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극심한 식량난에 처했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시인했다고 북한을 방문하고 중국에 도착한 토니 밴버리 세계식량계획(WFP) 아시아국장이 28일 밝혔다.
밴버리 국장은 이날 베이징(北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WFP는 북한 핵문제를 둘러산 정치적인 문제에 상관 없이 즉각 지원을 제공해줄 것을 기부자들에게 호소한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북한 정부가 100만t 가량의 식량이 부족하다고 확인했으며 북한이 공개적으로 수치까지 제시한 것은 내가 알기로는 처음"이라며 "그들은 지원을 확대해줄 것을 요청했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의 이번 식량 부족분은 전체 수요량의 20%에 달하는 것"이라며 "이는 인구 2천300만명인 북한 주민들의 3분의 1 정도가 추수 때까지 식량지원을 필요로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북한은 만성적인 식량난에 시달리고 있으나 최근 몇년간 WFP 등 다국적 지원단체들의 지원이나 중국과 한국 등 주변국들의 식량지원으로 부족분을 어느 정도 충당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북한은 2005년 말 WFP의 단기 식량원조를 거부한 이후 외부의 식량지원이 75%나 감소한 데다 지난해 6월부터 농경지에 홍수까지 발생하면서 식량난이 갈수록 심각해진 것으로 보인다.
밴버리 국장은 "기부자들이 반응을 보이지 않으면 수백만명의 북한 주민들이 기아에 허덕일 것"이라면서 "WFP도 지원에 나서겠지만 그러기에는 현재 자금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호소했다.
그는 "지난 2월 북핵 6자회담 합의로 앞으로 지원의 발판은 마련되겠지만 이를 통한 지원은 너무 늦을 수 있다"고 지적하고 "문제는 우리도 그렇고 북한 주민들도 기다릴 수 없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주민들의 필요성은 정치대화와는 별개의 것"이라면서 "우리는 기부자들에 대해 북한의 현재 상황을 직시하고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 지를 인식하고 바로 지원에 나서줄 것을 요청한다"고 덧붙였다.
밴버리 국장은 "WFP는 북한의 식량난을 핵개발 프로그램을 둘러싼 정치와 연관시키지 않는다"면서 "우리가 지원하는 것은 북한 정부가 아니라 북한 주민들"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베이징=연합뉴스) yskw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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