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교인들, 판사 권유로 법정서 성경읽고 소 취하
(울산=연합뉴스) 장영은 기자 = 오는 25일 법의 날을 앞두고 울산지법의 한 판사가 폭력사건으로 치료비 소송이 붙은 기독교인들에게 성경 구절을 읽도록 한 뒤 스스로 소를 취하하고 화해할 수 있도록 기회를 줘 화제다.
24일 울산지법에 따르면 민사11단독 김은구 판사는 지난 22일 한 손에는 재판기록을, 다른 한 손에는 한 권의 성경책을 들고 법정에 들어섰다.
울산 모 교회 소속 교인들은 이에 앞서 같은 교회의 일로 다투다 서로 폭행하는 불상사가 발생하자 쌍방 치료비 청구를 위한 소송을 제기했고 이날 재판을 사건 재판을 받기 위해 법정 좌석에 함께 앉은 것이다.
기독교인인 김 판사는 법정 재판장석에 앉은뒤 원고 A씨에게 신약성경의 고린도전서 6장의 내용을 소리 내어 읽도록 했다.
"내가 너희를 부끄럽게 하려고 이 말을 하노니 너희 가운데 그 형제간 일을 판단할 만한 지혜가 있는자가 이같이 하나도 없느냐. 너희가 피차 송사함으로 너희 가운데 이미 완연한 허물이 있나니 차라리 불의를 당하는 것이 낫지 아니하며, 차라리 속는 것이 낫지 아니하냐"
이처럼 6장의 내용은 바울이 교인끼리 송사를 일삼는 고린도교회에게 보내는 편지 내용으로 서로 형제라 부르는 교인들끼리 송사하는 것은 이미 허물이 있는 것이라고 가르치는 내용.
관련 재판기록을 검토하면서 원, 피고들의 교회가 교인들 간의 분쟁으로 분열될 상황에 처해 있고 이 사건도 그 과정에서 발생한 일이라는 것을 알게 된 김 판사는 법정에서 시비를 가리는 일도 중요하지만 당사자들끼리 원만하게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해 평소 자주 읽던 성경구절을 읽어주리라 생각하고 이날 법정에 나온 것.
결국 원고와 피고, 법정을 가득 메웠던 양측 교인들은 김 판사가 읽도록 한 성경구절을 들으며 법정에서 다투는 것이 교인의 도리에 어긋난다고 생각하게 됐고 곧바로 법정에서 쌍방이 제기했던 모든 소를 취하했다. 더 이상 이 일로 법정에서 서지 않기로 한 것은 물론이다.
울산지법 손동환 공보판사는 "재판을 지켜본 방청객들이나 당사자들 모두 법리적 판단에 그치지 않고 양심에 호소하는 김 판사의 해결방안에 모두 공감했다"고 전했다.
you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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