율적 논쟁을 최소화해야 하고, 노동시장의 효율성과 금융시장의 성숙도 개선이 우선이다.
잦은 파업과 노사간 갈등은 적절한 타협이 답이다. 노조는 당장의 파업이 사측에 위협은 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론 그 피해가 근로자 본인과 더 나아가 국가 전체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음을 간과해선 안된다.
또 사측은 가능한 범위내에서 최대한의 복지를 베풀어야 한다. 노조에 의해서가 아닌 자율적인 판단에 의해 그것이 이뤄졌을 때 근로자들의 충성도를 높일 수 있으며 이미지 개선과 생산효율 향상으로 이어져 더 큰 수익을 낼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임기 내내 부진했던 국가 경쟁력이 말미에 올랐다는 건 좋은 징조다. 특히 세계 경제 침체 속에서 현상 유지가 아닌 5계단 상승으로 마무리했다는 것이 희망이다.
올해 말 대선에서 5년간 국정을 책임질 대통령이 선출된다. 누가 되든 적극 협력한다면 국가경쟁력 순위는 이번보다 훨씬 더 큰 상승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단지 국가경쟁력 ‘순위’에 연연한 문제가 아니다. 그 평가가 우리나라의 현주소를 그대로 반영한다고 봤을 때 우리나라가 더 살기 좋은 나라가 될 것이고, 그것이 국민들의 행복으로 나타날 것이기 때문이다.
김승근 기자 hem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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