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체결되면 우리나라 부품.소재의 수입선이 일본에서 미국으로 전화돼 장기적으로 대미(對美) 투자유치가 확대되고 핵심부품.소재의 국내 생산이 늘어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분석이 제시됐다.

산업연구원(KIET)의 정만태 박사는 19일 `한미 FTA를 통한 부품소재산업의 구조고도화 전략'이라는 보고서에서 "일본과 미국이 우리나라 부품.소재 수입시장에서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고 한미 FTA로 미국에 대한 관세가 없어지면 수입선이 일본에서 미국으로 바뀌는 품목이 다수 출현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정 박사는 이 보고서를 오는 20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한미 FTA 체결 지원위원회와 산업연구원 주최로 열리는 `한미 FTA와 부품소재산업 육성 방안' 세미나에서 발표할 계획이다.

정 박사는 "일정 수요가 확보되면 생산을 현지화하는 미국 기업들의 특성을 고려할 때 부품.소재의 수입선이 일본에서 미국으로 전환되면 장기적으로 우리나라에 대한 미국의 투자가 확대되고 결과적으로 핵심 부품.소재의 국내 생산이 늘어나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부품.소재 부문에서 우리나라는 일본에 비해 미국과 경쟁하는 부문이 제한적이기 때문에 FTA를 통해 미국이 갖고 있는 원천기술 등에 대한 협력을 강화하고 교류를 확대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 박사는 이에 따라 "한미 FTA는 우리 부품.소재산업이 대일 의존적 구조에서 탈피해 부품.소재 기술 및 첨단제품 생산 능력을 보유한 세계적 공급기지가 될 수 있도록 하고 중국의 추격을 뿌리치면서 일본의 역할을 대체하는 동북아의 중심 위치를 차지할 수 있는 계기도 될 것"으로 기대했다.

그는 "우리나라가 미국으로부터 수입하는 부품.소재의 대부분이 가격이나 품질 때문이 아니라 국내에서 생산되지 않는 것이어서 FTA로 관세가 철폐돼도 수입이 크게 늘어나지는 않는다"고 덧붙였다.

또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의 이홍배 박사는 `한미 부품소재산업의 의존관계와 FTA 효과'라는 보고서에서 "한미 FTA로 관세가 철폐되면 우리나라 부품.소재 산업은 52억4천190만달러 상당의 생산 증가효과가 유발된다"고 밝혔다.

이 박사는 "우리나라의 대미 부품소재 수입의존도가 미국의 수입의존도보다 높아 관세 철폐에 따른 생산증가효과가 직접적으로 대미 무역수지 개선을 의미한다고 볼 수는 없지만 미국에 대한 최종재 수출 증가 효과를 통해 양국 간 무역 불균형문제는 점진적으로 해소될 가능성이 있다"고 예측했다.




(서울=연합뉴스) leesa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