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9월 이스라엘 공습후 6개월만에 확인
(워싱턴=연합뉴스) 고승일 특파원 = 미국은 24일 북한 핵프로그램 3대 신고사항 가운데 하나인 북한과 시리아간 핵협력 의혹을 입증할 수 있는 일련의 `증거'를 갖고 있다고 밝혔다. 의혹제기 6개월만에 의혹이 사실로 전환된 것이다.
미 중앙정보국(CIA)은 이날 상하 양원 의원들에게 북한 요원들이 시리아 비밀핵시설에서 일하고 있는 장면이 담긴 비디오 등을 보여주고 두 국가간의 핵커넥션에 대해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그간 북핵 불능화를 위한 6자회담 과정에서 북한에 대해 ▲지금까지 생산한 플루토늄 양(量) ▲우라늄농축프로그램(UEP) 의혹 ▲시리아와의 핵 협력 의혹 3가지를 신고내용에 포함할 것을 강하게 압박해 왔다.
미국은 그러나 이달 초 이른바 `싱가포르 합의'를 통해 플루토늄 문제를 UEP 및 시리아와의 핵협력 의혹과 분리해 대응한다는 방침으로 방향을 정한 것으로 알려져 왔다.
즉 UEP와 시리아 핵협력 의혹은 미국이 그같은 의심을 갖고 있다고 서술하고, 북한이 이에 반박하지 않는다고 간접 시인하는 방식으로 `봉합'하려 했던 것.
그러나 이번에 미국측이 북한과 시리아와의 핵협력 의혹을 전격 공개하고 나섬에 따라 6자회담의 앞날에 상당한 암운을 드리운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북-시리아 커넥션이 불거진 것은 지난해 9월 11일 북한이 이스라엘의 시리아 영공침범 사실을 강도높게 비난하면서 비롯됐다. 북한은 당시 "지난 6일 새벽 이스라엘 군용기들이 시리아 영공을 불법침범해 동북부 사막지역에 폭탄을 던지고 도주하는 사건이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북한이 다소 `생뚱맞다' 싶을 정도로 이스라엘의 공습을 비난하고 나선 게 북-시리아 핵 커넥션의 서막을 스스로 알리는 신호탄이었던 셈이다.
사실 북한은 그동안 시리아와 미사일 분야에서 협력관계를 맺어왔고, 두 나라 모두 미국에 의해 테러지원국으로 낙인찍혀 있는 상황이어서 핵협력 의혹은 자연스럽게 주목을 끌게 됐다.
뉴욕타임스와 워싱턴 포스트는 북한의 비난성명 발표후 "미국이 지난 6개월간 수집한 정보를 토대로 분석한 결과, 양국이 시리아내 핵시설과 관련해 협력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판단을 하게 됐다"고 보도했다.
북-시리아 핵협력 의혹은 시리아내에 건설된 핵시설이 북한의 영변 원자로와 유사하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더욱 짙어져갔다.
이후 파키스탄이 지난 1990년대 북한에 판매한 원심분리기가 시리아 등에 이전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보도는 물론 심지어 농축우라늄 핵시설을 판매했다는 보도까지 나오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북한은 6자회담을 비롯해 여러 외교채널을 통해 시리아와의 핵협력 의혹은 사실과 다르다고 한결같이 반박했다.
결국 미국측은 6자회담이라는 틀을 통해 북한 핵불능화 조치에 합의하면서 북한이 지난해 말까지 신고해야 하는 핵프로그램의 내용에 시리아와의 핵협력을 포함시켰다.
북한이 계속해서 관련사실을 부인하는 상태에서 미국측은 싱가포르 합의에서 이 부분을 `직접시인' 대상에서 사실상 제외하는 쪽으로 방향을 정했다.
하지만 이런 협상결과에 대해 미의회는 물론 딕 체니 부통령과 같은 행정부내 강경파들의 반발이 상당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에 따라 미 국부무가 진행해온 북미협상에 제동을 걸기 위해 대북 매파 쪽이 정보당국(CIA)을 통해 북-시리아 핵커넥션을 의회에 보고하는 수순을 밟았다는 관측이 설득력있게 제기되고 있다.
실제 미국과 이스라엘은 그동안 시리아내에서 표적이 됐던 시설에 대해 공개적 언급을 꺼려왔으며, 관련 사실을 파악하고 있던 행정부 관리는 불과 20여명에 그친데다 함구령까지 내려졌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기 때문이다.
6개월간 쉬쉬해 왔던 일을 갑자기 확인하고 나선 데는 뭔가 의도하는 게 있는 것 아니냐는 추측을 낳고 있는 것.
여하튼 북핵프로그램 신고내용에서 `후순위'에 밀리는 듯했던 북-시리아 핵협력 문제는 이제 전면에 부각되게 됐으며, 이로써 극적 합의 쪽으로 방향을 잡아가는 듯 했던 북핵협상은 3단계로 진입하는 높은 문턱을 넘지 못하고 다시 제자리 내지 뒷걸음질하게 될 우려를 낳고 있다.
미 정보당국의 이번 조치가 북한이 시리아와의 핵협력 사실을 시인하지 않을 수 없도록 압박을 가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는 희망적인 관측도 일부에서 나오고 있으나, 적어도 단기적으로는 6자회담과 북핵협상에 미칠 영향은 부정적인 측면이 강해 보인다는 지적이다.
ks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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