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터키 교도소에 수감된 한 알 카에다 지도자가 9.11 테러를 일으킨 공중납치범들을 양성한 사실을 실토했다고 영국 일간지 더 타임스가 26일 인터넷판을 통해 보도했다.
이 신문은 터키 수도 이스탄불에서 60 마일가량 떨어진 칸디라 교도소의 독방에 수감된 루아이 알 사카라는 알 카에다 고위 요원이 더 타임스 일요판과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면서 여러 전문가들도 그의 주장을 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전했다.
변호사를 통해 이뤄진 간접 인터뷰 내용에 따르면, 사카는 지난 1999년 말 터키 얄로바의 산악지대에 설치한 자신의 군사훈련 캠프에서 사우디아라비아 학생 4명의 방문을 받게 된다.
이들이 당초 캠프를 찾은 목적은 체첸 반군에 합류하기 위한 것이었으나 2년여 뒤 9.11 테러의 `주역'으로 배역이 바뀐 것. 이들 중 아흐메드와 함자 알 감디는 세계무역센터 남쪽 타워에 충돌한 항공기를 납치했으며, 사에드 알 감디는 펜실베이니아 벌판에 추락한 항공기, 그리고 나와프 알 하즈미는 미 국방부 건물에 충돌한 항공기에 각각 탑승했다.
또 국방부 건물에 충돌한 항공기와 세계무역센터 북쪽 타워에 충돌한 항공기에 각각 탑승했던 마제드 모케드와 사탐 알 수카미도 추후 캠프에 합류해 훈련을 받았다.
이들 가운데 모케드와 수카미는 사우디 아라비아의 알 카에다 지도자들로부터 직접 낙점을 받아 세계무역센터 테러에 동원됐다고 사카는 설명했다.
사카는 또 체첸으로 가려했던 나머지 4명을 설득해 아프가니스탄 칸다하르 인근의 알 카에다 정예 훈련소인 알 파로크캠프로 행선지를 돌렸다. 사카의 변호사인 오스만 카라한은 "사카가 (알 카에다의 고위 요원인 아부 주바이다에게) 그들을 추천했다"고 말했다.
이들은 캠프를 떠나기에 앞서 수카미를 책임자로 하는 세포조직을 결성한 뒤 강도높은 군사훈련을 받았으며, 한때 얄로바 경찰에 체포돼 하루동안 심문을 받기도 했으나 범죄의 증거가 없어 풀려났다고 사카는 밝혔다.
이런 사카의 진술 내용은 공중납치범 중 4명이 터키에서 체첸으로 입국하려 했으나 그루지야 국경이 폐쇄되는 바람에 실패했다는 미국 9.11 위원회의 조사 결과와도 일부 일치한다.
작가이자 9.11 연구자인 폴 톰슨은 "9.11 테러 공중납치범에 관해 확인돼야 할 것들이 많다"면서 "사카의 주장은 9.11 테러 발생 이전에 그들에 관해 얼마나 알고 있었는지에 대한 논란을 재연시킬 소지가 크다"고 말했다.
사카는 2005년 8월 터키 남동부 디야바키르에서 체포됐으며, 경찰 수사를 통해 이스탄불 주재 영국 영사관과 HSBC 은행을 겨냥한 폭탄테러에 연루된 혐의가 확인됐다.
그는 그러나 이번 인터뷰에서 자신이 이라크에서 발생한 영국인 케네스 비글리 참수사건에도 관여했으며 터키 연안에서 이스라엘 순양함을 격침시키기 위한 계획을 세우기도 했다고 밝혔다.
그는 또 파키스탄을 경유해 아프가니스탄 훈련기지로 입소하려던 알 카에다 자원자들에게 가짜 여권과 비자를 공급하는 임무도 수행했다고 덧붙였다.
jus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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