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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 스스로 찍어올린 것도 UCC?

UCC는 언론사가 직접 주도해야 한다

올해 한국과 미국의 인터넷업계의 화두는 단연 UCC(User Created Contents)이다. 이렇게 너도나도 UCC를 외치다 보니 정치권을 중심으로 UCC를 둘러싼 웃지못할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사례 하나, 유력한 대선주자의 캠프에서는 최근 인터넷팀에게 UCC 사이트에 채널을 개설하여 홍보용 UCC를 많이 만들라”는 주문을 내렸다. 사례 둘, 선관위가 대선주자들의 UCC를 단속하자 한 대권후보는 표현의 자유 침해라 반발했다. 그러나 그 UCC는 네티즌이 아닌 각 선거캠프에서 만든 것으로 판단된다. 사례 셋, 한 UCC 사이트에서는 성폭력 관련 UCC를 메인에 올렸다가, 그것이 조작이라는 게 밝혀졌지만, 아무런 대책도 내놓지 않고 있다. 사례 넷, 한 대선캠프의 인터넷팀은 인터넷언론사에 자신들이 찍은 동영상을 UCC로 유포시켜달라는 요구를 하기도 했다.

위의 네 가지 사례는 대선을 앞두고 UCC가 얼마든지 인터넷여론조작에 악용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UCC란 말 그대로 평범한 인터넷 사용자들이 직접 만든 콘텐츠를 의미한다. 인터넷언론에 국민기자로 가입하여 올린 기사, 기사 밑에 단 댓글, 자유게시판에 적은 의견문 등등이 모두 UCC에 포함된다. 그런데 동영상은 대선캠프에서 만든 것도 UCC라는 브랜드를 달고 있다. 수용자가 직접 만든 게 아닌데 어떻게 UCC가 될 수 있냐는 말이다.

한국에 UCC라는 말이 보급된 것은 2006년 초부터이다. 현재 UCC 사이트로 알려진 업체는 원래 동영상 검색 사이트라 불려졌다. 그러다 미국의 유투브닷컴이 크게 성공하면서, UCC라는 말이 소개되고, 한국의 동영상업체들은 모두 UCC업체로 이름을 바꾸게 되었다.

그러나 이는 한국과 미국의 인터넷 문화에 대한 차이를 의도적으로 무시한 결과이다. 한국은 인터넷 초창기 시절부터, 인터넷언론 정치웹진 등이 독자 생산 콘텐츠를 중심으로 운영해왔다. 인터넷 참여의 대명사로 불리는 ‘댓글’이라는 것도 한국에만 있는 현상이다. 오히려 미국은 인터넷 동영상 사이트가 열리면서 비로소 수용자 참여가 가능해졌고, 그래서 이 놀라운 현상을 UCC라 부르게 된 것이다. 한국의 시각으로 볼 때는 완전히 뒷북이다.

저작권보호센터에서는 한국의 포털과 UCC사이트에서 유포되는 동영상의 84%가 기존의 드라마, 영화, CF 등을 무단으로 복제한 불법 저작물이라는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또한 한 온라인미디어업체는 동영상을 직접 만들어본 네티즌은 불과 0.4%에 불과하다는 통계자료를 내놓기도 했다. 이런 상황이라면 UCC는 ‘나만의 동영상’이 아니라 ‘남의 동영상’이 더 정확한 표현이다.

포털과 UCC업체들이 ‘남의 동영상’을 UCC로 탈바꿈시키면서 인터넷 여론에 미치는 부작용은 만만치 않다. 아무나 동영상을 찍어올리면 UCC가 되는 까닭에, 대선주자들의 캠프는 벌써부터 UCC팀 가동을 준비하고 있다. 앞으로 순수 유권자와 정치권에서 만든 동영상이 섞이면서 인터넷여론은 매우 혼탁해질 가능성이 높다.

일찌감치 국민기자와 독자논객제 등 진짜 UCC를 선보인 인터넷언론사들은 그 신원과 출처를 확실히 관리한다. 정치권이나 시민단체에서 낸 성명서는 UCC가 될 수 없다. ‘글’은 관리할 수 있지만 ‘동영상’은 안 된다는 말인가.
UCC업체들이 네티즌이 올린 동영상을 그대로 놔두는 것도 아니다. 그들도 인터넷언론사와 똑같이 추천동영상이라는 명목으로 메인화면에 선택 및 배치를 하고 있다. 어떤 정치인의 동영상이 올라가느냐는 해당 사이트 운영자의 판단에 달려있다. 언론 고유의 기능인 게이트키핑이다.

최근 선관위는 UCC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그럴 필요 없다. 해당 UCC가 올라간 사이트의 관리자가 책임지면 해결된다. 모든 웹사이트 운영자들은 그렇게 해왔다. 익명의 제보자를 보호하며 대신 법적 처벌을 받기도 했다. 확인할 수 없다는 남의 동영상에 버젓이 광고를 붙여 수익을 올리는 동영상업체만이 표현의 자유 때문에 그렇게 못 하겠다고 버틸 뿐이다. 그러나 실제로 법적 문제가 발생하면, “100% 네티즌 잘못”이라며 표현의 자유를 내던져버리는 것도 그들이다.

그래서 진짜 UCC라면 언론사가 책임을 지고 관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 조선일보 기고글을 수정보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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