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기업.교민 반겨..사업성공엔 많은 난관
(모스크바=연합뉴스) 남현호 특파원 = 한국 시중 은행들의 러시아 진출이 잇따르고 있다. 러시아 경제의 팽창과 한국 기업들의 러시아 진출 확대라는 호재에 기대어 금융 후진국인 러시아에서 활로를 찾기 위한 것이다.
28일 모스크바 현지 금융업계에 따르면 현재 러시아에 진출해 있거나 진출을 적극 모색 중인 한국계 은행은 모두 6개다.
지난 1월 우리은행이 외환위기 이후 한국계 금융기관으로는 처음으로 러시아 현지 법인을 설립, 영업에 들어갔는가 하면 지난 17일 외환은행이 모스크바 사무소를 개설했다.
또 기업은행이 지난달 러시아 중앙은행으로부터 사무소 개설 인가를 받고 현재 사무실을 물색 중이다. 이 밖에 신한은행은 현지 은행 인수.합병을 모색 중이며 하나은행, 농협도 수 개월 전부터 모스크바에 해외 담당 직원을 파견, 은행업 진출을 타진하고 있다.
현재 한국 시중은행들의 러시아 진출 형태는 우리은행과 같은 법인 설립을 통한 신설인가 방식과 신한은행이 추진 중인 인수합병 등 두 가지다.
사무소는 법인 등록을 위한 전 단계로 시장 조사와 연락 업무 만 허용되며 영업 행위는 할 수 없다.
인수합병 방식은 현지 은행 인수와 동시에 영업이 가능하지만 상대 은행에 대한 정확한 정보가 없을 경우 큰 위험에 빠질 수 있고, 향후 지분 다툼이 일 소지가 크다는 단점이 있다.
신설 인가 방식은 위험성은 낮지만 법인 등록까지 최소 2년이 소요되고 개인 예금 등 소매 금융은 영업 개시 후 2년 뒤 중앙은행의 허가 여하에 따라 정해지기 때문에 영업이 활성화되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는 단점이 있다.
현지 금융 전문가들은 은행들의 러시아 진출 성공 여부는 러시아 금융체계에 대한 정확하고 깊이 있는 이해, 치밀한 시장 조사, 그리고 소위 러시아식 관료주의를 어떻게 극복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보고 있다.
러시아 정부가 최근 자국 은행들의 건전성 확보를 위해 애쓰고는 있지만 1천200여 개 러시아 은행들 중 아직도 일부는 실체를 확인할 수 없는 `페이퍼 컴퍼니'이기 때문에 인수.합병시 상대 은행에 대한 정확한 정보가 없을 경우 낭패를 볼 수 있다는 지적이다.
또 이런 정보도 비효율적인 행정시스템 때문에 사실 확인이 쉽지 않는 상황이며 최종 서명을 앞두고도 갑자기 상대 측이 그간의 협상 결과를 뒤집거나 당국이 허용 불가를 통보하는 경우가 많아 영업 개시 전까지 방심해서는 안된다고 충고한다.
이와 함께 씨티은행, HSBC 등 대형 외국계 은행들이 진출해 있지만 지난 1998년 은행권의 신용 붕괴를 경험한 러시아인들은 아직도 금융기관을 그리 신뢰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최근 모스크바를 방문한 리처드 웨커 외환은행장은 "고객 확보를 위해서는 수익성과 시장 위험 관리를 통한 안정성이 중요하다"면서 "시장 성격에 맞게 어려움을 극복해 나간다면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시중은행들의 러시아 진출 소식은 그동안 양국 간 급속한 경제교류 확대와 한국 기업들의 활발한 현지투자에도 불구하고 한국계 은행이 없어 불편을 겪었던 한국 기업과 교민들에겐 희소식이다.
은행 업무를 위해 독일 등 인근 유럽국가로 나가야 하는 불편을 감수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러시아 씨티은행의 블라지미르 나브토프 씨는 "모기지론 등 각종 상품을 이용하는 러시아 고객들이 늘고 있어 시장 전망은 밝은 편"이라면서 "하지만 외국계 은행이 투자 비용을 회수하고 수익을 올리기 까지는 난관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hyun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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