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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와 남북대화: 열등감과 원칙

남북회담 수석대표 ‘격’을 고집한 두 박통의 심리분석


심상근
2013. 06. 13.

국내뿐 아니라 국제적 관심 하에 추진되었던 남북회담이 ‘격’의 문제를 놓고 결렬되었다. 이에 대한 분석을 좀 해보자.

북한과 남한은 모두 한반도 내의 유일한 정부라고 각기 헌법에 명시하고 있다. 여성이 하나 있는데, 그를 자기 색시라고 우기는 남자가 두 명 있는 것과 유사하다. 그런 경우 주먹다짐 내짐 피투성이 싸움도 가능해진다. 6.25전쟁은 그래서 터졌다.

남한은 미국의 영향 하에서 발전을 하여온 바가 크므로, 상당히 자유분방하다. 게다가 수백 년이 넘는 영남-호남의 반목으로 인하여 국론통일은 아마 영원히, 적어도 앞으로 100년 이내에는, 이루어질 가능성이 없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므로 남한은 전반적으로 ‘민간인’처럼 좀 흐믈흐믈한 반면, 북한은 속성 상 ‘군인’처럼 경직되어 있는 편이다. 그러므로 한반도 전체를 각기 자기 영토라고 우기는 경기 내지 기싸움에서 북한은 남한보다 훨씬 더 일사불란하고 공세적이다.

예전에는 상호 ‘괴뢰정부’, ‘괴뢰패당’이라고 부르기도 하였는데, 이는 요즈음에도 사용되는 경우가 있다. 어제 남북회담이 결렬되자 북한의 성명에는 ‘괴뢰패당’이라는 표현이 들어있었다. 즉, 미국의 꼭두각시라는 의미이다.

북한이 남북대치에서 더욱 일사불란하고 ‘군인’ 같기 때문에 남한은 밀리는 기분이고 일종의 열등감을 가지고 있다. 그러므로 동아일보가 어제 보도한 바와 같이, 큰 박통 박정희 대통령은 1979년 당시 남북회담에서 수석대표의 ‘격’을 엄격히 따지라고 훈령을 내렸다고 한다. 작은 박통 박근혜 대통령만 ‘격’을 고수한 것이 아니다. 큰 박통, 작은 박통 모두 ‘격’의 문제에 완강한 것이다. 이는 ‘원칙’을 중요하게 여기는 두 박통의 성격의 발로이기도 하지만, 북한의 공세에 관련된 방어심리 내지 열등의식의 발로로 해석할 수 있다.

작은 박통이 더욱 힘든 처지에 있는 것은, 북한이 근래 헌법에 ‘핵 보유국’이라는 조항을 넣었기 때문이다. 한반도 영토를 놓고 서로 자기 것이라고 우기는 분쟁에 싸움거리가 하나 더 생긴 것이다. 더구나, 티격태격하는 영토문제와 달리, 남한은 핵무기가 없다. 핵무기 개발하려면 그깟 것 별 거 아니지만, 미국의 제한조치로 인하여 개발 자체를 할 수가 없다. 큰 박통이 어떻게 좀 해보려 했지만 미국의 미움을 받는 와중에 시해되었고, 그 후, 일설에 의하면 전두환은 그 프로그램을 종식시키는 조건으로 미국으로부터 블레싱blessing을 받았다는 이야기도 있다.

워싱턴포스트 등은 당시 서설을 통하여, 한국 민주주의 재가동을 유보시키려는 이러한 국무부의 결정에 극렬히 반대하였지만, 전두환 집권-5.18항거로 이어지면서 피바람은 계속되었다. 핵무기는 원래 손 대기가 쉽지 않은 것이다. 세계를 한국의 1950년 대 시장 터로 비유하자면, 큰 어깨집단들이 시장질서를 확보하고 있는 터에 작은 어깨집단 하나를 만들려는 시도와 유사하다. 큰 어깨집단들이 기존질서를 깨는 것을 용인하지 않는다.

상술한 바와 같이, 북한이 영토조항과 핵무기 보유국이라는 두 개의 피스톤으로 강경하게 전진하고 있으며, 미국은 물론 중국도 무시하는 수준의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으므로, 작은 박통은 큰 박통보다 오히려 더욱 수세적, 방어적 위치가 될 수밖에 없다. 수학적으로, 남한은 필히 북한에게 흡수될 것이기 때문이다. 남남갈등은 그 위에 얹혀진 양념이다.

성깔로 치면 박근혜 대통령은 그 누구에게도 지지 않는다. 그러므로 남북관계 전망이 그리 밝지가 않다. 내가 보기에는 박근혜 대통령의 ‘신뢰프로세스’는 강경정책을 유화정책으로 보이도록 만드는 기능과 효능이 두드러지지 않나 싶다. 즉, ‘신뢰프로세스’라는 부드러운 비단 주머니 안에 벽돌을 넣고 휘두르려고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나는 약간 가지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를 부당하고 억울한 추정이라고 생각할 것이지만, 이 글쟁이의 분석으로는 그런 면이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다.

‘격’의 고집. 이는 원칙으로도 해석할 수 있고, 계속 밀리는 기분의 남한이 가진 열등감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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