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1년 12월 7일 오전 6시(태평양 현지시각) 하와이로 350여대의 폭격기가 공습을 가했다. 이른바 ‘진주만 공습’이다.
갑작스런 기습에 미군은 속수무책이었다. 미군 전함 4척이 격침당하고 또 4척이 파괴됐다. 경순양함과 구축함, 수상기모함, 공작함 등이 줄줄이 완파되고 항공기 230여대가 제대로 이륙도 못한 채 격파당했다. 미군 전사자는 2,400여명을 헤아렸고 부상자는 1,200여명에 달했다.
일본은 이 공격으로 승기를 잡았다고 판단했다. 작전은 대성공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미국의 저력을 제대로 몰랐던 일본군의 실수였다. 일본의 기습은 결국 미국의 제2차세계대전 참전을 결정짓게 한 기폭제가 됐다.
결과적으로 1945년 8월 6일 미국은 히로시마에 15kt급 원자탄 ‘리틀보이’를 투하시킨다. 원자탄 1발로 일본인 14만명이 죽었다. 3일 후인 8월 9일, 나가사키에도 21㏏급 원자폭탄인 ‘패트맨’이 떨어졌고, 그 해가 끝날 때까지 나가사키에서 7만 명이 죽었다. 이날 충격을 받은 일본 천왕은 무조건 항복을 천명하기에 이르렀다.
일본이 잠자는 사자의 콧털을 건드렸고, 그 결과는 일본의 무조건 항복이었다.
2010년 11월 23일. 오후 2시 30분쯤 평화롭던 연평도에서 굉음이 울렸다. 북한에서 쏘아 보낸 170여발의 포탄이 연평도 건물을 무차별적으로 부쉈다. 해병대 2명이 전사했고 16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민간인 2명이 사망하고 3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북한의 포격 만행에 세계가 경악했다.
우리는 80여발의 대응사격을 가했다. 사격훈련중인 포를 재정렬 한 후, 적이 13분 동안 170발을 쏠 동안 1분만에 80발 응사하고 전투기까지 출격시키는 등 입체적 대응 태세를 갖췄다. 칭찬할만한 일이다.
우리의 k-9 자주포의 피해 반경은 50m로 적군의 122mm 방사포가 피해반경이 25m 인 점을 감안할 때 우리가 응수한 K-9의 파괴력이 훨씬 크다고 볼 수 있다.
이 포격싸움은 승패를 떠나 여러 가지 의미를 우리에게 안겼다. 우리나라 국민이라면 한번쯤 생각해 본 게 있다. 과연 전쟁이 나면 군인들이 제대로 응전이나 할까. 다 도망가는 게 아닐까. 최근 노크 귀순이니 뭐니 하며 군기강이 도마 위에 오른 상태라 더 그런 소리들이 나온다.
하지만 연평 해전이나 연평도 포격을 떠올려보자. 우리 장병들은 포탄이 날아오고 동료가 피를 흘리는 상황에서도 대한민국 수호를 위해 몸을 아끼지 않았다.
포탄이 날아오는 것을 보고 휴가 중 자대로 복귀하는 용맹을 보여주었고, 철모끈이 불타는 줄도 모르고 대응 사격하는 투철한 애국심과 정신력을 보여줬다.
전사자들을 기리고 추모해야 하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용맹한 군의 위용을 자랑하고 자신감을 회복할 필요가 있다.
우리는 북한이 말하는 ‘초전박살’이나 ‘불바다’가 어떤 건지 북한에게 제대로 보여줄 수 있는 힘도 있다. 도발이나 무력 공격에는 반드시 무거운 책임이 따르며 그 결과가 어떤 것인지 확실하게 심어줄 필요가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나 김관진 국방장관이 기회가 될 때마다 ‘강력한 응징’이나 ‘10배 보복사격’ 등을 강조하는 것도 같은 이유다. 공격을 했을 시 어떤 각오를 해야 하는 지를 알려주는 개념이다.
또 하나, 북의 연평도 포격 만행을 통해 우리가 배워야 할 것이 있다. 북한의 기만행위다. 앞에선 한민족이라고 떠들면서 실상은 핵폭탄 제조와 미사일 실험에 열을 올리고 있다. 그들의 상대가 누구겠는가.
연평도 포격은 대한민국을 향해 선전포고를 했다고도 볼 수 있는 심각한 사태였다. 민간인들에게까지 무차별 포격을 가한, 국제적으로도 비난을 면할 수 없는 야만적 행위였다.
이 사태로 우리는 북한에 대한 인식을 달리하고 더 강하게 재무장해야 함을 명심해야 한다. 국가안보를 위협하는 세력에게 손을 내미는 어리석은 일은 그만하자.
굳건한 보훈정신을 갖고 현실을 바로 보자. 장병들이 목숨 걸고 지킨 대한민국을 또다시 위기에 빠뜨린다면 수많은 순국선열과 호국영령에게 죄를 짓는 것과 같다.
‘지키지 않는 집은 도둑을 부른다’는 말을 명심하자. 우리가 자랑하는 경제와 정치, 문화적 성취가 한순간에 물거품이 돼 버릴 수도 있다.
연평도 포격 2주기를 맞이해 정부는 대북도발에 강력히 대응해야 한다는 방침을 재정립하고 국민들은 강인한 군의 모습을 재확인해 신뢰해야 한다. 또 우리들은 북한이 우리의 주적임을 잊지 말고 안이한 안보의식을 다잡을 필요가 있다.
북한이 잠자는 우리의 콧털을 건드렸다. 도발을 계기로 강한 남한의 모습으로 재무장해 북한을 놀라게 할지, 북한의 기에 눌려 요구하는 대로 끌려 다니게 될 지는 아직 모른다.
역사가 기억하는 연평도 포격 도발이, 일본의 실수인 진주만 공습과 닮은꼴로 회자될는지, 기습으로 승기를 잡고 향후 양국관계를 주도해나가는 북한의 전략적 성공으로 인식될는지는 아직 진행 중이다.
그 결과는 전적으로 우리에게 달려 있다. 진주만 공습에 2차대전 참전을 결심한 미군의 모습에서 배워야 할 것이 많다.
생각해보자. 연평도 포격에 우리는 과연 얼마나 분노하고, 결국 어떤 결심을 했을까. 우리의, 더 나아가 대선후보들의 안보정신은, 지금 어디쯤에 위치하고 있을까.
김승근 기자 hem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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