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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이 ‘일당백’ 외치는 이유

사생결단 각오로 세계와 맞서겠다고?

북한은 구호의 나라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산업현장은 물론, 학교건물이나 길모퉁이 담벼락에까지 온갖 구호로 도배가 돼 있다.

올해는 김일성이 ‘일당백’ 구호를 제시한 지 50년 되는 해라고 한다. 지난 1963년 2월 6일 한 해군초소를 방문한 김일성이 사상·육체적으로 단련하고 군 장비의 현대화와 진지의 요새화를 이룩해야 된다는 의미로 사용한 바 있다.

우리에겐 그게 뭐 대수인가 싶지만 그들은 그걸 의미화 시키며 ‘김일성 주석 일당백 구호 제시 50주년 기념 보고회’까지 열었다. 매년 진행되는 연례 행사다.

최근 김정은은 육성 신년사에까지 김일성의 일당백 구호 제시를 들먹였다. 구호 제시 50주년을 맞아 혁명부력의 강화 발전과 싸움준비 완성에서 일대 전환을 일으켜야 한다는 주장이다. 정치군사적 위력을 백방으로 강화하는 데 계속 큰 힘을 넣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국방공업부문에서 당의 군사전략사상을 실현해 나갈 수 있는 북한 식 첨단무장장비들을 더 많이 만들어야 한다고 역설하기도 했다. 바꿔 말하면 핵과 미사일을 더 만들어야 한다는 의지의 표명이다.

미국과 중국이 북한을 회유와 협박으로 만류해보지만 소용 없는 일이다. 중국도 외교특사를 보내 북한을 적극적으로 말리고 있다. 북한의 핵무장은 결국 자신들에 대한 중대한 도전이라 생각하는 중국이다. 북한의 유일한 우방인 중국마저 등 돌리고 있다는 얘기다.

미국은 어떤가. 연일 계속되는 북한의 미국을 지목한 도발에 핵실험 강행시 중대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지 않은가.

그럼에도 더 강경한 자세를 취하는 북한이다. 일당백을 외치는 상황에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일까.

김일성 일당백 구호는 단순히 군에게 강인한 정신과 체력을 갖춰야 한다는 응원 보다는 사실 주민들의 군사적 동원을 위한 일종의 독려효과가 크다.

김일성이 제시했다는 일당백은 ‘한손에는 총을 다른 한손에는 낫과 망치를’, ‘자력갱생 간고분투의 혁명정신으로 사회주의 총진군을 힘있게 다그치자’ 등의 투쟁구호와 함께 한다.

즉 주민들은 자신들의 생업인 농사나, 건설을 떠나 언제든 총을 들어 군사적 임무를 수행해야 한다. 일당백. 1명이 100명을 당해내야 한다는 얘기인 동시에 1명이 100명의 일을 해내야 한다는 얘기기도 하다.

북한 중앙방송은 과거 김정일의 군부대 현지지도 시찰을 “인민군대의 모든 지휘성원들을 현대 군사작전에 능숙한 일꾼으로, 전군의 모든 병사들을 일당백의 펄펄 나는 싸움꾼으로 키워 나가는 거룩한 자욱이었다”고 표현하기도 했다.

지난 2003년 2월 6일. 김일성의 ‘일당백’ 구호 40주년 기념 보고회에선 당시 김영춘 북한군 총참모장이 전체 장병들에게 미국과의 결전에 대비해 사생결단의 각오로 만반의 준비를 갖춰야 한다고 촉구했었다.

그런 상황에서 다시 10년이 지나 50주년 기념보고회다. 달라진 건 없었다. 6일 북한은 선전매체를 통해 “전국 전민에 만단의 결전진입태세를 갖추고 군력을 백방으로 강화할 것”을 선동했다.

‘일당백의 구호를 영원히 추켜들고 나가자’고 독려하는 북한에게서 결사의 의지가 느껴진다. 북한은 이날 “미국과 그 추종세력들의 온갖 위협공갈과 제재책동에 끄덕없이 나라의 존엄과 자주권을 결사수호 해나가는 선군조선의 일당백 기상이 만천화에 과시되고 있는 시기”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분별을 잃고 날뛰는 원수와는 말로서가 아니라 오직 총대로 결판내야 한다”고 강변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북한은 최근 전시와 같은 비상사태라며 45세 이하 주민들에게 군 자원입대를 권유하는 등 내부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다고 한다.

최근 강대국들의 압박을 받고 있는 북한이 이제 일당백을 다시 외치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북한이 ‘일당백의 싸움꾼’을 자처하며 세계와 맞서겠다는 의미가 아니겠는가.

굽히지 않겠다는 의지를 내보이는 것이며, 사실상 엄중한 군사적 충돌방향으로 치닫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사실 김정은 체제 들어 ‘세계를 향하여’라는 구호를 내세우기도 했었다. 경제난 해소 또는 중국과 대외협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변화하려는 게 아니냐는 의견들이 제시됐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북한 주민들이나 우리나 마찬가지로 실망했다. 경제난은 더 가중되고 중국과는 깊은 갈등을 빚고 있는 게 현실이 아닌가. ‘세계를 향하여’는 오히려 무력진출을 뜻하는 의미였던가.

북한은 일당백이라는 구호가 남북의 통일을 막는 가장 큰 걸림돌이 되고 있음을 알고 있을까. 또 개혁 개방을 막아 체제 고립과 경제붕괴를 고착화 시키는 힘이 있음을 알고 있을까.

군사적으로만 과도하게 편중된 북한의 이런 모습은 그들의 이데올로기를 분명 더 닫히게 만들고, 북한 주민들의 심각한 생활고를 더 심화시키고 있다.

구호는 이념적 목표와 그들이 생각하는 정의를 제시해주는 역할을 한다. 그런 의미에서 볼 때 북한의 ‘일당백’은 세계와 맞서겠다는 얘기 아닌가.

구호의 나라 북한이 ‘일당백’을 내려놓고 ‘세계는 하나’라던가 ‘평화의 한반도’를 외칠 수는 없을까. 그런 날을 기대해본다.

김승근 기자 hem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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