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국회본회의에서 총투표자수 281명, 찬성 148표, 반대 128표, 무효 5표로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 임명동의안이 통과되었다. 새누리당에서는 적극 투표를 독려하였지만, 최소 7표의 이탈표가 발생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고, 새정치민주연합에서는 사실상 표 단속에 성공한 것으로 자평하고 있다.
무난하게 통과될 것으로 보았던 박근혜 정부의 두 번째 총리가 도덕성 의혹(병역, 부동산 등)과 언론사 외압의혹 등으로 호된 신고식을 치르고 임명된 것이다. 이완구 총리의 도덕성 의혹은 지난 후보자들에 비하면 크게 심각한 상황으로는 보이지 않는 것이 사실이었다. 또한 국회의원으로 국회내에서 여야를 불문하고 충청권 총리의 탄생에 대한 암묵적 동의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기자에 의해 녹취된 언론사 외압관련 발언이 생각보다 수위가 높았고, 야당 역시 국민여론에 편승해 공세를 이어나간 측면이 강하다고 분석된다.
‘상처 입은 총리’의 탄생과 시사점
먼저, 총리 후보자의 소극적 행보가 우려된다. 전임자인 정홍원 총리가 고령의 나이와 조용한 성격 등으로 활발한 활동을 보이지 않았고, 책임총리라는 말이 무색하게 무색무취하다는 평이 많았다. 국민들은 조용한 행보를 선호하는 대통령과 소신 없는 현 정부인사들에 대해 불만이 많았던 것으로 보이며, 이에 대망을 꿈꾸는 이완구 총리의 적극성을 기대했을 것이라는 판단이 높다. 그러나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는 카리스마 있는 적극적 행보의 총리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 보인다.
다음으로, 당청관계에 있어서 당의 영향력이 더욱 커질 것이라는 판단이다. 일부언론에서 ‘청이 당에 빚졌다’는 표현도 있었지만, 상대적으로 대통령의 영향력은 더욱 약화될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의 입장에서 당과 국회를 상대해야할 총리가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는 국민적 지지와 적극적인 친정(새누리당)의 지원을 얻기에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개성강한 김무성, 유승민 여당 투톱의 입김은 무게중심이 크게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당 대표 선출과 동시에 ‘상처 입은 총리 만들기’라는 성과를 얻은 새정치민주연합의 문재인 지도부 역시 더욱 적극적으로 공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정치인 총리의 임명은 현 정부의 부족한 정무 능력을 보완하고자 진행된 측면이 강하다. 그러나 원활한 소통과 정당성을 가지기에는 야당의 집단반대표의 영향은 더욱 클 것이라 보인다. 비록 ‘여론조사’라는 새로운 방식의 제안에 주변의 뭇매를 맞기는 했지만, 국민적 공감을 얻는 것에는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총리에 반대하는 야당의 모습이 국민들의 성원을 얻지 못한 부정의 총리에 대한 정의로 포장될 수도 있다.
3년차를 맞이하는 박근혜 정부로써는 ‘상처 입은 총리’에 대한 이미지 개선이 시급하다. 대통령이 가지고 있지 못한, 비서실장이 가지고 있지 못한, 정홍원 총리가 가지지 못했던 이미지를 이완구 총리가 얻어야한다. 적극적으로 발언하고, 다양한 일정을 소화해 내고, 정부 정책의 실현을 위해 적극적으로 여야를 넘나들며 교섭하는 등 ‘젊고 활동적인 총리’의 이미지를 얻어 내야한다. 한동안 소극적일 수밖에 없는 총리에게 임무를 부여하고, 성과를 홍보할 수 있는 기회를 줘야 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다음달 1일부터 9일 동안 쿠웨이트와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카타르 4개국을 차례로 방문하는 것은 적극적인 행보의 시작으로 볼 수 있다. 특히 이번 해외순방에서 국산 군수품에 대한 해외홍보 활동과 성과가 함께 나올 수 있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뉴스파인더 김승근 대표 hemo@newsfin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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