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권수현 기자 = 동아제분에 이어 CJ제일제당이 4개월만에 또다시 밀가루 값을 대폭 올리면서 라면이나 과자, 빵 등 밀가루를 주 원료로 사용하는 식품류 가격이 또다시 오를지 주목된다.
특히 이번 밀가루 값 인상은 새 정부가 52개 생필품의 가격 동향을 주시하며 물가 상승을 최대한 억제하겠다는 입장을 발표한 지 1개월만에 이뤄진 것이어서 소비자가 관련 업계에서 받는 충격은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CJ제일제당은 오는 28일부터 밀가루 제품 출고가격을 15-26% 올리기로 했다.
국내 3대 제분업체로 꼽히는 동아제분도 이에 앞서 21일부터 밀가루 제품 가격을 품목별로 17%에서 최고 28%까지 인상했으며 대한제분과 삼양사 등 나머지 업체들도 가격 인상에 합류할 것이 확실시된다.
이번 밀가루 값 인상은 원맥 가격 상승과 해상운임비용 증가, 환율 상승에 따라 원가 부담이 커진 때문으로 작년 9월과 12월에 이어 최근 7개월간 세번째로 이뤄진 것이다.
이에 따라 일부 라면ㆍ제과ㆍ제빵업체 등 관련 제조업체를 중심으로 가격 인상 움직임이 또다시 일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실제로 CJ제일제당을 비롯한 제분업체들이 작년 9월 말에 13-15%, 작년 12월 초에 24-34%씩 밀가루 제품 출고가를 인상한 직후에는 농심, 삼양, 크라운, 오리온 등 라면 및 제과업체들도 제품당 가격을 10-30%씩 올리곤 했다.
이들 업체는 연초에 주요 품목을 중심으로 값을 올렸기 때문에 당장 제품 가격을 인상하지는 않겠지만 가격 인상 시기가 앞당겨질 가능성은 있다는 입장이다.
롯데제과의 경우 연초에 인상을 계획했던 품목 중 아직 값을 올리지 못한 50여종의 가격 인상 시기를 조율하고 있다.
롯데제과는 올해 초 과자와 빙과류 등 15개 품목의 가격을 10-20% 폭으로 올리고 카스타드와 빼빼로, 롯데샌드 등 일부 제품은 중량을 줄였으나 올해 초 가격인상 예정이던 70여개 제품 중 20여개 제품만 값을 올렸다.
롯데제과 관계자는 "소비자 반응 등을 감안해 나머지 50여개 제품의 가격인상 시기를 최대한 늦춰왔으나 밀가루 값 추가 인상으로 더이상 버티기 힘든 상황"이라며 "조만간 이들 제품의 가격을 올린다는 방침이지만 구체적인 시기는 아직 검토중이다"라고 말했다.
오리온과 해태제과 등도 최대한 인상요인을 내부적으로 흡수한다는 입장이지만 신제품을 중심으로 밀가루 가격 상승분을 반영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라면 제조업체들은 농심의 경우 2월, 삼양식품은 3월에 각각 제품가격을 인상해 가격 인상을 검토하지 않고 있다는 입장이지만 내부적으로는 상당한 부담을 느끼는 분위기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밀가루가 라면 원가에서 19% 정도를 차지하는데 이번에 또 가격이 오르는 바람에 원가 압박이 심각하다"면서 "당장 제품가격을 올리지는 않겠지만 언제까지 내부적으로 원가상승분을 흡수할 수 있을지 걱정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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