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청와대 오찬 테이블에 오른 주메뉴는 예상대로 `쇠고기'와 `한미FTA'였다.
민주당은 국내산업 피해에 대한 대책 없이 미국에 일방적으로 양보한 협상이었다고 몰아세웠고 이에 대해 한나라당은 "참여정부가 주도한 협상의 연장선"이었다고 맞받아치며 한치의 양보가 없는 설전을 벌였다.
겉으로는 여야 공방의 강도가 예상만큼 높지는 않은 것처럼 비쳤지만 대화 이면에는 살얼음판을 걷는 듯한 긴장감을 느끼기에 충분했다는 게 참석자들의 전언이다.
◇쇠고기 개방.FTA 비준 = 민주당은 쇠고기 전면개방 문제를 집중적으로 물고 늘어졌다. 국내 축산농가에 대한 아무런 피해보전 대책도 없이 일방적으로 미국측 요구만 받아들였다는 게 민주당 주장의 요지다.
민주당은 쇠고기 개방문제를 FTA 비준안과 연계해 다루겠다는 `엄포'를 내놓으며 여당을 압박했다.
손 대표는 "축산업 뿐만 아니라 FTA와 관련한 피해산업에 대한 구체적 대책이 나오지 않으면 쇠고기 완전개방에 대해 국민을 설득하기는 상당히 어려울 것"이라며 "피해산업에 대한 강력한 대책이 필요하다. 농민과 축산업 당사자에 대한 적극적 대책이 나오지 않으면 상당히 어려운 국면에 처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 대표도 FTA 비준문제에 대해 "선(先) 대책, 후(後) 비준이어야 한다"고 당의 기본 입장을 확인했다. 농림부 장관 출신인 최인기 정책위의장은 구체적인 피해보전 대책을 거론하며 "농가별 직불제 대책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고, 역시 농림부 장관 출신인 박홍수 사무총장도 "농림부가 마련한 농가단위 소득대책을 검토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대해 이 대통령과 한나라당은 한미 FTA와 쇠고기 개방이 참여정부 때부터 추진돼온 협상과제였음을 강조하면서 야당도 적극적 협조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FTA와 관련, "노무현 대통령이 임기 중에 이뤄놓은 가장 큰 업적 중 하나"라며 "이번 쇠고기 협상은 졸속으로 이뤄진 것이 아니라 참여정부 시절에 세워놓았던 조건이 성취되었기 때문에 참여정부에서 수립한 일정을 일관성 있게 중단없이 진행한 사항"이라고 강조했다고 한나라당 조윤선 대변인이 전했다.
이 대통령은 또 "참여정부에서 세운 조건이 쇠고기 협상은 OIE(국제수역사무국) 규정이 확정되면 거기에 따르기로 한 것이다. 그 조건이 성취돼 그 일정대로 한 것"이라고 말한 뒤 "쇠고기 협상에 관해 참여정부 시절에 이런 원칙이 정해져 있었다는 것은 어려운 사정 하에서도 대단한 일이다. 적극적으로 농민 피해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강 대표는 "(한미FTA는) 노무현 대통령 시절에 추진된 사항이다. 국민감정을 자극하는 대신 생산적인 토론을 하자"면서 "민주당은 무조건 반대만 하지 말고 실제로 보완대책을 내놓으라. 같이 공부하고 검토하자"고 가세했다.
안상수 원내대표도 "선 대책, 후 통과를 말했는 데 이제 각론으로 들어가 구체적인 대책을 논의하자"며 "필요하다면 문건으로도 대책을 제안해달라. 양당 정책위의장끼리 지체 없이 일정을 협의해 양당 대책을 갖고 논의하자"고 거들었다.
◇BBK 고소.고발 논란 = 작년말 대선에서 BBK 사건과 관련한 고소.고발건의 취하문제도 회동의 중요한 논점으로 떠올랐다.
민주당은 BBK 논란이 정치공방 성격이었던 만큼 대승적 차원에서 고소.고발을 일괄 취하해줄 것을 요청했으나 이 대통령은 이는 정당간의 사안이라고 선을 그은 뒤 음해성 네거티브 선거캠페인에 대해서는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민주당 박 대표는 "BBK 공방은 형사문제가 아니라 후보검증을 둘러싼 정치공방이었다"며 "패자 쪽의 정치공방을 형사처벌할 경우 재판이 끝날 때까지 장기간에 걸쳐 발전적인 여야관계에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다. 대통령과 여야 지도부가 큰 틀에서 털고가는 결단을 내리기 바란다"고 요청했다.
이에 대해 이 대통령은 "BBK 문제를 정치공방으로 제기했던 사람들은 충분히 이해한다"면서도 "하지만 우리 정치는 이제 변해야 한다. 네거티브가 난무하는 선거는 이제 중단돼야 한다. BBK 문제를 계획적으로 음해할 목적으로 거론한 사람은 여야를 막론하고 처벌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남북관계 = 남북관계와 대북관을 놓고도 민주당의 추궁과 이 대통령의 해명이 이어졌다.
손 대표는 "과연 이 대통령이 당선된 이후에 한반도 평화에 대해 지난 정부의 업적 이외에 적극적인 발전이 있는 지 회의적이다. 남북관계에 대해 적극적.전향적인 자세가 필요하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이 대통령은 "남북관계에 대해 전혀 북한을 적대시하려는 생각이 없다. 누구보다도 북한 주민의 삶의 질에 대해 관심이 많고 한미 관계가 북한에 대해 압력을 가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면서 "오히려 본인이 공개연설에서 다른 나라와의 관계와 달리 남북을 특수한 관계로 세계 다른 나라가 인정해야 된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양당 대변인 브리핑 `온도차' = 양당 대변인은 오찬 직후 브리핑에서 다소 아전인수격인 브리핑을 하는 모습도 있었다.
한나라당 조윤선 대변인은 "손 대표가 쇠고기 개방 문제에 대해 `한미FTA 비준을 위한 환경조성이란 점에선 환영'이라고 언급했다"고 밝혔지만 민주당 차영 대변인은 "그런 언급은 없었다. 손 대표는 `17대국회에서 FTA 비준동의를 위해 성의를 다해 당내 반대에도 불구하고 노력했으나 쇠고기 협상으로 이런 환경들이 역효과가 나고 있다'고 말했다"고 반박했다.
BBK 공방과 관련한 민주당 관계자들의 법적 처리 문제와 관련해서도 "네거티브가 난무하는 선거는 중단되어야 하고, BBK 문제를 계획적으로 음해할 목적으로 거론한 사람은 여야를 막론하고 처벌받아야 한다. 당이 고발한 것이니 당의 문제"(조윤선), "정치적 공방이고 당에서 고발한 것이기 때문에 양당 원내대표가 `점진적인' 이야기를 나누길 바란다. 야당 탄압은 없을 것이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차영)는 이 대통령 발언에 대한 각각의 브리핑도 다소 `온도차'가 느껴지는 대목이었다.
이 대통령은 BBK 공방 문제를 언급하면서 서울시장 재직당시 `황제테니스' 의혹을 받아 곤욕을 치렀던 사실을 거론하는 등 5분이 넘도록 얘기를 이어가 대선 당시 마음 고생이 심했음을 짐작케 했다.
이 대통령은 "내가 서울시장 때 정동영 후보가 `황제테니스' 의혹을 제기해 고생이 많았다. 그런데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며 "하지만 이게 정치 공방이니까 다 접자. 하지만 계획적 음해는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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