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코델타아시아(BDA) 암초'에 걸려 때아닌 휴지기에 들어갔던 북핵 외교가가 꿈틀대고 있다.
일각에서 BDA 북한 자금 2천500만달러 가운데 일부가 동남아 국가의 한 은행으로 이체되고 있다는 얘기가 나도는 등 새로운 국면으로 전환되고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임성남 외교통상부 북핵외교기획단장은 19일 오후 베이징(北京)을 찾았다. 이날 오전만 해도 아무런 기별이 없었던 만큼 그의 베이징행에 관심이 쏠렸다.
이에 대해 정부 당국자는 "임 단장은 새로 임명된 중국 외교부의 천나이칭(陳乃淸) 한반도담당대사 를 만나 협의하기 위해 베이징을 찾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지난 주말 중국측이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차관보에게 '며칠만 기다려보라'는 메시지를 전달한 점이나 한.미 주요 당국자들이 '인내의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는 점을 강조해온 점을 감안하면 임 단장이 '모종의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베이징을 찾은 게 아니냐는 것이 외교가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게다가 중국의 외교부 대변인 등이 이번 주 들어 잇따라 'BDA 해결이 임박했다'는 내용을 공개적으로 천명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임 단장의 베이징행은 예사롭지 않은 부분이 없지 않다.
임 단장은 무엇보다 북한의 동향에 비교적 밝은 중국 외교부의 6자회담 관계자들을 면담, 북한측이 과연 현재의 상황을 어떻게 판단하고 있는 지를 정확히 파악하려는 노력을 경주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번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에 대비, 6자회담 의장국 중국과 대책을 숙의할 가능성도 있다.
아울러 한국과 미국이 바라보는 현 상황에 대한 판단을 중국에 설명하고 이를 북한측에 전달하도록 함으로써 돌파구를 마련하려는 의도도 엿보인다.
한 당국자는 "언제까지 참고 기다릴 수는 없는 게 아니냐"면서 "북한도 현 상황을 정확히 아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일본 요미우리(讀賣)신문은 이날 BDA 북한자금이 동남아시아의 한 은행으로 이체되고 있다는 내용을 보도해 눈길을 끌고 있다.
이 신문은 중국과 북한의 무역 관계자 말을 인용해 이런 내용을 전한 뒤 52개 계좌의 자금이체가 완전히 끝나는 데는 한 달 이상이 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대해 정부 당국자는 "현재까지 우리가 파악한 내용은 없다"면서 "임 단장이 중국 측에 관련 내용을 문의해보면 알 수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만일 BDA 북한자금이 제3국 은행으로 송금(이체)되기 시작됐다면 이는 BDA 문제 해결의 실마리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향후 북한의 움직임이 주목된다.
북한은 BDA 문제가 해결되는 직후 2.13 합의에서 규정한 초기조치의 의무사항을 이행하겠다고 공언해왔다.
한편 평양 대동신용은행의 콜린 매카스킬 대외협상대표가 이번 주 초 BDA에 예치돼있는 700만달러의 자금 이체를 시도하겠다고 밝혀 눈길을 모으고 있지만 북한 자체 자금의 이동과는 별개로 봐야한다는 시각이 나오고 있다.
다시 말해 매카스킬 대표가 자사의 돈을 BDA에서 제3국의 은행으로 이체하는 것과 북한이 '꼬리표가 붙은' 자신들의 돈을 제3국으로 송금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는 것이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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