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연합뉴스) 권수현 기자 = 구학서 신세계 부회장이 '친정 기업'인 삼성에 대해 특검 수사 종료를 전후해 다분히 상반된 견해를 밝혀 눈길을 끌었다.
삼성 비자금 의혹 관련 특검 수사가 진행중이던 때에는 삼성에 대해 비판적인 태도를 보였으나 수사가 마무리된 이후에는 강하게 옹호하고 나선 것.
구 부회장은 28일 중국 상하이에서 이마트 차오안(曺安)점 개점에 앞서 열린 기자단과의 만찬에서 삼성 비자금 사태에 관한 의견을 질문받고 "삼성그룹 전략기획실(옛 비서실)이 없어져야 한다는 여론은 옳지 않다"고 주장했다.
그는 "삼성의 강점을 비율로 따지자면 50% 이상이 비서실에 있다고 본다"며 "국내에 그만한 조직을 갖춘 회사가 없는데 여론 때문에 강력한 지원조직을 없애야 한다는 것은 잘못됐다"며 특검 수사에 따라 전략기획실이 해체 수순을 밟게 된 데 대해 유감을 표시했다.
구 부회장은 "기업의 오너 역시 전지전능할 수는 없기 때문에 뒷받침해줄 조직이 필요하고 삼성 전략기획실도 오너가 올바르게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지원했던 것일 뿐"이라며 "오히려 오너가 독단적으로 결정하는 기업이 더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이는 삼성의 계열분리 이전인 1972년 삼성전자에 입사해 제일모직을 거쳐 삼성전자 이사로도 일했던 '삼성맨' 출신다운 발언으로 보인다.
그러나 구 부회장은 불과 4개월 특검 수사가 들어갈 즈음에는 이와 전혀 다르게 비칠 수 있는 의견을 내놓았다.
그는 1월10일 경기도 용인 신세계유통연수원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특검 수사가 삼성이 좀 더 투명해지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특검 수사에 대해 긍정적으로 언급했다.
이날은 마침 특검이 삼성 비자금 의혹과 관련해 본격적으로 수사에 착수한 날이었다.
구 부회장은 이를 두고 "태풍이 바다를 깨끗하게 정화하기도 하는 법이니 삼성이 삼성답게 의연하게 대처했으면 좋겠다"고도 했다. 이는 삼성이 잘못된 게 있다면 특검 수사라는 계기를 통해 좋은 방향으로 바뀌었으면 하는 희망론을 전한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신세계의 한 임원은 구 부회장의 이같은 발언을 두고 "구 부회장은 삼성 출신이면서도 삼성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을 갖고 있다"며 "평소에도 임직원들을 상대로 삼성그룹의 조직과 관련해 본인이 잘못됐다고 생각했던 부분을 강하게 지적하곤 한다"고 전하기도 했다.
하지만 전략기획실이 차명계좌와 주식 등을 통해 이건희 회장의 자금을 관리ㆍ운영하는 부정적인 역할을 맡아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평소에도 삼성의 조직적 문제를 자주 비판했다는 구 부회장이 전략기획실을 전적으로 옹호하고 나선 것은 언뜻 앞뒤가 맞지 않는다.
이를 두고 일부에서는 삼성 비자금 사태 초기에 이명희 신세계 회장이 홍라희 여사와 함께 비자금으로 미술품을 구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삼성에 비판적인 의견을 내세우면서 일시적인 '거리 두기'를 한 것이 아니냐는 해석도 있다.
이와 관련, 신세계 관계자는 "구 부회장이 평소에 삼성의 조직적 문제점을 지적하기는 했지만 전략기획실 자체를 없애는 것은 득보다 실이 크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며 "이는 이명희 회장에 대한 의혹과는 상관 없이 구 부회장에 평소에도 거듭 강조해왔던 지론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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