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의 내곡동 사저 터 매입 의혹을 수사하고 있는 이광범 특검팀이 대선을 한달 앞둔 상태에서 수사기간 연장을 요구했다.
영부인 조사와 청와대 압수수색 등 ‘정치 특검’ 의혹이 짙다는 질타가 나오는 상황에서 또 한번 임팩트 큰 이슈거리를 제공했다.
결국 청와대는 수사기간 연장 요구를 거부하기로 입장을 정리해 발표했다. 청와대 압수수색도 형사소송법 관계규정에 따라 승낙할 수 없다는 거부 의사를 밝혔다. 군사상·공무상 비밀에 관한 이 규정에는 압수수색 대상이 되는 해당기관의 승낙이 있어야 한다는 점을 못박고 있다.
그렇다면 특검에게 시간이 부족하다는 말은 정말인가.
아니다. 특검기간은 한달이었다. 특검팀을 꾸리고 시설을 확보하는 등 직무수행에 필요한 준비작업 기간까지 합하면 40일이다.
특검팀은 특별검사를 보좌할 특검보 2명과 특별수사관 30명 이내로 짤 수 있고 여기에 검사 10명과 공무원 30명까지 지원받을 수 있었다. 결국 최대치인 70여명의 수사 인원을 투입했고 십수억원의 예산을 사용하며 대대적인 수사를 벌였다.
이 대통령의 아들 시형씨와 큰 형 이상은 회장, 김인종 전 경호처장 등 20여명의 사건 관계자들에 대해 약 40회에 걸쳐 소환 조사했다.
청와대에 따르면 모두 51개 항목 206페이지에 달하는 경호처 기밀자료를 비롯해 많은 자료도 제출 받았다고 한다.
넘치는 시간과 인력, 재원을 갖고 있었고, 여야와 국민이 모두 진실을 밝혀내 달라는 응원도 있었다. 이정도 여건이면 충분히 수사를 하고도 남는 시간이다.
오히려 한달 동안 털어내는 동안 나오는 수사과정에서 내부의 사소한 문제들을 흘려 이슈화 시켰고 정치적인 수사가 아니냐는 나와선 안될 얘기들도 나오고 있다.
수사기간 연장 거부는 실은 특검이 만들어낸 결과라고도 말할 수 있다.
핵심인물인 이 대통령의 아들 시형씨와 큰형 이상은 (주)다스 회장이 소환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흘려 내보낸 특검의 행동은 정치적으로 편향돼 있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이 기간동안에 특검이 흘려서 불거진 정치적 이슈만도 이렇게 커다란 불만과 의혹을 만들어 냈는데 하물며 연장해서 기간을 늘린다면 오죽할까.
청와대가 특검팀의 수사기간 연장 요구를 거부하면 특검팀은 13일 김윤옥 여사에 대한 서면질의서를 넘겨받은 뒤 14일 수사를 공식 종료하고 그동안의 수사결과를 발표해야 한다.
현재 확실한 발표 꺼리가 없다면 특검은 수사결과에 사소한 의혹들만 제기해야 한다. 사실상 내곡동 사저부지 터 의혹에 대해 혐의가 없다는 걸 인정하는 결론을 내놓거나, 혹은 자신들의 무능함을 국민들한테 심판 받아야 할 처지다.
특검은 이 상황에서 김윤옥 여사에 대한 조사나, 청와대 압수수색, 수사기간 연장 등 헌정사상 없었던 일들을 벌이고 있다.
그렇다면 특검팀은 왜 무리한 요구들을 반복하고 있나. 이번 수사기간 연장은 특검에게 어떤 꼼수가 있는 건 아닐까.
시간을 끌며 대선에 영향을 주려는 것인가. 혹은 주장할 근거가 부족하자 마음이 급해졌거나 변명거리를 찾고 있는 건 아닌가. 국민들을 자신들의 편으로 만들어 여론싸움에서 승기를 잡으려는 행동은 아닌가.
한번 따져보자. 연장이 된다면 이제 한달 남기고 후반부로 들어서는 대선판세에 자칫 큰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작은 정치적 제스쳐에도 예민하게 반응하는 게 여론이다. 이이상 대선이 임박한 상황에서 이번 특검이 목적을 넘어서 다른 민감한 부분에 접근한다면 그 여파는 엄청날 것이다.
또 연장이 되지 않는다면 청와대는 진실을 은폐하려는 목적이 아니냐는 비판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이후 특검 조사를 바탕으로 무혐의 판결이 나더라도 제대로된 진상규명이 아니라는 여론의 움직임을 유도하거나 떼를 쓸 수도 있다.
특검팀은 향후 의혹만을 제기, 제대로 밝혀내지 못한 찜찜함에 대한 핑계거리로 청와대의 거부를 들이댈 것이고, 결국 국민들의 동조를 얻어낼 것이란 얘기다.
다시말해 특검이 정치적 수사를 펼치든 펼치지 않든 결과적으로 청와대 압수수색이나 수사기간 연장은 특검에게 변명거리와 국민들의 질책을 피하게 만들어주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벌써 새누리당은 내곡동 특검팀이 수사 기간을 연장하자는 얘기는 민주통합당의 입맛에 맞춰 대선에 정략적으로 이용하려 한다는 국민적 오해를 불러올 것이라고 비판하며 경계하고 있다.
특검에게 수사기간 연장이나 청와대 압수수색은 청와대가 거부할 수 밖에 없을 것이란 판단이 기초 됐을 것이라 본다.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판이 커지는 것을 막아야 하는 청와대의 정치적 입장과, 청와대 압수수색으로 드러나는 중요한 자료 및 정보가 배임 및 부동산실명제법 위반을 넘어서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갈 수 있다는 점까지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사실 특검법은 수사 대상을 ▲이명박 정부의 내곡동 사저부지 매입과 관련된 배임 및 부동산 실권리자 명의등기법 위반 의혹 ▲수사과정에서 의혹과 관련돼 인지된 사건으로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이미 정치적 특검으로 기울어져 간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는 상황에서 청와대가 방어해야 할 정보들은 많을 것이다.
지금 당장은 의혹을 밝히는 일에 국민들의 관심이 쏠려 있지만 특검은 국민들에 의해 심판 받을 것이다. 과연 중립적인 수사를 했는지, 특정 정당에게 도움을 줄만한 활동을 하진 않았는지.
특검은 당장의 성과와 결과물을 만들어 내기 위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으려 한다.
그 중 국제적 위상을 올리고, 경제적 협력관계를 이끌어 내야 할 이 대통령 내외의 해외순방 일정 직전에 김윤옥 여사 조사를 요청한 행위는 국익에 반한다 할 것이다. 높아진 국격을 바탕으로 협상을 해야 할 판에 영부인 의혹 등까지 해외언론에 보도되게 한 점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또 청와대가 경제위기 대처와 예산 국회대비 등 산적한 현안으로 정신 없는 상황에서도 최대한 성실히 수사요구에 응했지만 여기서 또다시 청와대 압수수색이나 기간 연장 등을 요구하며 필요이상으로 압박하는 상황도 국가의 발전을 저해하는 일이란 걸 알아야 한다.
더 나아가 특검은 지금의 선택과 행보들의 공정성은 모두 국민들에게 모니터 되고 있으며, 역사가 기록할 것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김승근 기자 hem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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