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 방과후 학교 참여는 `공교육의 학원화' 우려
(서울=연합뉴스) 사건팀 = 서울시교육청이 24일 발표한 학교 자율화 세부 추진계획에 대해 일선 초중고교와 학부모들은 대체로 환영하는 입장이다.
0교시 수업과 우열반 편성이 금지되고 수준별 이동수업이 수학ㆍ영어에서 다른 과목까지 확대되며 사설학원 등 영리단체가 방과후 학교를 운영할 수 있도록 허용되면서 사교육 시장으로 내몰리던 학생들을 학교로 불러모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나오고 있다.
0교시 수업과 우열반 편성을 금지하고 이동수업을 확대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학생과 학부모, 일선 교사 모두 긍정적인 반응이었다.
고교 3학년 김창현(17)군은 "우열반을 나누면 학생들 사이에 위화감만 조성되고 열등반에 있는 학생들의 경우 공부에 대한 의욕을 잃을 것 같아 좋지 않다"며 "수준에 맞춰서 이동수업을 진행하면 수업 집중도도 높아지고 효과적일 것 같다"고 말했다.
고교생 학부모 강태용(49)씨는 "우열반을 나누는 것은 발전성이 없다. 학창시절에 우열반이 있었는데 공부를 하고 싶은 욕망보다 우등반에 대한 반감이 더 커졌다"며 "우열반 대신 수준별 이동수업이 반감도 덜할 것"이라고 반겼다.
잠실 한 고교의 김모(48) 교사는 "교육이란 잘하는 애들을 더 잘하게 하는 것보다는 못하는 애들을 더 잘하게 하는 데 의미가 있는 것"이라며 "우등생과 열등생을 격리시키기보다는 함께 어울리며 서로에게 자극이 되도록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우열반 편성을 금지한 방침이 옳다"고 말했다.
방과후 학교를 사설학원 등 영리단체가 운영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방침에 대해서는 일선학교와 학부모 모두 환영한다는 입장이지만 `학교의 학원화'에 대한 우려도 나왔다.
중학교 교사 김현정(26.여)씨는 "학교에서 다양한 학업 프로그램을 진행할 수 있다면 사교육 받을 걸 학교에서 해주니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고교 교사 신모씨도 "교사의 경쟁력 확보 차원에서도 사설학원의 방과후학교 참여는 환영한다. 교사가 자기계발을 등한시하지 않고 경쟁을 하도록 유도하는 자극제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찬성했다.
반면 고교 3학년 정상철(17)군은 "방과후 학교를 학원에서 운영하기보다는 차라리 학원에 가는 것이 더 낫지 않겠나. 굳이 학교까지 학원 선생님들이 오는 것은 불필요하고 교권에 대한 도전이라는 생각도 든다"며 반대했다.
초등학교 방과후학교 프로그램을 교과 프로그램으로 확대 운영하는 방침에 대해서는 학부모와 일선 교사 모두 대체로 반대하는 입장을 보였다.
면목동의 초등학교 정모(32.여) 교사는 "초등교육에서까지 교과교육 위주로 방과후 수업을 하는 것은 옳지 않다. 특기적성을 개발하는 것이 아이들의 인성 교육이나 재능 발굴을 위해서도 적합할 것"이라고 말했다.
성북구 초등학생 학부모 김선정(47.여)씨는 "방과후 학교는 아이들이 학원에서는 받기 어려운 예체능 교육을 학교에서 보완해주는 것이 더 효율적일 것"이라며 "오히려 현재 학교에서의 수업의 질을 높이는 게 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mong0716@yna.co.kr
(끝)
ⓒ 미디어워치 & mediawatch.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