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측근인 안희정씨의 작년 10월 대북접촉이 관련자들의 진술이 이어지면서 조금씩 그 실체를 드러내고 있다.
이번 사건의 시발은 코트라와 대북경협을 통해 북한과 사업을 해온 권오홍씨와 한 시사주간지 기자의 의기투합.
작년 7월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이어지는 남측의 대북지원중단 결정, 국제사회의 대북압박 속에서 남북관계의 출로를 찾아야 한다는 의지를 가지고 이 두 사람은 움직이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두 사람 모두 '진정성'을 주장하고 있는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된다.
권씨 등 관련자들의 발언을 종합해보면 일단 권씨는 북한 리호남 참사를 만났으며 이 과정에서 리씨가 먼저 정상회담과 특사 방북을 위한 안희정씨와의 만남을 주선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주장하고 있다.
이어 시사주간지 기자는 안씨와 청와대 등을 통해 "리 참사가 남한이 대북특사를 보내면 정상회담을 논의할 수 있고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그런 의사가 있는데 노 대통령의 뜻을 잘 아는 사람이 왔으면 좋겠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전달했다.
대북문제에 전문성을 갖추지 못한 안씨는 이들의 주장을 신뢰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전 국가안전보장회의(NSC) 행정관 A씨를 베이징으로 보내 리 참사와 만나도록 했고 A씨는 만남 이후 부정적인 평가를 전하면서 만남에 대한 최종결정은 안씨의 몫으로 남겼다.
안씨는 또 이종석 당시 통일부 장관과도 만나 자문을 구했고 이 전 장관은 접촉시에 발생할 문제점과 베이징 라인을 신뢰하기 어렵다는 판단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사주간지 기자는 안씨의 결심이 미뤄지는 가운데 보고서를 만들어 이호철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에게 전달했고 이 실장은 노무현 대통령과 비서실장에게 이 같은 사실을 전했으며 그 채널의 신뢰성 여부를 확인해보라는 지시가 내려졌다.
안희정씨는 10월20일 열린우리당 이화영 의원과 함께 베이징에서 북측 리호남 참사를 만났고 이종석 전 장관 등의 조언대로 '공식라인'으로 하자는 입장을 일관되게 전달하면서 접촉은 성과없이 끝났다.
안씨가 발을 빼는 가운데 이화영 의원은 리 참사와 접촉을 이어갔고 작년 12월에는 북측 민족화해협의회가 방정환재단 이사장을 초청하는 형식으로 방북해 돼지농장 문제를 논의했으며 2월에는 베이징에서 민화협측과 따로 만나 이해찬 전 국무총리의 방북문제를 논의하기도 했다.
이번 사건에 관련된 여러 사람들의 언급을 토대로 할 때 현재까지 진행된 안희정씨의 대북접촉은 대략 이 같은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일각에서는 안씨의 대북접촉과 관련해 정상회담 추진설 등이 제기되고 있지만 안씨가 노 대통령의 측근이라는 점과 이해찬 전 총리의 방북을 제외하고는 북한 리호남 참사나 이번 접촉을 주선한 권오홍씨 등의 위상과 당시 한반도 정세 등을 종합하면 심도있는 논의는 이뤄지지 못했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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