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황정욱 기자 = 청와대가 정무기능 보강을 내밀히 추진하고 있다. 다만 당장은 아닌 것 같다. 일러야 다음주 중반께나 돼야 할 것 같다는 게 청와대 주변의 설명이다. 그만큼 이명박 대통령이 인선을 고심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정무기능 보강의 방식은 기존의 청와대 박재완 정무수석을 그대로 두고 정치특보와 특임장관을 추가 임명하는 방식이다. 이 대통령이 박 수석에 대한 신임을 거듭 확인한 데다, 현 청와대 정무라인에 "변함없는 신뢰를 보이고 있다"는 게 류우익 대통령비서실장의 얘기다.
정치특보의 경우 박희태 의원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김덕룡 의원도 함께 하마평에 오르내리고 있다.
정치특보의 성격은 과거 특보사(史)를 짚어보면 윤곽이 드러난다. 정치특보는 박정희 전 대통령 때부터 있어왔지만 대통령이 누구냐에 따라 위상이 천양지차였을 정도로 굴곡이 심했다. 정치특보의 전성기는 노태우 전 대통령 때로 당시 서울대 외교학과 교수였던 노재봉씨는 박철언 정무1장관과 함께 여권의 양축을 형성했다. 노 특보는 이후 청와대 비서실장과 국무총리를 지내는 등 권력실세로 급부상했다.
김영삼 대통령 당시에는 박관용 전 비서실장이 실장직에서 물러나면서 정치특보를 맡았다. 이후 특보직은 공석 상태로 있다가 김 대통령 차남인 현철씨가 한보 사태에 연루되는 등 정치권이 격동기를 맞으면서 비서실장 출신인 김광일씨가 특보에 기용됐다.
김대중 대통령 시절에는 정치특보를 따로 두지 않았으나 김 대통령 임기 마지막해 박지원 전 수석이 정책특보를 맡아 사실상 정치특보의 역할까지 함께 맡은 적이 있다. 노무현 대통령 때는 김원기 문희상 의원 등이 잠깐 정치특보를 했으나 당.정 분리 방침에 따라 별 힘을 발휘하지는 못했다.
이 같은 특보사에 비춰 정치특보의 위상과 역할은 전적으로 임명권자인 대통령의 의중에 달려 있을 수 밖에 없다.
이 대통령의 경우 정치특보에 큰 힘을 실어주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여의도 정치 자체를 불신하는데다 특보나 자문그룹 등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 스타일을 보여줬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정치특보에 누가 임명되든지 정치 조언을 하는 역할에 국한될 가능성이 높다. 다만 난해한 정치퍼즐이 놓이게 되면 노련한 정치특보의 분석과 해법이 한층 빛을 발할 소지는 다분하다.
특임장관은 일군의 후보군이 동시에 부상하고 있다. 정치 일선의 현장 조율 총책을 맡게 되는 속성상 두루 무난한 품성이 우선 고려 대상이다. 여권 일각에서는 몇가지 조건을 내놓고 있다. 정치 경험이 일천한 초선 배제, 원외 배제, 외부 인사 배제 원칙 등이 그것이다.
지난 `4.9 총선' 과정에서 여권은 혼선을 거듭했다. 내각 파문, 공천 파문에다 내부 권력 투쟁까지 가세해 당초 예상치에 미치지 못하는 전과를 올렸다는 게 여권 핵심부의 인식이다.
이런 과정들이 이 대통령의 인선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는 게 여권 관계자의 전언이다. `친박 계보'는 물론 여야를 넘나들면서 막후에서 조정력을 행사할 수 있는 정치력과 위기 상황을 제어할 수 있는 관리 능력, 이 대통령에 대한 충성도 및 풍부한 정치경험 등이 기준이 될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이 같은 사정을 감안하면 임태희 의원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본인도 적극적인데다 각종 배제 원칙에 걸리지 않는 강점이 있다.
이와 함께 맹형규 의원이 원외라는 한계가 있겠지만 적을 두지 않는 무난한 성품에다 총선 때 공천에서 탈락한 부담감 등이 `맹형규 카드'를 끄집어 내게 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또 정진석 의원도 그동안 충청권에 대한 배려가 너무 부족하지 않았느냐는 여권 내부의 분위기와 맞물려 특임장관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hjw@yna.co.kr
(끝)
ⓒ 미디어워치 & mediawatch.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