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터민(탈북자) 대학생과 남한 대학생이 함께 여행하면서 서로 이해해가는 과정을 스스로 촬영한 다큐멘터리 영화가 부산 아시아 단편영화제 다큐멘터리 부문 본선에 진출했다.
8일 새터민 청소년 대안학교인 셋넷학교에 따르면 동갑내기 대학생 최금희(24.여.새터민)씨와 김민지(24.여)씨는 함께 떠난 20일 간의 여행에서 셀프 카메라 형식으로 영상일기 `길 위의 대화'를 찍었다.
영화는 작년 8월 셋넷학교 새터민 청소년들이 `동북아 평화 프로젝트' 일환으로 중국과 몽골로 여행을 가자 이 학교 제1회 졸업생인 최씨와 자원교사인 김씨가 동행하면서 시작된다.
인천항을 떠나 중국에 도착한 최씨는 탈북 당시 가족과 함께 통통배로 한겨울의 거친 파도를 가르며 `날아가는 갈매기였으면…', `무인도라도 보였으면…'하고 간절히 소망했던 기억을 김씨에게 이야기한다.
김씨는 여행지의 낯선 환경과 자신의 어린 시절 추억을 연결하면서 최씨가 아픈 기억을 끄집어내 스스로 상처를 치유할 수 있도록 돕는다.
그러나 살아온 환경이 다른 두 사람이 함께 생활하고 여행하는 동안 갈등이 없을 수 없다.
중국어 실력 격차와 셋넷학교 학생들과의 친근감 등에서 생긴 둘의 미묘한 갈등은 급기야 말다툼으로 이어지지만 탁 트인 자연 속에서 마음을 열고 서로를 친구로서 바라보게 된다.
김씨는 몽골로 넘어가는 열차에서 시원한 물수건을 최씨에게 건네주며 "맑고 깨끗한 하늘을 보니 그 동안 찌들었던 감정이 정화되는 것 같다"며 최씨에게 화해의 손을 내민다.
오원환 감독은 "이들의 갈등을 반세기 동안 벌어진 문화와 이념의 간극이 아닌, 인류가 보편적으로 갖고 있는 갈등으로 봤으면 좋겠다"며 "이들의 갈등과 화해 과정은 언제, 어디서나, 누구에게나 있을 법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박상영 셋넷학교 교장은 "이들이 카메라를 의식하지 않고 `떠들기'를 통해 자신들의 과거와 직접 소통하고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리고 싶었다"고 제작 의도를 밝혔다.
`길 위의 대화'는 17일과 19일 오후 부산 경성대학교에서 상영된다.
(서울=연합뉴스) engin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