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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보다 큰 그림을 그려라

수많은 변수들이 가져올 변화 노려야

최근 북한을 둘러싼 일련의 사태들을 보면 혹시 북한이 원하는 대로 흘러가는 게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들곤 한다. 결과를 뻔히 알면서 그 방향으로 자꾸만 스스로 들어가려고 하는 게 어떤 이유인가 싶어서 생각하다보니 드는 생각이다.

과정을 떠올려보자. 국제사회의 경고를 무시한 채 북한이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한다. 발사에 대한 유엔 안보리의 제재 강화 결의에 북한이 3차 핵실험으로 응수할 태세다. 이럴 경우 유엔 안보리의 군사적인 추가제재도 피하기 어려울지 모른다. 북한은 이것을 선전포고로 간주하겠다고 맞받아치고 있다.

국제사회는 북한에 대한 위협수위를 높이고 있고, 북한은 타협의 여지도 없이 강경하게 핵실험을 준비하고 있다. 이상하지 않은가. 눈에 보이는 결과를 향해 달려가고 있는 것이. 사실 지금 가고 있는 방향대로라면 전쟁과 자멸 뿐이다.

지금 상황으로 봐선 북한의 핵실험 야욕을 꺾기 힘들다. 국제사회가 초강경책을 쓴다고 해도 연기 시킬 수 있을 뿐이다.

당장 중단을 선언한다 해도 언제든 다시 시작하기 위해 나설 것이란 얘기다. 결국 북한이 언젠가 핵실험을 강행할 것이라는 사실 자체가 주위 관련국들을 끊임없이 긴장시키고, 군비 경쟁을 가속화 시킬 것이다.

김정은 체제가 형성되고 난 이후 당초 기대했던 대화의 창구는 전혀 없다. 그저 점점 더 전쟁의 포화 속으로 얽혀들어가고 있는 기분이다.

궁지에 몰린 북한의 의미없는 발버둥일지. 큰 그림을 그린 북한이 핵실험을 성공시키고 최상의 이득을 얻어내기 위한 전술적 행동을 취하고 있는 것인지 알 길이 없다.

어쨌든 핵실험 의지를 꺾을 수 없다면 우리에겐 맞서거나 막아내는 일 뿐이다.

맞서는 일은 우리도 핵 무장을 해 북한 핵도발을 원점으로 만드는 일이다. 하지만 미국과의 동맹관계를 비롯해 국제사회의 룰을 준수하고 있는 우리에겐 어려운 일이다.

최근 북한의 핵 사용 위협 징후가 뚜렷할 경우 유엔 헌장 51조에 규정된 ‘자위권’ 개념을 한미상호방위조약 또는 한미국방협력지침 등에 명문화하는 방안을 정부가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한국을 겨냥하는 북한 내 위협시설을 사전에 제거하는 ‘선제타격’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즉 북한의 공격이 임박하고, 위협이 압도적이며, 외교적 해결에 의한 대응수단이 없을 경우 자위권에 의한 선제타격을 행사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리고 이는 유엔 헌장에서 회원국의 고유한 권리라고 규정하고 있기도 하다.

정부가 어떻게든 상황타계를 위해 애쓰는 모습이 눈에 보인다.

핵실험에 직접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선 세계 최고 수준의 미사일 방어체계를 갖추기 위해 총력하는 방법이 있다. 이를 위해선 미국과 협력해야 한다. 완벽한 방어책이 될 수 없을지 모르지만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다.

이같은 방법들만이 핵을 갖춘 북한과 최소한 동수를 이뤄 다시 경제적 우위와 국제적 위치를 바탕으로 한 북한 압박이 가능하다.

우리는 좋으나 싫으나 북한과는 한반도라는 한 집에 살고 있다. 김정은을 중심으로 한 극소수 지도층을 제거해야 할 뿐 그 주민들도 결국 우리 민족이다.

주민들을 방패삼고 핵이라는 초강력 무기를 들고 있는 김정은과 한 집에서 함께 살아야 하는 상황에서 우린 어떻게 해야 할까.

결국 우리의 강압외교가 북한을 궁지로 몰아넣는데 성공할 수는 있지만 현상유지에 불과할 수 있는 상황에서 남은 건 뭘까.

변화의 바람은 외부가 아닌 내부에서 불어야 할 것이다. 외부에서 발생하는 강풍과 훈풍 속에서 북한 내부에 어떤 예측할 수 없는 변화가 생기기를 기대한다.

그것은 주민들 스스로 현실을 깨닫고 들고 일어나는 혁명이 될 수도 있고, 군부에서 발생하는 복잡한 충성관계에서 오는 쿠데타일 수도 있다.

북한이 우위에 서기 위해 만드는 그 핵실험이 김정은 체제 붕괴의 일등공신이 돼 줄 것이란 생각이 든다.

현상유지가 힘든 북한이 일으키는 핵실험 갈등이 급격한 내외적 변수를 만들어 내고 있으니 그렇다. 핵실험은 핵실험대로, 심각한 북한인권유린 상황은 또 그 나름대로 북한사회에 큰 압박이 돼 가고 있다.

최근 에릭 슈미트 구글 회장이 북한을 방문해 ‘인터넷 개방’을 골자로 한 조언을 하고 왔다. 물론 그렇게 쉽게 이뤄질 리가 없다만 닫혀진 북한에게 발생하고 있는 그 많은 변수들이 한꺼번에 돌아가고 있는 상황이다.

어떤 방향으로든 올해 북한에게는 커다란 변화가 있을 것이다. 북한에 대한 식량지원을 금지하고 경제적 제재를 가했을 때. 유일한 우방인 중국마저 등을 돌렸을 때. 굶주린 주민들의 불만과 군부의 낮은 충성도가 곪고 곪아 폭발할 때. 바로 그 기회를 차기 정부가 반드시 잡아서 악한 북한의 본질을 바꿔놓을 수 있길 기대해본다.

북한이 사고치고 있는 이 일련의 일들이 북한이 그린 큰 그림에 속하는 일이든, 아니면 벼랑 끝에 몰린 김정은의 발버둥이든 이제 중요치 않다.

차기 정부는 더 큰 그림을 그려야 한다. 북한의 체제붕괴 조짐을 파악하는 한편, 전략적 사고와 포괄적인 접근이 우리 통일을 앞당길 수 있는 커다란 기폭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김승근 기자 hem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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