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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진화 탈당해야" vs "집토끼로는 집권 못해"



한나라당 대권주자인 손학규(孫鶴圭) 전 경기지사가 범여권 주요인사의 영입필요성을 제기해 당내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31일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참정치운동본부 주최로 열린 `한나라당의 정체성과 대선전략' 토론회에선 이념 정체성을 둘러싸고 격론이 벌어졌다.

행사에선 특히 `당의 정체성을 좌로 한 클릭 이동해 중도층을 포섭해야 한다'는 온건파와 `우파 정체성을 선명히 함으로써 보수층의 지지를 강고히 하고 중도를 흡수할 수 있다'는 강경파의 주장이 팽팽히 맞서 향후 대선후보 경선을 앞두고 당내 이념 갈등 마저 예고하는 듯 했다.

참정치운동본부 공동본부장인 유석춘(柳錫春) 연세대 교수는 "지난 2002년 대선 당시 노무현(盧武鉉) 후보는 분배, 복지 등 좌파적 지향이 뚜렷한 이슈를 확산시킴으로써 유권자의 정치적 지향 자체를 이동시키려 했다"면서 "이회창(李會昌) 후보가 이 전략에 말려들어 좌 클릭 이동한 결과 (한나라당이) 도저히 질 수 없는 선거에서 패배하고 말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노무현 좌파 정부의 실정으로 우파 쟁점의 확산이 폭넓게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지금은 당의 정체성을 확고히 하며 중간층을 우파의 스펙트럼으로 흡인해야 한다"면서 "여권의 `중도 표방 전략'에 말려 든다면 보수가 대세인 상황에서도 다시금 정권을 탈환하지 못하는 우를 범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를 위해 "김정일(金正日) 정권에 대한 지원을 주장하고 국보법 철폐 등 북한의 대남노선에 동조하는 모습을 보이는 당내 386운동권 세력 등 일부 `열린우리당 2중대' 의원들을 척결해야 한다"면서 "특히 고진화(高鎭和) 의원이 양식있는 정치인이라면 당 대선후보 경선의 장에 뛰어들어 정치를 희화화하는 행동을 멈추고 스스로 탈당해야 한다"고 후보 경선 출마 의사를 밝힌 고 의원을 직접 거론, 논란이 일었다.

중앙대 이상돈 교수는 "한나라당은 보수 유권자들이 당연히 한나라당을 지지할 것으로 알고 있지만, 보수층의 인내는 한계에 다다랐다"면서 "탈 이념형 중도 후보가 경선에서 승리한다면 재야 보수세력은 한나라당에서 이탈하는 의원들과 함께 새로운 보수정당을 창설해 대선 후보를 낼 가능성이 적지 않으며 이는 경선 전에도 일어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반면 이명박(李明博) 전 서울시장 캠프 대리인으로 당 경선준비위원에 내정된 박형준(朴亨埈) 의원은 "특정의원이 떠나야 한다는 이야기가 정체성을 지키는 것과 상관이 있는지 모르겠다"면서 "한나라당이 꼭 흰 쌀밥이 될 필요는 없으며, 보리쌀이 섞여 있어도 정체성을 잃지 않을 수 있다고 본다"고 유 교수의 주장을 반박했다.

그는 또 "대선에서 중원을 차지하기 위한 전략은 자신의 이미지를 중간으로 옮기는 `아우르기' 전략과 자기의 색깔을 뚜렷이 해 중도에 있는 사람들이 쫓아오게 하는 `갈라치기' 전략으로 구별된다"면서 "한나라당에 크게 유리하게 전개되고 있는 대선 환경에서, 무리하게 갈라치기 전략을 쓰는 것은 오히려 중도층의 이탈을 가져올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그는 "한국의 중도층은 세대로는 30-40대, 직업으로는 화이트칼라와 자영업자, 지역으로는 수도권과 충청에 몰려있다"면서 "이들의 지지를 가속시키기 위해서는 양보할 수 없는 원칙은 뚜렷이 하면서도 미래지향적 실용주의를 보여주고 거기에 맞는 이슈를 제시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국민대 김형준 교수는 "중도를 잡기 위해 보수색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은 진보의 급락을 보수의 강화로 잘못 해석한 것"이라며 "여론조사 추이를 보면 오히려 중도가 강화하고 보수는 약간 상승하며, 진보가 급락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현재 한나라당의 핵심적 지지계층 가치를 계속 강조하는 것은 `집토끼론'이고, 2번이나 실패한 정당이 현재의 보수 가치를 강화한다고 얼마나 더 많은 표를 얻겠느냐"면서 "고진화 의원이 나가는 게 대선전략에 그렇게 중요한 일인가. 오히려 후보들의 경선참여를 확신할 수 없는 상황에서 당이 경선참여 선언을 요구하고, 철학과 핵심가치에 대해 처절하게 투쟁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어지는 질의응답에서도 양측은 한치의 양보도 없이 팽팽히 맞섰다.

유석춘 교수는 "진보가 줄고 중도가 늘었기 때문에 보수 강화가 아니라지만, 진보에서 중도로 다시 중도에서 보수로 오는 것"이라며 "노 대통령의 실정 때문에 국민들이 보수적 생각으로 돌아서는 흐름을 이용해 한나라당이 정권을 잡을 수 있는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반면 박형준 의원은 "우리 지지층을 획득하는 전략도 중요하지만 절대 혐오층을 줄이는 것도 중요하다"면서 "반북.방공 등으로 갈라치기 전략을 구사할 때 국민 다수의 절대 혐오층이 생기지 않겠느냐"고 반박했다.

김형준 교수는 "현재 중도는 소위 386인 40대 화이트 칼라가 구성하고 있는데, 이들이 시간이 흐르면 보수로 올 것이라는 생각은 지나친 낙관주의"라며 "손학규(孫鶴圭) 지사의 `무조건 한나라당으로 정권이 바뀌는 게 중요한 게 아니다'는 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kyunghe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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