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눈을 뜨면 주변 사람들이 고문 당하고 영양실조와 굶주림으로 죽어가는 것을 봐야하는 곳이 있다. 사람이 가축보다 못한 삶을 사는 그런 곳이 있다.
2차세계대전 당시 히틀러의 ‘아우슈비츠’를 말하는 게 아니다. 어제, 그리고 오늘도 그 끔찍한 일과는 계속되고 있고, 내일도 있을 참혹한 그곳. 북한의 정치범 수용소 얘기다.
북한 함경북도 청진에 있는 정치범 수용소인 ‘25호 관리소’의 면적이 72%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미국의 비정부기구인 북한인권위원회가 최근 밝혔다. 경비초소도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범 수용소 규모를 왜 늘렸을까? 수감자들에게 더 쾌적한 환경을 만들어주기 위해서? 웃기는 소리, 어림없는 소리다.
수용소가 확장된 이유는 당연히 수감자가 늘었기 때문이다. 내부에서 색출된 탈북자는 물론, 중국에서 강제로 소환된 탈북자가 많아졌다. 아울러 권력 세습에 따른 숙청이 강화됐기 때문이다.
김정은이 자신의 체제 유지를 위해 탈북자에 대한 감시를 강화했고, 반체제인사들을 모조리 수용소로 내보냈다는 분석들이 나온다.
일부에서는 북한 정치범 수용소가 일부 통합·확대되는 등 방대한 수용 시스템이 변화의 과정에 있는 것 같다는 평가도 내놨다.
만약 지구안에 ‘지옥’이 존재한다면 거긴 바로 북한의 정치범 수용소일 것이다.
북한은 과거 김일성과 김정일 체제를 확립하는 과정에서 체제에 불응하는 이들을 정치범 수용소에 보냈다. 소위 보위부에서 정치 사찰과 정치범 색출을 담당하는데 이 보위부는 말단 행정 단위와 기업소 조직 곳곳에 배치되어 북한 주민의 일상생활을 철저히 감시한다. 그리고 이 부서를 색출된 이들은 정치범 수용소에 수감된다.
체제 불응이란 건 심각한 반대를 말하는 게 아니다. 사소한 발언 하나, 경어 하나 사용에도 얼마든지 수용소에 보내질 수 있는 게 현실이다.
북한 구금시설 수용소는 그 종류를 막론하고 공통점은 매우 열악하고 매우 비위생적이라는 점이다. 예를 들면 모든 증언자들은 공통적으로 수용소 구금시설 내에 벼룩이나 빈대 등으로 고생했다고 증언하고 있다.
구금시설의 낙후된 수도시설 때문에 수감자들은 세면 및 빨래 등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수감실 내부에 위치한 화장실이 수감자들을 더욱 비위생적인 환경에서 생활하도록 만든다.
여성수감자들에게 생리대 등의 여성용품이 지급이 일체 없어 고통스러워하며 위생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구류장은 수감실 내부까지 CCTV가 설치되어 수용소 수감자들의 일거수일투족이 감시되고 있다. 인권침해는 물론이고, 이로 인한 여성 수감자들의 성적 수치심은 이미 포기된 지 오래다.
북한의 구금시설에서 발견할 수 있는 또 하나의 특징은 수용소 수감자들이 추위에 노출되어 있다는 것이다. 추위가 가장 문제가 되며 일반적으로 모든 구금실은 볕이 잘 들지 않기 때문에 한 여름에도 더위가 느껴지지 않는다. 따라서 봄, 가을, 겨울에 수감되는 수감자는 추위로 인한 고통을 느낄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더 충격적인 얘기를 해보자. 증언자들의 얘기에 따르면 경비병들이 장난삼아서 수감자들 입에다 가래챔을 뱉는 인간모욕적인 행위를 하며 성격개조 등을 이유로 동물우리보다 못한 독방에 가두기도 한다.
남자감방내에서 취침은 서로 머리와 발을 엇갈려 자야 한다. 그만큼 비좁게 생활한단 얘기다. 심지어 초기에는 여자 감방이 부족하여 복도와 축사에서도 취침했었다고 하니 얼마나 동물보다 못한 생활을 하는지 이해가 된다.
일부 증언자에 따르면 ‘돼지돈사’에서 일하는 동안 매일 돼지 먹이를 훔쳐먹을 정도로 굶주림에 시달렸다고 한다. 그곳에서 뿌려지는 돼지 사료는 차마 인간이 먹을 수 없을만큼 처참하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수용소에서는 쥐나 뱀 등을 찾아볼 수가 없다고 한다. 수감자들이 다 잡아먹을 만큼 식량이 없다는 얘기다.
그렇게 굶주린 상태에서 통제와 강제 노동 등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비인간적이다. 북한은 애초부터 정치범 수용소에 수감된 이들에게 교화나 감화를 기대하지 않는다. 그저 노동력을 최대한 착취하고, 짐승과 같은 생활로 최대한의 고통을 준 후 죽게 하는 것이 그 목표다.
극도로 불결한 수용소에서 의료지원은 일절 없어 환자는 방치된다. 실수라도 했다면 강력한 이중처벌로 끝내 제거되는 게 수감자들의 운명인 셈이다.
미싱기를 들고가다 떨어뜨려 파손한 죄로 손가락이 잘린 탈북자의 증언은 이미 유명하지 않은가. 사람을 바베큐처럼 불 위에서 굽는 불고문의 악명도 이미 알려질대로 알려졌다.
지금 이 시간에도 우리와 같은 얼굴을 하고, 같은 말을 쓰는 사람들이 북한 전역에 퍼져있는 수용소에서 고통 받고 있다. 인간이라면 절대 겪어선 안 될 말 못할 고초들을 당하며 인권을 유린 당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을 구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사실 이 끔찍한 사실들은 인터넷을 조금만 검색해도 누구나 알 수 있다. 우리가 그들의 인권에 관심을 가지는 것은 작으면서도 가장 강력한 힘을 낼 수 있다.
그리고 그 작은 관심들이 결국 정치범수용소에서 일어나는 참상을 막을 수 있다. 우리의 관심이 모여 국회에서 잠자고 있는 북한인권법을 통과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세계가 북한의 인권에 주목하고 있지만 정작 한국에선 북한인권법이 통과조차 되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야권이 반대하는 북한인권법은 사실 북한의 정치범 수용소를 비롯해 내부에서 스스로 해결하지 못하는 반인륜적 행태를 막아내는 데 기초가 될 것이다.
더 나아가 이같은 북한 돕기는 북한 내부에서 점증하는 반정부 여론을 활용해 결국 김정은 체제의 붕괴를 앞당기고, 한반도 통일을 위한 발판이 될 것임을 확신한다.
북한의 인권 문제에 눈을 돌릴 수 있는, 관심을 가질 수 있는 이들이 더 많아지길 기대해 본다.
김승근 기자 hemo@hanmail.net
ⓒ 미디어워치 & mediawatch.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