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여론 차기정권에서 개헌해야
노대통령이 기습적으로 4년 연임제 개헌카드를 꺼내들었다. 노대통령의 최측근인 염동연 의원의 탈당선언, 그리고 노대통령의 평화의 바다 발언 파장 등, 위기 속에서 나온 개헌안이라, 여론의 시선은 곱지 않다. 실제로 전 일간지와 방송사의 여론조사 결과 개헌안에는 찬성하지만, 노무현 정권이 아닌 차기 정권에서 해야한다는 여론이 압도적이다. 이미 국민 여론에서 노대통령의 순수성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다.
국회 상황도 마찬가지이다. 개헌 저지 의석을 확보하고 있는 한나라당 지도부와 이명박, 박근혜, 손학규 등 대선 후보 빅3 모두 노정권 하에서의 개헌에 반대하고 나섰다. 민주당 역시 원론적으로는 찬성했지만, 노대통령의 탈당과 거국중립내각 구성이라는 기존의 전제조건을 달아놓았다. 또한 민주당의 방향성에 큰 영향을 미치는 조순형 전 대표는 개헌 논의 자체를 거부했다. 민주노동당도 민생 경제에 신경쓸 때라며, 노대통령의 제안을 일축했다.
대부분의 언론사에서는 궁지에 몰린 노대통령 입장에서 개헌카드가 전혀 손해볼 일이 아니라고 분석하고 있다. 최소한 2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여당의 신당파들의 탈당 움직임이 거세지는 흐름이 일시적으로 약화되고 있다. 신당파나 사수파 모두 노대통령의 개헌제안에 찬성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노대통령으로서는 당을 다시 장악할 계기를 마련했고, 설사 한나라당이 반대하더라도 정국의 구도를 한나라와 반한나라로 몰고 갈 수 있다는 계산을 하고 있는 듯하다.
열린우리당 내 개헌반대파 나오면, 노대통령이 위기에 몰릴 듯
그러나 모든 일이 노대통령의 구상대로 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우선 벌써부터 차기대선에서 개헌논의를 해야한다는 국민여론이 부담이 된다. 개헌이라는 카드는 노대통령이 선점했지만, 여론의 대세는 한나라당이 선점한 셈이다. 노대통령이 절대 받아들이지 않을 전제를 제시하고 있는 민주당, 원칙적으로 개헌논의를 할 수 없다는 민주노동당 등의 입장이 가세된다면, 이러한 여론은 더욱 더 대통령에 불리하게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
만약 여론전에서 대통령이 밀리기 시작하면, 여당의 상황도 크게 변할 수도 있다. 여당의 신당파는 어찌되었든 노대통령과의 차별화에 목숨을 걸고 있다. 노대통령과의 차별화야말로 신당창당의 명분이자 탈당의 명분이기도 하다. 국민여론이 노정권 하에서의 개헌논의에 비판적이었을 때, 신당파가 언제까지 개헌논의에 목을 매달고 있을 수는 없는 일이다. 신당파 중 누구 하나라도 “국민이 원치 않은 일을 대통령이 고집해서는 안 된다”며 개헌반대의 깃발을 들고 나온다면, 여당의 일시적 단합은 순식간에 허물어질 수 있다. 실제로 천정배 의원이 사실 상 개헌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표명하며, 신당창당에 박차를 가할 것을 선언하기도 했다. 앞으로 여당 내에서 이러한 움직임은 더욱 더 활발해질 전망이다.
노대통령은 3월 중에 발의권을 행사할 전망이다. 시작은 대통령 연임제 뿐이었지만, 개헌논의가 확산되면, 결국 행정부와 입법부와의 관계, 선거구제 등등 권력구조 전반에 대한 논쟁이 불가피하다. 그러나 논점에 권력구조 문제까지 포함되면, 대통령의 개헌카드의 신뢰성은 오히려 더 추락하고, 여론은 더 악화될 것이다. 그래서 여당의 일각에서조차 대통령 조기하야론이 거론되고 있다.
대통령 조기하야 VS 대통령 탄핵
대통령의 발의안이 국회에서 부결될 경우 조기하야하겠다는 벼랑끝 승부수를 던질 것이란 전망이다. 아니면 그 반대로, 개헌안을 통과시켜주면 임기를 단축할 수 있다는 역제안을 할 수도 있다. 대통령이 조기하야할 경우 60일 안에 대선을 치러야 하므로 정국은 큰 혼란에 빠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러한 조기하야 카드는 대통령의 임기와 입법권 등을 연계시킨다는 점에서 헌법의 3권분립 정신에 크게 어긋난다는 맹점이 있다. 사실 상의 헌법과 법률 위반이라는 점에서 대통령 탄핵의 사유가 된다는 것이 헌법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만약 한나라당, 민주당, 민주노동당, 국민중심당이 반대의견을 모으고, 열린우리당 내에서 39명만 이탈한다면, 개헌 저지가 아닌 개헌에 필요한 정족수 200석을 확보한다. 그리고 이는 곧 탄핵 정족수와도 같은 숫자이다. 대통령 탄핵안이 발의되면 심리에만 6개월, 확정시 2개월의 시간을 확보한다. 조기하야와는 전혀 다른 정치 스케줄이 잡히게 되는 것이다.
이래저래 노대통령은 또 다시 자신의 직을 건 위험한 도박판에 뛰어든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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