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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F퀸 전지현, 성숙해지길 바라는가

부담 덜고 무게 더한 전지현의 선택, 정윤철 감독 차기작


스타성 지키기 위해 다작하지 않는 배우 전지현

<블러드 더 라스트 뱀파이어>로 헐리우드 진출을 선언한 CF퀸 전지현이 2004년 곽재용 감독의 <내 여자친구를 소개합니다> 이후 3년 만에 순수 한국영화로 컴백한다. 중간에 <무간도>의 유위강 감독이 연출한 <데이지>에 출연하기도 했지만 이 영화는 한중 합작물로 시선을 끌었던 만큼 제외했다.

1999년, 당시 <편지>, <약속> 등으로 인기 절정을 달리고 있던 박신양과 함께 양윤호 감독의 영화 <화이트 발렌타인>으로 첫 주연을 맡으며 화려하게 스크린에 데뷔한 전지현은 이후 약 8년 동안 다섯 편의 영화 정도에만 출연했다. 출연작을 나열해 보자면, 2000년 <시월애>, 2001년 <엽기적인 그녀>, 2003년 <4인용 식탁>, 2004년 <내 여자친구를 소개합니다>, 2006년 <데이지>까지. 데뷔작부터 최근 촬영하고 있는 영화까지 모두 합친다 해도 일곱 편 정도에 불과하다.

그의 인기와 명성에 비한다면 굉장히 소극적인 모습이 아닐 수 없지만 그만큼 "신중했다"고 돌려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보통 다작을 하지 않는 배우는 "까다롭고 신중하게 작품을 선택하기 때문"이라는 이유가 따라붙는다. 전지현 또한 1999년 본격적으로 영화계에 입문하면서부터는 드라마 출연도 일절 없었으니 좋게는 영화에 대한 열정으로, 나쁘게는 고급화 이미지를 지키기 위한 노력으로 이해할 수 있다.

고급화 이미지란 쉽게 드라마는 무료, 영화는 유료라는 개념에서 나온 것으로 노출도에 따르는 이미지 소진 차원에서의 차이로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아무리 드라마가 영화 못지 않게 규모가 커지고, 배우에 대한 대우가 좋아져 인식의 변화가 일고 있다고 해도 여전히 돈과 시간, 다리 품을 팔아야하는 수고가 있어야지만 볼 수 있는 영화의 문화 콘텐츠적 수준은 드라마 보다 높은 것이 사실이다. 더욱이 전지현과 같은 CF스타라면 이미지 관리는 필수고, 드라마를 통해 쉽게 접할 수 있는 친근한 이미지를 쌓는 것이 오히려 자기 무덤을 파는 셈이 될 수 있다.

전지현은 지금의 스타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어려워진 충무로 여건을 운운하며 스크린에서 브라운관으로 이동하는 많은 스타들의 뒤를 따라 드라마에 출연하는 일은 단연코 없어야 할 것이다. 전지현 스스로도 본인의 스타성이 본업인 연기자 보다는 CF 모델로 얻어진 것이라 보고 향후 방향을 모색하는 편이 현명하다.

연기력 부재 늪에 빠진 CF퀸 전지현

복사기 광고 하나로 순수 소녀 이미지에 섹시한 이미지까지 더해줄 수 있었던 전지현은 마침내 2001년 영화 <엽기적인 그녀>의 대성공으로 톱스타 자리에 올랐다. 이후 CF를 통해 줄곧 '엽기적인 그녀' 이미지로 각종 브랜드의 얼굴을 대신하다, 2003년 <4인용 식탁>으로 연기 변신을 시도했지만 이미 전지현을 통해 대중이 원하는 것은 예쁜 사진을 보는 것과 같은 '전지현'이라는 이미지 자체였다. 그로인해 그의 역할에 집중할 수 없었던 영화 <4인용 식탁>은 박신양과의 만남이 불러모은 많은 관심에도 불구하고 만족스러운 성적을 거두지 못했다.

물론 여기엔 무서운 공포물이란 과장된 마케팅에 따라가주지 못한 시시한 영화 내용도 한 몫 했다. 그러나 생동감 넘치는 CF에 비해 너무나 밋밋한 전지현의 연기는 이미지와 역할간의 적잖은 괴리감을 안겨주며 거부감을 불러일으켰고, 결국 한 여배우의 미흡한 연기력만 확인시킨 채 조용히 사라졌다. 어떻게 보면, 인위적으로 상업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CF 스타에게 자연스러운 영화 속 인물 연기를 바랐던 것이 무리였던 것이다.

이후 전지현은 연기력을 필요로 하기 보다는 CF처럼 한 장면 한 장면을 아름다운 이미지 컷으로 그려내는데 주력한 <내 여자친구를 소개합니다>, <데이지>, 두 편의 영화에 출연했다. 아니, <내 여자친구를 소개합니다>는 전지현이 출연한 여러 편의 상업 광고를 이어붙인 신개념 CF 영화였다고 하는 편이 맞겠다. 어쨌든 이도 마찬가지로 전지현을 스크린에서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극장을 찾는 그의 팬들을 위한 영화로 국외 관객들의 시선을 끄는 데도 성공했지만 정작 영화에 대한 평가는 냉혹하기만 했다.

전지현을 위한 변명이라면 그도 CF와 영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기 위해 역할 선택 폭이 매우 좁았을 거라는 것이다.

전지현의 몸 자체가 컨셉인 몇 편의 CF와 영화가 말해 주듯이 그는 망가지는 것도 섹시하고, 청순하게 느껴지는 환상의 존재로 CF에 따라 상업적인 이미지를 만들어냈다. 그가 처음부터 N세대 스타를 자칭하고 철저히 기획된 스타로 출발한 것은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아는 사실이다. 전지현의 연기력 부재는 어쩌면 이렇게 '스타 전지현'이란 하나의 성공적인 기획물이 남긴 잔재라고 할 수 있다. 이제는 엽기가 유행하는 시대도, 연기는 조금 못해도 예쁘면 그래도 인정 받는 시대도 아니라는 뜻이다.

2004년 서병기 칼럼에서는 그런 전지현에게 CF를 줄이고 드라마로 승부하라고 충고했다. 전지현이 윤석호 PD의 <봄의 왈츠>에 캐스팅이 거론될 때였는데, 아시다시피 전지현은 아무나 오를 수 없는 CF퀸 자리를 놓치고 싶지 않았던지 이미지에 치명타를 날릴 수 있는 위험 부담이 있는 일은 피했고, <봄의 왈츠>는 한효주가 최종 캐스팅됐다. 그리고 전지현은 CF모델인지 연기자인지 분간이 안 되는 벗어나기 힘든 연기력 부재 늪에 빠졌다.

차기작 <슈퍼맨이었던 사나이>, 전지현의 탁월한 선택

다행히 전지현은 배우로서 생명력 연장선상에서 고심한 까닭인지 차기작 선택에서는 비교적 시대 분위기에 보조를 맞추는 탁월함을 보여줬다. 전지현의 차기작은 <말아톤>, <좋지 아니한가>로 유명한 정윤철 감독의 영화 <슈퍼맨이었던 사나이>다. <슈퍼맨이었던 사나이>는 자신을 슈퍼맨이라고 믿는 한 엉뚱한 사나이가 주변 동네 이웃들을 위해 기상천외한 행동을 하면서 펼치는 기발한 이야기를 따뜻하게 그린 휴먼 드라마다. 충무로에서 몇 안 되게 다작도 통하는 연기파 배우 황정민의 출연으로 일찌감치 화제가 된 이 영화에서 전지현은 슈퍼맨(황정민 분)을 이용해 억지 휴먼다큐를 찍으려는 소규모 프로덕션의 PD 송수정 역을 맡았다. 송수정은 오프라 윈프리처럼 성공한 여성 방송인이 되겠다는 결심으로 3년을 버텼지만 결국 억지 감동을 위해 방송 조작을 서슴지 않는 현실적인 인물로 기존에 전지현이 맡았던 인물들과는 꽤 차별적이다.

단순히 차별적인 인물을 연기한다는 것만으로 그가 탁월한 선택을 했다고 하는 것은 억지다. 이보다 더 주목해야 할 점은 전지현이 이번 영화를 통해 과감히 조명 받기를 포기했다는 것이다. <슈퍼맨이었던 사나이>는 누가 봐도 정윤철 감독의 영화고, 황정민이 주연을 맡은 영화다. 제아무리 톱스타 전지현도 이번 영화에서 만큼은 그들 다음에 있다.

그럼에도 전지현이 과감히 타이틀롤을 버리고 이 영화를 선택한 데에는 단 두 편의 장편 영화를 통해 작품성과 연출력을 인정 받은 정 감독의 차기작에 대한 기대와 상대 배우 황정민의 대중적인 인지도를 신뢰하기 때문일 것으로 보인다. 전지현은 비록 영화의 얼굴이 되진 못하더라도 그들로 인해 그는 불명예스러운 평가를 모면할 수 있다. 부담을 더는 것과 더불어 무게를 더할 수도 있게 된 것이다.

황정민이야 연기력은 두말할 나위가 없는 배우고, 그다지 까다롭지 않은 작품 선택에서도 무난함을 보여왔다. 소위 말해 티켓파워가 있는 배우 황정민과 호흡을 맞춘다는 것은 그간 연기력 부재로 지적을 받아왔던 전지현에겐 이미지 전환 효과를 줄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될 수 있다. 상대적으로 관객들은 황정민의 연기에 먼저 집중하면서 전지현의 어우러짐을 눈여겨 볼 것이기 때문.

현재 크랭크인도 하지 않은 영화 <슈퍼맨이었던 사나이>가 전지현의 연기력 부재 보단 황정민과의 연기 호흡에 더 관심을 갖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전지현의 차기작 선택은 성숙했다고 볼 수 있다. 넓게는 전지현이 성숙해지길 원하는 것이다.

결과물을 보기 전까지 단정하긴 이르다. 하지만 전지현이 이런 선택도 가능할 만큼 여유를 찾았다는 것을 확인한 이상 적당한 기대는 해봐도 좋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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