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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의 연주' 이어가는 입양인 음악가

(서울=연합뉴스) 홍덕화 기자 = "하하하...살바토르 아다모가 연상된다구요?"
25일 야외공연에 앞서 찌푸린 날씨속에 다소 그늘진 얼굴로 나타난 드니 성호 얀센스(33.한국명 신성호)씨는 벨기에의 샹송 가수 아다모 얘기가 나오자 금방 얼굴에 웃음꽃이 핀다.
"그러고 보니 비슷한 데가 많네요. 저도 '외국 이주민'이고, 10대 때부터 음악을 미칠 정도로 좋아 했으니..헤어 스타일은 빼고요."
14세 때 벨기에 음악경연대회(영재 부문)에서 우승한 그는 2004년 유럽 콘서트홀 연맹의 '떠오르는 스타'로 뽑혀 뉴욕 카네기홀, 잘츠부르크 모차르테움 등 유명 극장에서 독주회를 가졌다.
가정 형편상 평범한 교육을 받았으면서도 천재성이 인정된 그의 벨기에 정착 과정은 이탈리아 이민자의 후예로 10대 중반에 기타와 노래로 절정의 인기를 모은 아다모와 닮은 점이 많다.
부산에서 태어나 3일 만에 고아원에 보내지고 돌도 안돼 벨기에로 입양된 그는 "피아노를 배우고 싶었는데, 부모님은 돈이 부족해 8세 때 기타를 사주셨다"면서 "아버지, 어머니 모두 정말 훌륭하신 분들이세요. 사랑을 듬뿍 받은 점만해도 유럽 입양인중 운이 좋은 편이지요"라고 자랑했다.
그는 이날 서울 청운동 '뿌리의 집'에서 가진 '작은 음악회'-'탄원과 춤'에 대해 "입양인 사회와 한국 사회의 하나됨"이자 "곧잘 과거로의 여행을 떠나곤 하는 입양인들에게 미래로의 탐험"을 권하기 위해 마련했다고 말했다.
해외 입양인 3명이 기타와 춤을 통해 전하려는 메시지는 "자식을 버린 친부모와 조국에 대한 용서, 이해를 바탕으로 이들과 화해하고 소통하기 위한 몸짓"이라는 것이다.
그는 "2006년 재외동포재단 초청으로 한국에 오기 전만해도 한국에 대해 잘 알지 못했다"면서 "아직도 유럽인의 사고방식을 갖고 있지만 점차 한국의 뿌리를 되찾아가고 있으며, 양쪽 모두 내 고향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씨의 이력을 살펴보노라면 최근 개봉된 영화 '어거스트 러시(커스틴 쉐리단 감독)'의 주인공 어거스트(프레디 하이모어扮)의 모습이 떠오른다. 놀라운 음악적 재능을 가진 어거스트가 기억 너머 저편의 친어머니를 찾는다는 일념으로 혼자 뉴욕으로 가 기타를 연주하던 앳딘 모습은 '기타를 든 8세 꼬마'가 30대의 청년으로 성장한 신씨의 이미지와 중첩된다.
신씨는 "많은 사람들이 어거스트 러시 영화 얘기를 했는데, 정작 저는 못봤다"며 활짝 웃었다.
그는 "2006년 가을 이후 친부모를 주장하는 사람들을 여럿 찾아 봤지만 아직도 '한국의 뿌리'를 확인하지 못해 마음이 아프다"고 했다.
'언제까지 한국에 머무나'라는 물음에 그는 "모르겠다. 한동안 연주여행을 계속하고 싶다"고 말했다. 어거스트가 "부모만이 자신의 음악을 알아볼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으로 이곳 저곳을 유랑하며 기타를 연주했듯이 그 역시 친부모님을 만날 때를 기다리며 오늘도, 내일도 기타줄을 뜯으며 '가슴속의 슬픈 현'을 울릴 생각이다.
duckhw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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