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생각안해봤다..이제부터 한번 생각"
(서울=연합뉴스) 황재훈 기자 = 박근혜 전 대표가 7월 전당대회 불출마를 시사하면서 차기 당권 향배가 안갯속 국면에 접어든 가운데 한나라당 일각에서 박희태 전 국회부의장이 당권을 맡아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어 주목된다.
이명박 대통령의 핵심측근인 이재오 전 최고위원의 낙선으로 주류측 당권 주자가 마땅치 않은 상태에서 이미 당권 도전을 선언한 정몽준 의원에 대한 당내 호.불호가 엇갈리고 있고, 대안으로 꼽히던 5선의 김형오 전 원내대표도 국회의장직에 마음을 굳힌 것으로 알려지면서 '박희태 대안론'이 나오고 있는 것.
이와 관련, 박 전 부의장은 28일 평화방송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이석우입니다'에 출연, 자신의 당대표 출마론에 "아직까지 한 번도 그런 생각을 해 본 일이 없다. 거기까지는 생각을 안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당의 화합을 위해 경륜을 발휘할 수도 있는 것 아니냐'는 거듭된 질문에 "이제부터 한 번 생각해 보겠다"면서 가능성을 완전 배제하지는 않았다.
정치특보 신설시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는 박 전 부의장의 대표론은 5선의 관록과 대선 경선 당시 이명박 후보 공동선대위원장 경험 등을 바탕으로 당내 조정은 물론 당.정.청 조율에도 적임이라는 판단에 근거하고 있다.
수도권의 한 의원은 "박 전 부의장의 조정력, 무게감, 이 대통령이나 청와대와의 관계 등을 감안할 때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면서 "최근 의원들 사이에 이런 얘기를 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반론도 만만치 않다. 총 153석의 '거여(巨與)'를 원외 대표가, 그것도 18대 국회 공천에서 탈락한 인사가 끌고 가기에는 역부족일 것이라는 지적이다. 게다가 원외 대표론에 대해서는 주류측 내에서조차 반론이 적지 않다.
같은 논리라면 오히려 강재섭 현 대표가 다시 한번 당권을 맡는 것이 낫다는 얘기도 있다. 그러나 강 대표도 당내 비주류 위치를 확고히 한 박근혜 전 대표와 탈당 무소속 당선자 복당 문제를 놓고 마찰을 빚는 등 역시 한계를 노정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주류측의 한 핵심 의원은 "진짜 황당한 생각"이라면서 "박 전 부의장이 대표를 한다면 그야말로 공천이 잘못됐다는 것을 인정하는 일 아니냐"고 반문했다. 말하자면 박근혜 전 대표측이 지적해온 '공천 실패론'을 자인하는 꼴이 될 것이라는 얘기다.
그는 또 "만약 박 전 부의장이 나왔다가 당선이 안되면 어떻게 하겠느냐"고 반문하고 "문제를 과연 정도(正道)로 풀어나가는 것인지에 대해 회의적"이라고 말했다.
한편 박 전 부의장은 이날 라디오 출연에서 `복당 문제'와 관련, "복당 문제를 두고 자꾸 이야기하니 국민이 마땅치 않게 생각한다"면서 "자꾸 공개적으로 언론을 통해 간접적 대화를 하지 말고, 정말 책임있는 사람들이 직접 대화를 해서 문제를 풀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청와대 수석들의 거취문제와 관련, "(박미석 수석의 사퇴로) 이 문제는 일단 가닥이 잡힌 것 아니냐"면서 "지금 출범한 새 정권이 발목을 잡혀서는 국가가 손해라는 생각으로, 청와대도 좀 안정을 시켜줘야 한다"고 파문 진화를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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