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이세원 기자 = 타니노 사쿠타로(谷野 作太郞) 전 주중 일본대사는 24일 오후 서울대 국제대학원에서 열린 강연회에서 "중국은 티베트 사태 등에 대해 국제 여론을 자신의 편으로 끌어당기 위한 안정되고 능숙한 설명이 결여돼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설명력도 소프트 파워에 속한다. 중국이 정부 정책을 더 잘 설명했으면 하는 바람"이라며 "일본 애니메이션이나 하루키의 소설 등이 중국에서 인기를 끌고 있어 일본의 소프트 파워가 상당하다"고 강조했다.
타니노 전 대사는 전날 닝푸쿠이(寧賦魁) 주한 중국대사가 서울대에서 열린 강연에서 티베트 문제에 대한 비판을 인정하지 않았다는 지적에 대해 "대사가 되면 본국 정부와 방침이 다른 이야기는 할 수 없기 때문에 그런 식으로 이야기할 수 밖에 없다"고 풀이했다.
그는 티베트 문제가 올림픽 개막식 불참 등으로 번지는 것과 관련해 "파리에서 올림픽 성화 봉송 문제가 생긴 것은 좋지 않은 문제이고 중국에 대해 CNN이 폄하한 것도 문제"라며 "올림픽은 반드시 성공리에 개최돼야 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타니노 대사는 그러나 "중국이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일본을 포함해 중국에 패배하는 이들을 비난하거나 폄하해서는 안되고 패배자에게도 박수를 보내는, 전세계로부터 축복받는 올림픽이 돼야 한다"고 중국의 태도 변화를 간접 촉구했다.
그는 역사 문제와 관련해 "현대에 대한 확실한 지식을 갖고 있지 않으면 동아시아와 대화할 수 없다"며 "일본 학생들은 좀 더 근현대사 공부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타니노 대사는 한국과 일본 사이에 충분한 토론을 바탕으로 한 역사 공동연구가 다시 시작되고 있다"며 "과거 문제는 중요하지만 이것을 정치 문제화하거나 포퓰리즘적 시각으로 몰고 가지 말고 전문적 지식을 갖춘 학문의 장에서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그는 대북 관계에 대해서는 "이명박 대통령의 생각이 일본의 입장과 대단히 유사하다고 생각한다"며 "새 대통령 체제 하에서 일본과 한국, 그리고 미국이 6자 회담의 메인플레이어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밖에도 타니노 전 대사는 한ㆍ일 양국이 독도 문제로 싸우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하고 동아시아 평화를 위해서는 북한과 미국, 북한과 일본의 관계가 빨리 정상화될수록 좋다는 견해를 밝혔다.
타니노 전 대사는 일본 외무성 아시아 국장을 역임하고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 일본 총리의 막역한 친구이며 외교문제 간담회 멤버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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