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 반응은 오히려 시큰둥
(서울=연합뉴스) 박상돈 박인영 기자 = 서울시교육청이 24일 발표한 `학교 자율화 세부 추진 계획'을 보면 우열반 편성 및 0교시 수업 금지와 함께 사설학원의 방과후 학교 진입이 관심 대상으로 떠올랐다.
그동안 겉으로 나마 공교육과 사교육의 경계가 엄격히 구분됐지만 사설학원 등 영리단체의 방과후 학교 프로그램 운영이 허용됨으로써 학원이 학교의 울타리를 넘게 됐기 때문이다.
시교육청은 이날 "방과후 학교 운영의 활성화를 위해 사설학원 등 영리단체의 개별 프로그램 위탁 운영을 허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정 학원이 방과후 학교의 모든 프로그램을 한꺼번에 운영할 수는 없지만 학원 강사가 일선학교의 방과후 학교에 출강, 학원과 마찬가지로 수강료를 받고 직접 학생들을 가르칠 수 있게 됐다.
시교육청은 이번 결정에 대해 "교육 수요자의 다양한 욕구를 반영한 것"이라고 그 배경을 설명했다.
하지만 이번 조치에 대해 사교육 의존도가 높아지는 현실 속에서 학교까지 사교육에 의존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 우려가 높다.
진보신당 서울시당은 "영리업체의 전면 위탁은 막았지만 논술은 A업체, 영어는 B업체식으로 사실상 전면 위탁이 가능하다"며 "전문화된 사교육업체가 여러 학교를 맡을 수 있도록 편법적인 길을 열어놨다"고 지적했다.
초등학생 학부모인 김모(47ㆍ여)씨는 "학교가 학원화될 수 있다는 점에서 옳은 방향이 아니라고 본다"며 "학교수업의 질을 높이고 교사들의 처우를 개선해 공교육으로 학생들이 필요한 걸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학생들에게 다양한 교육의 기회를 주고 사교육을 학교 안으로 흡수해 공교육의 신뢰를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환영하는 목소리도 높다.
서울자유교원조합은 "그동안 하향 평준화교육에 염증을 느껴 교육이민, 조기유학, 사교육 등을 통해 교육권 대탈출을 시도했던 국민에게 희망을 주면서 사교육을 학교 안으로 흡수하려는 공교육 신뢰 조치"라고 강조했다.
서울시내 한 중학교 영어교사인 김모씨는 "학교 안에서 다양한 교육 기회를 부여한다는 점에서 환영한다"며 "방과후 학교에 영리단체가 참여하더라도 강사의 질만 검증되면 상관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런 논란에도 정작 학원쪽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한국학원총연합회 관계자는 "학원의 방과후 학교 운영이 가능해졌지만 작은 학원들은 여력이 없고 큰 학원들은 관심이 없다"고 전했다.
한 대형입시학원 관계자도 "방과후 학교에 참여하려면 별도의 사업부를 운영해야 하는데 입시학원들은 그럴 의향이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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